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과거 조선은 시인(詩人)의 나라였다. 어린이가 세 살이 되면 시를 습작하기 시작했다. 천자문을 떼면 당나라 명시를 읽게 하고 시를 쓰게 했다. 시는 일상의 전부가 되고 소년부터 치르게 되는 각종 과거에도 제일 과제가 되었다.시를 잘 짓지 못하면 과거 급제는 기대 할 수 없었다. 장원급제를 한 응시자의 시험지는 임금에게까지 진상되어 품평을 받는다. 급제자는 임금의 총애를 받고 가장 짧은 시간에 고속 승진을 했다.소년 시절 등과한 급제자들은 지금의 대통령 비서실격인 승정원 관리가 되었다. 임금이 옆에 가까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데 대해 “북한은 적대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김정은의)선대들, 우리 북한의 김정일·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폄훼·훼손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이 대표는 김정일과 김일성의 노력이 무엇인지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최고의 발언 속기록에는 ‘우리 북한’ 대신 ‘북한’이라고만 남겼다.“우리 북한”을 운운한 이 대표의 말은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이 발언을 보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김안국(金安國)은 1510(중종 5)년 내자시 부정(內資寺副正)에서 성균관 사성(成均館司成)이 되었고, 그 이듬해에 봉렬대부(奉列大夫)로 올랐다. 1511(중종 6)년에 일본 사신(日本使臣) 중 붕중(棚中)이 내방(來訪)하여 김안국을 선위사(宣慰使)에 임명하였는데, 그는 붕중을 예(禮)로 접대하여 체면을 얻었고 또 수창(酬唱)한 시가 많아서 풍부하고 민첩하기가 끝이 없었다.붕중(弸中)은 크게 감탄하여 말하기를 “제가 이웃나라에 내방한 것이 두세 차례에 이르렀는데, 공(公)만한 인물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라고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9세기에서 10세기의 옛 유럽 민요를 통해 우리는 옛 게르만 영웅 전설에서 사람과 사실이 어떻게 융합되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전설에는 게르만족이 이주하는 시기에 부르군디 제국의 멸망, 훈족의 중부 유럽 침투, 동고트족의 최후와 같은 역사적 사건과 사람들에 관한 기록이 포함되어 있다.주요한 등장인물은 에르마나리히(Ermanarich), 군디 하리(Gundi Hari), 아띨라(Attila), 데오데리히(Theoderich) 등이다. 이러한 이름들은 전설과 관련된 시기와 장소와 여러 차례 뒤섞인다. 4세기의 에르
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는 물맛이 호초(胡椒) 맛과 같은 탄산수 즉 ‘초수(椒水)’가 나오는 우물이 있다고 해서 ‘초정(椒井)’이라 했다. 충청도 청주목편에 ‘초수 고을 동쪽 39리에 있는데, 그 맛이 후추 같으면서 차고, 그 물에 목욕을 하면 병이 낫는다. 세종과 세조가 일찍이 이곳에 행차한 일이 있다.’라고 나온다.조선 전기 성현(成俔, 1439∼1504)이 지은 잡록집(雜錄集) 에 ‘청주에는 초수가 있는데, 물은 따뜻하지 않으나 그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인천 옛 인스파월드는 10년째 인천 중구 신흥동3가 한켠에 흉물로 자리하고 있다. 기자가 최근 방문한 건물은 외벽이 낡아서 칠이 벗겨지고 구멍이 뚫려 있고, 부식되는 등 곳곳이 위험천만한 모습이었다. 건물은 폐허가 됐고, 죽은 땅이 됐다.10년 전 이 건물을 매입한 신천지 측은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하는 통에 그간 최소한의 보수를 하는 데도 수십억원이 들었다고 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10년 전 건물을 소유한 신천지 측이 재건축 또는 보수를 거쳐 사람들이 이용하고, 주변 상권이 형성되는 등 도심을 살리는 건축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대한이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제주에는 벌써 매화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 사찰에서 석조에 분홍 매화꽃 비가 분분히 내린 것을 보면 성급하지만 겨울도 다 지나갔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매화는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라고 일컬어진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세 벗이라고 하여 시인묵객들이 앞을 다투어 노래하고 화폭에 담았다. 세한삼우를 완상하는 것은 조선 선비들의 정서이자 풍류였다.매화는 이름도 여럿이다. 눈 속에 피면 설중매(雪中梅), 달 밝은 밤에는 월매(月梅). 