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작년의 희망과는 달리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전 세계의 가장 큰 공포였다.

세계적인 백신 캠페인에도 코로나19는 인류를 비웃듯이 델타와 오미크론으로 얼굴을 바꿔 활개쳤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20년 전쟁의 종지부를 찍은 동시에 아프간은 무장단체 탈레반의 치하 속에 다시 살게 됐다. 

민주주의를 잠시 맛봤던 미얀마에서는 쿠데타로 다시 군부의 공포정치가 시행됐다. 반면 ‘민주주의 자랑’을 자처하는 미국에서는 대선 결과에 불복한 시위대가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올해도 인류의 욕심이 빚어낸 기후변화는 기상 이변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한 달 만에 3000명대로 내려간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역사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날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865명으로 집계됐다. ⓒ천지일보 2021.12.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한 달 만에 3000명대로 내려간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역사 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날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865명으로 집계됐다. ⓒ천지일보 2021.12.28

1. 코로나19 변이와 백신

코로나19 백신 캠페인이 본격 시작됐으나 세계적으로 대유행은 멈추지 않았다. 바이러스의 진화 때문이다. 다양한 변이종들이 나왔고 이 가운데 인도에서 처음 보고한 델타 변이는 이전의 바이러스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염성과 병원성으로 올해 세계의 대유행을 이끌었다.

델타는 작년의 확진자와 사망자를 뛰어넘는 기록을 경신했고 지난 1년 최악의 불확실성과 봉쇄 속에 있던 사람들은 지쳐갔다. 확진자를 0명으로 만든다는 ‘코로나 제로’ 전략을 채택했던 나라 대부분은 이제 백신 접종 등으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를 줄인다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작년 늦장 대응으로 비난을 받았던 미국과 서방 일부 나라 정부들은 또 과학을 무시한 채 대중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 홍역을 치렀다. 백신을 마치 ‘마법의 약물’인 듯 묘사하는가 하면,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안 해도 된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부터 독립했다, ‘자유의 날’ 선포 등을 남발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이처럼 과학을 무시한 결과는 컸다. 12월 들어 미국과 유럽 많은 국가들은 지금껏 본 적 없던 최악의 신규 확진자 수를 경신하고 있으며 밀려들어오는 환자에 공중보건 시스템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새로운 변이의 출현과 백신 불평등이다. 이 문제를 국제사회가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2022년 지구촌 시민들이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결정될 전망이다.

세계 전문가들은 변이의 출현이 백신 불평등과 결부돼 있다고 진단한다. 모든 나라에서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자는 국제적 약속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되자마자 깨졌다. 소위 부자 국가들은 인구의 2~3배 되는 백신을 사재기 하면서 많은 나라들의 백신 프로그램이 연기됐고, 심지어 지금껏 1차 접종도 시작을 못한 국가들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연말까지 세계 인구 40%에 대한 백신 접종 목표를 세웠으나 공급량이 적어 194개 회원국의 절반만이 이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추산했다고 밝혔다.

최근 세계를 휩쓸고 있는 변이 ‘오미크론’ 역시 백신 접종률이 낮은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나왔는데,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수십개로 델타보다 전염성도 큰데다 면역 회피력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새롭고 가장 진화한 변이들이 계속 나온다면 세계 코로나19 대유행은 영원히 종식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내년에는 세계 백신 접종률을 전체적으로 높여 코로나19를 독감과 같은 토착병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잇따라 나왔다.

1월 6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의 서쪽 벽을 오르고 있다. (출처: 뉴시스)
1월 6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의 서쪽 벽을 오르고 있다. (출처: 뉴시스)

2. “미국이 돌아왔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최악의 분열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 1월 20일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후 각종 연설에서 수차례 거론한 선언이다. 동맹 복원과 미국의 국제사회 주도적 역할을 다시 찾겠다는 의미인데,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1호 행정명령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과 WHO에 바로 복귀하며 ‘트럼프 지우기’에 나섰다.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 극복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통합을 꾀하려 했으나 정치 분열은 점점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1월 6일 대선 결과에 승복할 수 없던 극렬 트럼프 지지층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의원들이 긴급 대피하고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의 미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는 국가 분열의 신호탄이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재유행, 인플레이션,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의 악재가 겹치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년도 안 돼 지지율이 최저치로 추락했다. “도대체 어떤 미국이 돌아온 것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3월 3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전통 모자를 쓴 반쿠데타 학교 교사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3월 3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전통 모자를 쓴 반쿠데타 학교 교사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3. 미얀마 군부 쿠데타… 민주화 시위 계속

