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미국 금리인상과 루나코인 사태가 겹치며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12일 서울 강남구 빗썸고객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비트코인이 미국 금리인상과 루나코인 사태가 겹치며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12일 서울 강남구 빗썸고객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급준비금 8분의 1 인출

테더 달러 보유량 3% 불과

루나처럼 신뢰도 무너질까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테라가 순식간에 몰락하면서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시장 1위 테더(USDT)의 경우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약 12조원) 이상 급감했다.

테더가 위험이 처할 경우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전체로 불안이 확산돼 피해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기준 스테이블 코인 테더에서 인출된 현금은 100억 달러(약 12조 6000억원) 이상이다. 이는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불신감이 가상화폐 시장에 내포된 영향이다. 22일 자정 이후에 빠져나간 자금만 10억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테더는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고정(pegging)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그러나 지난 12일 루나·테라 폭락 사태 이후 한때 0.95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1달러를 회복했다.

문제는 테더의 신뢰도 유지다. 가상화폐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된 테더의 수량은 이날 기준 732억 7500만여개다. 스테이블 코인이 작용하는 원리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된 테더의 수만큼 지급준비금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이에 업계는 테더가 그만큼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테더의 지급준비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미스터리”라며 “1달러 가치를 담보할 자산 없이 사기를 치고 있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고 지적했다. 테더는 2014년 창립 이후 줄곧 “1테라에 대응해 1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자산 현황은 비공개했다.

루나 사태에 따른 가상시장 혼란과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불신이 이어지자 테더는 2014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보유 자산 내역을 공개했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테더의 총자산은 824억 달러다. 충분히 테더 1코인을 1달러로 바꿔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제무재표를 봤을 때 총자산 대비 달러 보유량은 2.94%에 불과하다.

이는 미 달러, 중국 위안화 등을 종합한 것이어서 실제 테더의 달러 보유량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자산은 기업어음(49.60%), 신탁자산(18.36%), 대출(12.55%), 회사채·귀금속(9.96%) 등이다.

이러한 재무 구성은 글로벌 경기가 경색되는 양상을 보일 때 자산 현금화가 어려울 수 있다. 테더의 신뢰도가 하락하면 루나 사태와 같이 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금액을 투자자에게 지급할 수 없게 된다. 테더가 사실상 가상화폐 전반의 기축통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따른 영향은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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