비 오는 날이면 우중매(雨中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김안국(金安國)은 3년상을 마친 이후 1501(연산 7)년 감시(監試)에서 진사시((進士試)에서도 제1등이 되고 생원시(生員試)에서도 제1등이 돼 두 시험(試驗)에 모두 1등이 됐으나 두 시험의 장원(壯元)을 한 사람으로 낼 수는 없다고 해 생원시는 낮추어 제2등으로 정했다.2년이 지난 이후 1503(연산 9)년 별시(別試)에 갑과(甲科) 제1등으로 급제한 이후 본격적인 관직생활(官職生活)을 시작해 승문원(承文院) 저작(著作)을 거쳐 승정원(承政院) 주서(注書)로 옮겼다.또한 홍문관(弘文館) 박사(博士)로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호머의 우화와 전설은 아주 오랜 전통을 지녔다. 수백년 동안 발전한 전설의 언어는 다양한 고대어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문법의 특징을 보여준다. 호머가 이야기한 영웅들의 세계는 그의 시대가 아니라 훨씬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서사시에 언급된 도시 가운데 미케네, 티린스, 필로스, 트로이는 BC 1200년 이전에 이미 소멸되었다. BC 8세기에 아시아 해안에 등장한 이오니아 식민도시들은 아직 생기지도 않았다. 칼, 단검, 화살은 BC 8세기부터 철로 만들었다. 호머의 서사시에서는 이러한 무기를 청동으로
외교부 공식인가 사단법인 세계경제문화교류협의회(ECI, 류영준 총재)는 일본 내 이방자 여사 관련 왕실인 이본궁기념재단, 덴리대학과 지난해 12월 27일 ECI갤러리에서 몽유도원도 국내 환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이본궁기념재단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비인 영친왕비 이방자 여사의 황실가문으로 우리나라와는 인연이 깊다. 덴리대학(천리대학)은 몽유도원도 일체가 소장돼 있는 곳이다.ECI는 이본궁기념재단 중요문화재 증여에 관한 협정서(2022년 3월 14일)와 덴리대학 기부행위확약서(2021년 10월 20일)에 의해 지난 2022년 1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한동훈이 등장하자 그가 가는 곳마다 구름 인파가 몰린다. 그동안 대전, 대구, 광주와 충북을 찾아 열기를 몰고 다녔다. 그는 새해 첫날 국립 서울현충원을 참배, 헌화·분향한 뒤 방명록에 ‘동료 시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라고 적었다. ‘국민’이 아니고 ‘시민’이라고 적은 것이 인상적이다.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평가한 국내 유력 대중매체는 그의 부상과 장점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서울법대 출신 엘리트 검사 ▲검찰 내 천재로 불릴 정도의 명석한 두뇌 ▲유복하게 자란 강남 8학군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본 칼럼에서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의 수제자(首弟子)로서 개혁정책(改革政策)을 추진했으며, 양관 대제학(兩館大提學)이라는 영예로운 벼슬을 역임했던 모재(慕齋) 김안국(金安國)의 생애(生涯)를 고찰(考察)한다.의성김문(義城金門)이 배출한 김안국은 성리학(性理學)뿐만 아니라 의학(醫學)에도 깊은 조예가 있었다는 사실을 주목하면서 본격적으로 모재의 생애를 소개한다.김안국은 고려시대 수사공(守司空)의 벼슬을 역임한 김용필(金龍弼)의 10대손으로서 고조부(高祖父)는 우왕 대에 함흥소윤(咸興少尹)을 역임한 김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역사가는 언제, 누가, 어떤 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문서를 작성했는지 서로 대조하여, 적절한 결과를 도출해 낸다. 반면에 구술 전승은 유동적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한다. 전달자가 중요시하는 부분이 지나치게 강조되었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축소 또는 변질되기도 한다. 이전의 전승에 이질적 요소가 가미되어 다양한 이야기 구조의 층차를 보여주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사실 그리스 국가들과 에게해 지역의 역사는 BC 776년보다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간다. BC 6000년의 신석기 문화나 BC 3000년의 청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의 범인 김모씨는 범행 일체를 혼자서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 대표를 찌른 흉기를 구입해 개조했고, 이 대표 동선을 사전 답사한 정황들이 속속 확인됐다.전문가들은 ‘정치 테러’에 해당하는 이 대표 피습은 “은둔형 정치 훌리건에게 나타나는 범행 양상‘이라고 분석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과거 국민의힘 당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민주당에 입당해 최근까지 당적을 보유해온 것으로 보인다.언론들은 김씨의 거주지인 충남 아산시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
