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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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의 재난망 솔루션이 세계적인 메이저 이동통신사에 공급된 첫 사례가 나왔다. 삼성전자가 미국 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퍼스트넷’을 운영하는 AT&T에 무전통신 솔루션과 전용 단말기를 공급한 것이다. 퍼스트넷은 AT&T가 PS-LTE 기반 재난망을 구축해 경찰과 소방관, 구급대원 등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민·관이 협력하는 재난안전통신망 사업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AT&T 퍼스트넷에 재난안전용 롱텀에벌루션(PS-LTE) 기반 무전통신기술 ‘MC-PTT’ 솔루션과 단말기 14종을 공급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노키아, 모토로라 등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가 레퍼런스를 쌓으면서 앞으로 유사한 해외 프로젝트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쉽게 됐다.

삼성전자는 AT&T와의 계약관계를 고려해 정확한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전자 MC-PTT 솔루션이 초기 신뢰성을 입증할 경우 향후 미국 전역을 커버할 퍼스트넷 규모를 고려할 때 수주 물량이 최대 수천억원대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최대 사업자 AT&T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의 AT&T 재난망 솔루션이 앞으로 운용 과정에서 안정성과 신뢰성을 입증될 경우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점을 좌우할 전망이다. 현재 캐나다, 호주와 영국 등도 국가 차원의 재난망 구축을 추진 중인데 삼성전자는 캐나다에도 재난망 솔루션 공급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글로벌 전역에서 재난망 솔루션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수주가 삼성전자에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 재난망 솔루션을 수출한 것은 개별 기업의 경쟁력 우위뿐만 아니라 정부의 앞선 정책도 평가 받을 만하다. 우리 정부는 1조 7000억원 예산을 투입해 세계에서 가장 앞서 구축한 공공인프라로 재난망을 구축했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의 선제적 재난망 구축과 상용화 노력에 힘입어 삼성전자도 안정적 기술을 조기 확보했다. 삼성전자 ‘재난안전 롱텀에벌루션(PS-LTE)’ 솔루션은 우리나라의 전국 재난망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확보한 세계 최고수준 성능이다.

AT&T가 삼성전자를 재난망 핵심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한국 재난망 구축 경험을 통한 레퍼런스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행정안전부가 2014년 7월 국가 재난안전통신망 기술방식을 PS-LTE로 결정하며,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과 정보통신기술협회(TTA) 등은 본격적인 표준화를 시작했다. 이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시범사업 등을 거치며 성능을 검증한 데 이어, 올해 재난망 가동을 시작하며 세계에서 가장 앞선 재난망 구축·운용 경험을 확보했다.

세계 안보의 핵심 지역인 미국에서 우리 기업이 수주한 것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재난통신망 시장을 선점할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의의가 크다. 재난망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초기 시장 진입이 중요하다. 초기 사업에서 성과를 낼 경우 앞으로 사업의 참여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 수주가 국내 여러 중소 협력 기업에도 기회가 될 것이다. 삼성 솔루션과 연동한 장비 등이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성과가 중소기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다수의 중소기업 등이 재난망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재난망 기술과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예산 투입과 테스트베드 구축 등을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세계 시장 선점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진출하기 위한 방안도 다각도로 모색해서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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