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비정상적인 3대 세습 안정화에 골몰하고 있는 북한 정권 내부에서 중산층이 주도적으로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탈북 인사인 김태산 북한사회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300만 노당당원 중 지도원 이상급 간부인 100만 명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된 사람들은 북한 내에서 ‘중산층’이라 부를 만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더 들여다보면 이들은 ▲당·정·군 등 권력기관에 종사하는 특권층 ▲무역 부문과 외화벌이 부문에 종사하는 간부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국적의 화교들 ▲외국에 있는 가족·친척들의 도움으로 북한 내에서 큰 불편 없이 생활하고 있는 주민 ▲장사를 통해 부를 축적한 주민 등으로 나뉜다.

주목할 점는 이들 중산층이 3대 세습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 정권의 권력 유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것이다. 특히 구소련을 비롯한 구공산권 국가에서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의 붕괴를 일으켰던 사람들이 지식인들과 중산층이었던 점, 최근 이집트와 리비아에서 독재정권을 축출할 수 있었던 데에도 중산층의 역할이 컸다는 점 등이 기대감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체제는 달리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무엇보다도 김정일 정권에 밀접하게 의존하면서 기존 기득권을 쥐고 있는 특권층은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현상 유지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을 꿈꾸는 신흥 부유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의지에 따라 북한 체제가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도 그 이유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북한 중산층이란 게 대부분은 평양시민이고 각 지역에서도 간부 등 핵심계층에 속하고 시장 활동을 통해 경제적 부를 축적한 일부 사람들이 속해 있다”면서 “그들 대부분은 체제에 순응하고 체제를 지탱하는 세력이고 북한 통치 체제의 향유 계층이므로 체제를 유지하는 데 더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국대 북한학과 전지명 겸임교수는 “어느 나라든 일반적으로 중산층은 보수성을 지니고 있지 않느냐. 간부층이든 경제적 부를 취하고 있는 층에서든 급격한 변화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들의 기득권을 보호 내지 유지를 하기 위해서라도 현 체제가 지속되기를 바랄 것이며 따라서 북한의 중산층에 따른 사회 변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태산 부원장은 “간부층은 북한 체제를 이용해서 돈을 벌기 때문에 체제가 무너지면 자기의 모든 것을 내놓고 물러나야 하니까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다만, 장사를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장사를 제약하는 북한 정권이 무너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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