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수월관음보살의 상반신(도 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수월관음보살의 상반신(도 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고구려벽화 두 가지 영기문 풀어야

고려불화 문양 이해할 수 있어

만병에서 솟구쳐 나오는 영기문

고려불화는 고려청자와 마찬가지로 천하제일이라 할 만한 회화라고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일본 학자나 미국 학자가 고려불화를 천하제일이라 말하면 한국인들은 누구나 다투어 이미 인용하였을 것이다. 

필자는 일찍이 고려의 수월관음도 한 점으로 저서 한 권을 쓴 바 있다. 바로 2013년에 세상에 내놓은 『수월관음의 탄생』(글항아리)이 그 책이다. 그런 책은 일찍이 없었다. 수월관음 한 점으로 한 편의 논문도 쓰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만큼 그 저서는 하나의 그림을 100% 분석하여 나가는 동안에 도자기가 무엇인지 알게 된 기나긴 여정이었다.

일본 다이도꾸지(大德寺) 소장 수월관음도는 세로 2미터 50센티에 이르고 있으므로 보통 세로 1미터 내외의 소폭인 데 비하여 대작에 속한다(도 1). 고려불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고려불화에 표현된 여래들이나 보살들의 옷에 표현된 둥근 원 안에 표현된 문양들이 매우 중요함을 고구려 벽화를 깊이 연구해서 알게 되었다. 고려불화 전공자들이 물론 세계에 많이 있지만, 고려불화만 오로지 전공하면 오히려 고려불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보주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결코 풀리지 않는다.

 

도 2-1~도 2-8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도 2-1~도 2-8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다이도꾸지 소장 고려불화 수월관음도’는 이 글에서 그저 단지 ‘수월관음도’라 부르고자 한다. 그 수월관음보살은 투명한 백의(白衣)를 전신에 둘러 입고 있기 때문에 백의관음(白衣觀音)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 백의는 실은 옷이 아니다. 얼굴만 빼고 온몸에 걸치고 있으므로 없어도 되는 일종의 복식이지만 실재하지 않는 특이한 복식이다. 그 백의에는 일백여 개의 둥근 문양이 있다(도 4-1). 학계에서는 ‘원형 연화당초문’이라 통칭하고 있다. 필자는 그 모든 둥근 문양들을 고려불화뿐만 아니라 조선불화도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모두 분석해 보니, 보주의 조형이 지극히 다양하여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세계임을 새삼 확신했다.

그러면 수월관음도의 원형 문양 하나를 채색분석해 볼까요? 백의에 수많은 둥근 문양들을 금색으로 그린 만큼 매우 중요하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고려불화에 앞서 고구려 벽화를 연구해 보지 않으면 결코 풀리지 않는다. 고구려 벽화의 90%를 차지하는 문양들을 필자가 처음으로 해독했으므로 고려불화와 조선불화의 모든 둥근 문양을 비로소 해독할 수 있었다.

앞서 고구려 벽화에서 생명 생성의 과정을 보여주는 문양을 학계에서는 괴이한 구름, 즉 괴운문(怪雲文)이라 부르고 있는데 그 문양부터 파악해 두어야 비로소 고려불화의 원형 문양이 보인다. 다시 말하면 모두 괴이하다고 알고 있는 문양들을, 필자는 영기문이라 통괄적으로 이름 붙이고 있는 셈이다. 역동적인 이상한 문양들을 도무지 알 수 없으므로 괴이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도 3-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도 3-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도 3-2~도 3-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도 3-2~도 3-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도 3-5~도 3-6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도 3-5~도 3-6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도 3-7~도 3-8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도 3-7~도 3-8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도 3-9~도 3-10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도 3-9~도 3-10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고구려 벽화 가운데 5세기의 집안 삼실총 벽화의 한 영기문을 단계적으로 채색분석한다(도 2-1~도 2-8). 그다음에 7세기의 평양 강서대묘의 중요한 문양을 단계적으로 채색분석하기로 한다(도 3-1~도 3-10). 이상의 것을 풀어내야 비로소 고려 수월관음도에 그려진 약 100개의 원형 영기문이 풀려진다(도 4-1~도 4-9). 그러면 그 마지막 단계에서 원형 안에 가득 차 있는 영기문을 풀어서 밖으로 내면, 만병에서 솟구쳐 나오는 영기문의 광경이 된다(도 4-10). 그것을 보주에서 두 갈래 제1영기싹 영기문이 나오는 것으로 바꾸면 비로소 보주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도 4-11).

 

도 4-1~도 4-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천지일보 2021.9.27
도 4-1~도 4-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천지일보 2021.9.27
도 4-6~도 4-9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도 4-6~도 4-9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도 4-10~도 4-1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도 4-10~도 4-1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1.9.27

만일 지난 회에서 마지막으로 시도한 바를 잊었다면 찾아보기 바란다. 그 모든 과정을 문자언어로 이곳에서 쓰면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영기문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의 단계를 가능한 한 많이 실어서 각각 그 밑에 바로 해설을 자세히 쓰는 방법을 시도했다.

종래의 채색분석법은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서 단계적으로 채식해왔으나, 이번에는 번잡함을 피하여 처음 시작부터 명쾌히 알아볼 수 있도록 시도했는데 여간 어려운 과정이 아니었다. 채색분석을 시도하기 어려운 대중이 어떻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심 끝에 채색분석법을 바꾸어 보았다. 앞 서에서는 영기문의 생성 과정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최종 단계만 보았으므로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채색분석하는 과정을 꼼꼼히 살피고 그 밑의 설명도 자세히 읽어보길 간청드린다. 처음으로 조형언어를 읽는 법을 단계적으로 보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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