전경우 칼럼니스트2년 전 세상을 떠난 ‘한국의 지성’ 이어령 교수가 남긴 업적 중 하나는 서울 올림픽이었다. 그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의 개막식과 폐막식을 총괄 기획하고 지휘했다.그는 서울올림픽의 당초 구호였던 ‘화합과 전진’ 대신 ‘벽을 넘어서’로 바꾸고, 개·폐막식을 통해 대한민국 문화의 우수성과 역동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당시 88올림픽은 그야말로 지구촌 화합의 축제 마당이었다. 그 전에 치러진 소련의 모스크바올림픽과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모두 반쪽짜리 대회였다. 냉전의 여파로 지구촌이 두 진영으로 갈리고 올림픽도 그
계묘년 토끼는 뛰다 발이 아파 좀 쉬었다 가려나 보다. 그 뒤를 갑진년 청룡이 요란한 굉음과 함께 힘찬 질주를 예고하고 나섰다.2023년과 2024년, 오늘 우리는 가고 오는 길목에 서 있다. 가는 것은 가야 하고 올 것은 와야 하니 만고불변의 이치로다.하지만 멈춰서야 하고 바통을 넘겨야 하는 지난해는 무슨 그리 억하심정(抑何心情)이 많던가. 우크라 지역엔 개전 후 최대 미사일 공방이 있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를 내야 했단 말인가. 중동(이스라엘-하마스)은 또 무슨 그리 억하심정이 크길래 서로 미사일 공방으로 무고한 민간인
지난해 지구촌은 전쟁의 상흔이 깊었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시작된 이-팔 전쟁은 이스라엘의 대규모 폭격에 수만명의 민간인이 사망하면서 최악의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우크라-러시아 전쟁도 더 잔혹해졌다. 남북한 관계는 더 냉담해졌고, 핵을 보유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도 수시로 이어졌다. 지구촌이라는 말처럼 어느 한 곳에 전쟁이 터지면 지구 전체가 아픈 시대를 살고 있다.외형적으로는 강대국 간 분쟁이 없어 일부는 평화롭게 보이지만, 전쟁 지역마다 수많은 강대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런저런 모양으로 관여하고 있다.이-팔 전쟁에도 러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흔히 오늘날의 시대를 ‘기후위기의 시대’라고 칭한다. 기후재난을 넘어 기후재앙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기후위기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제로, 탄소중립의 실천이 시대의 요청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 위기의 저변에는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식의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여기서 인식의 위기라 함은 무엇을 말하는가? 세계에 대한 이해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기존의 사고방식 즉, 근대적 가치관으로는 더 이상 작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새로운 세계관에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새해를 ‘청룡’의 해라고 한다. 청룡은 우리 민속에서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이었다. 백호(白虎) ·주작(朱雀) ·현무(玄武)와 더불어 사방을 지키는 사신(四神)의 하나다. 고구려 강서대묘 벽화에 그려진 청룡도는 매우 역동적이다.과학이 최고도로 발달한 오늘날에도 좋은 땅을 논할 때는 ‘좌청룡 우백호’를 찾는 이들이 많다. 풍수지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미신이 아니고 과학이라고 주장한다.옛사람들은 바다에 수신인 용왕이 산다고 생각했다. 신라인들은 동해 울산 앞바다에 표류한 처용 일행을 용왕의 아들이라고 기록했다.
장순휘 정치학박사/ 한국문화안보연구원 부원장지난 29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신원식 국방부장관과 김선호 차관 및 조창래 정책실장을 ‘직무유기(職務遺棄)혐의’로 고발장을 서울경찰청에 접수시켰다고 한다.고발장에는 우리 정부가 ‘독도와 관련된 영토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공식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 이번 국방부 교재에는 이에 반하는 내용으로 교재에 기술된 사실조차 장관이 몰랐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고소했다.국방부는 최근 전군에 배포한 ‘장병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서 세계에서 영토분쟁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독도(獨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