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탈레반은 내부나 외부의 적을 원치 않으며 아프간에 포괄적 정부를 구성해 안전 보장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탈레반은 내부나 외부의 적을 원치 않으며 아프간에 포괄적 정부를 구성해 안전 보장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달라질 것이란 약속 후 폭력 잇따라

여성 총살, 이유는 ‘부르카’ 미착용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자마자 정권을 잡은 탈레반이 이슬람 복식을 따르지 않는 여성을 사살하고 시위대에 총격을 가하는 등 잔혹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수도 카불 입성 후 인권을 존중하고 개방적인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유혈사태가 이어지면서 공포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19일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재집권 후 지난 집권(1996년~2001년)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들은 “아프간은 해방됐다”며 “여성 권리를 존중하고 민간 언론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현장의 탈레반 대원들은 이 같은 메시지를 따르지 않았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아프간 타르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선 한 여성이 피투성이가 된 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눈 외에 전신을 가리는 전통 복장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했다가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도시에서도 부르카 없이 다니는 여성을 대상으로 위협 후 집으로 돌려보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같은 날 동부 낭가르하르주의 주도 잘랄라바드에선 탈레반이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사건도 있었다. 탈레반은 대형 국기를 들고 정부의 원복을 요구한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눴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 카불( 아프가니스탄)= AP/뉴시스] 탈레반 부대의 전투원들이 15일(현지시간)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 있는 대통령궁을 점령하고 내부까지 진입한 채 관내 전체를 장악했다.
[ 카불( 아프가니스탄)= AP/뉴시스] 탈레반 부대의 전투원들이 15일(현지시간)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 있는 대통령궁을 점령하고 내부까지 진입한 채 관내 전체를 장악했다.

또 탈레반은 자신들과 맞섰던 저항 세력 지도자의 동상을 부수기도 했다. 이들이 부순 동상은 아프간 중부 바미안주에 있는 하자라족 지도자 압둘 알리 마자리의 석상으로, 마자리는 지난 1990년대 중반 탈레반에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한 주민은 “석상을 파괴한 사람은 알 수 없지만, 이곳에는 잔혹하기로 유명한 탈레반이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 대원들의 폭력적인 행위는 SNS를 통해 전해졌다. 한 탈레반 대원은 시민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르기도 했다.

시민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또 탈레반이 과거와는 달라지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탈레반 대원들의 폭력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공포와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회 광장에서 아프가니스탄 관련 시위가 열려 시위대가 아프간 국기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영국 정부는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에 대응해 여성과 어린이 등 올해 아프간 난민 5천 명을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회 광장에서 아프가니스탄 관련 시위가 열려 시위대가 아프간 국기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영국 정부는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에 대응해 여성과 어린이 등 올해 아프간 난민 5천 명을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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