2월 1일 미얀마 군부는 작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미 수많은 목숨을 희생시킨 민주화운동으로 잠시나마 문민정부에서 민주주의를 맛본 주민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음날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주민들과 민주 진영은 불복종운동과 함께 반(反)군부 시위에 나섰고 11개월째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이 기간 군부는 시위대를 유혈 진압 해 1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가택 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고문은 시민 선동 등 10여개 범죄 혐의로 기소돼 첫 재판에서 징역 2년형이 선고됐으며 남은 혐의까지 유죄로 선고될 경우 일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

미얀마의 소수민족들과 반군부 시위대는 무장조직인 시민방위군(PDF)을 창설해 내전을 선포했다. 국제사회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지만 중국과 러시아, 캄보디아 등이 사실상 군부의 손을 들어주며 공동행동에 균열을 초래했다.

2월 3일 독일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프랑크푸르트 인근 니데라우에서 한 기차가 범람한 철길 건널목을 지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월 3일 독일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프랑크푸르트 인근 니데라우에서 한 기차가 범람한 철길 건널목을 지나고 있다. (출처: 뉴시스)

4. 기후변화로 몸살 앓는 지구촌

올해도 세계 곳곳에선 인류의 과오를 기상 이변이라는 재앙으로 마주했다.

특히 독일과 벨기에 등 그간 큰 기후재해가 없었던 부국이 몰린 서유럽에 ‘100년 만의 폭우’가 쏟아져 수십명이 숨지자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도 격상했다. 시베리아의 광활한 타이가(침염수림)와 브라질 세계 최대 습지인 판타나우, 미국 캘리포니아, 그리스, 터키 등은 초대형 산불의 습격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2월 중남부 기록적인 한파와 겨울 폭풍 등의 영향으로 수십명이 숨지고, 최근에는 이례적으로 12월에 토네이도가 발생해 수백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몬순 시기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카리브해의 저지대 섬 국가들의 주민들 역시 언제든 보금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협 속에 한 해를 보냈다.

이에 11월 세계지도자들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열고 기후변화 대책을 모색해 지구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확고히 했다.

다만 대표적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석탄에 대해서는 종식이 아닌 감축으로 완화해 비난을 받았다.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 도심에 무혈 입성한 8월 15일 밤 민항기 운항이 중단된 카불 하미드카르자이 국제공항에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을 탈주하려는 사람들이 공항으로 몰려와 마침 문이 열려진 미군 C-17 수송기 안으로 무작정 진입해 자리를 잡았다. 수송대상도 아니고 보안검사를 거치지 않은 민간인들이 대부분이었고 탑승인원이 수용한도를 넘어서는 640명에 달했다. 수송기 조종사들은 이들을 내리게 강제하는 대신 그대로 싣고 카타르 미군기지까지 날아갔다.  (출처: 뉴시스)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 도심에 무혈 입성한 8월 15일 밤 민항기 운항이 중단된 카불 하미드카르자이 국제공항에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을 탈주하려는 사람들이 공항으로 몰려와 마침 문이 열려진 미군 C-17 수송기 안으로 무작정 진입해 자리를 잡았다. 수송대상도 아니고 보안검사를 거치지 않은 민간인들이 대부분이었고 탑승인원이 수용한도를 넘어서는 640명에 달했다. 수송기 조종사들은 이들을 내리게 강제하는 대신 그대로 싣고 카타르 미군기지까지 날아갔다. (출처: 뉴시스)

5. 20년 세월 물거품… 시작된 ‘탈레반의 아프간’

미군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자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순식간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시작한 미국의 최장기 전쟁의 허망한 순간이었다. 정권이 바뀌며 아프간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아슈라프 가니 당시 대통령은 국외로 도피하고 충격과 혼란 속 시민들은 이륙하는 비행기 바퀴까지 잡으며 대탈출에 나섰다.

아프간이 탈레반에 다시 넘어간 원인으로는 탈레반에 대한 미국 대통령들의 잘못된 계산과 실패한 정책들, 아프간 지도자들의 무능, 국제기구의 무력함이 꼽힌다.

무엇보다 20년 동안 벌어진 ‘테러와의 전쟁’ 자체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미국 내 알카에다를 제거하고 테러 위협을 줄이는 데는 성과가 있었으나 반란에 대항하고 아프간 정치와 국가건설에 대한 접근은 실패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탈레반은 전과 같은 공포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아프간이 20년 전으로 돌아갔다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여성의 인권은 사라졌고 전 정부에 협력한 시민들에 대한 보복이 행해졌다.

4개월이 지난 지금 아프간은 경제난과 다른 무장단체들의 테러 등으로 최악의 상황에 치달아 탈레반의 국정 운영 능력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키워드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