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태국 방콕에서 한 봉사단이 호흡곤란으로 힘들어하는 코로나19 환자를 돕기 위해 가정용 산소 농축기를 준비하고 있다.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은 현재 델타 변이 확산으로 대유행에 직면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24일 태국 방콕에서 한 봉사단이 호흡곤란으로 힘들어하는 코로나19 환자를 돕기 위해 가정용 산소 농축기를 준비하고 있다.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은 현재 델타 변이 확산으로 대유행에 직면했다. (출처: 뉴시스)

전염성 강한 델타변이 탓

코로나 하루 70만명 확진

백신 접종률 높아도 폭증

집단면역 기준 75%→88%

“중증 질환 방지 목적해야”

[천지일보=이솜 기자] 전염성이 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감염 및 입원 급증으로 이어지면서 확산세가 다시 가팔라졌다.

델타는 2020년 10월 인도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최소 135개국으로 확산된 세계적으로 가장 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다.

지난주에만 전 세계적으로 4백만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12일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최근 며칠 동안 전 세계 하루 신규 확진자는 60만∼70만명대로 집계됐는데, 지난 6월 후반 20만명대보다 훨씬 많은 수다.

◆델타로 세계 확진자 다시 급증

아프리카에서는 지난달 들어 코로나19 사망자가 80%나 급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주 튀니지 전역의 중환자실과 응급실이 포화되면서 세계 최악의 공식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동남아에서는 역대 최악의 코로나 대유행과 씨름하는 국가들이 많아졌다. 베트남과 같이 작년 이 바이러스에서 이긴 듯 보였던 나라들은 이제 산소와 병원 침대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에 시위가 벌어졌고 미얀마는 군사 쿠데타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거의 붕괴 직전이다.

인도 일부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케랄라, 마하라슈트라, 안드라프라데시, 타밀나두, 카르나타카 모두 지난 한주 꾸준히 환자가 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산소와 침대 부족으로 보건 시스템이 마비됐다. 이에 인도네시아 의사들은 집에서 격리된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무료 왓츠앱 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칠레를 제외한 중남미 지역에도 델타가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다시 한 번 코로나19의 세계 핫스폿이 되고 있다. 페루에서는 여러 가지 변이가 세를 겨루며 싸우고 있다. 콜롬비아는 중환자실의 95%가 포화되며 지금까지 가장 긴 유행을 겪고 있다.

DW에 따르면 중남미와 카리브해 전역에서는 백신 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주문한 백신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가운데 약 140만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이와 함께 중남미에서는 코로나19가 지역 경제의 취약점을 상당 부분 악화시키면서 정치적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브라질, 아르헨티나,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콜롬비아, 칠레, 파라과이, 과테말라 모두 거리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날 CNN에 따르면 현재 미국 주민의 98% 이상이 코로나19 위험도가 ‘높은’ 또는 ‘상당한’ 전염 지역에 살고 있다. 이는 지난주보다 19%가 오른 것이다. 코로나19 입원 환자와 사망자가 2주 새 2배로 증가하며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지역사회 전염의 폭증으로 백신 접종자의 마스크 의무화도 부활했다.

높은 백신 접종률을 자랑해온 이스라엘 역시 델타의 습격을 피하지 못했다. 전날에는 신규 확진자 7668명이 나오며 6개월 만에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확진자 수 외에도 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내년 초까지 전 세계에 확진자 1억명이 더 발생해 누적 3억명을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7월 28일 미얀마 양곤 남다곤 공업지대의 나잉산소 공장에서 마스크를 쓴 승려가 산소를 충전하기 위해 산소 탱크를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7월 28일 미얀마 양곤 남다곤 공업지대의 나잉산소 공장에서 마스크를 쓴 승려가 산소를 충전하기 위해 산소 탱크를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집단면역 가능할까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까지도 델타에 초토화가 되면서 ‘집단면역’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집단면역은 인구의 상당수가 바이러스로부터 백신 접종으로 보호되거나 감염으로 이미 면역이 돼 그렇지 않은 집단에서도 감염의 확산을 현저하게 줄일 때 도달할 수 있다.

앞서 전문가 등은 인구의 약 75%가 백신 또는 면역으로 보호되면 집단면역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델타가 출현하면서 집단면역 달성을 위한 예상 백신 접종률은 이보다 훨씬 높아졌으며 일각에서는 집단면역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일부 과학자들은 집단면역에 도달하기 위해 접종 비율은 88%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을 이끈 앤드루 폴러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10일 백신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것은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것이 ‘환상’임을 의미한다며 집단면역은 결코 불가하다고 경고했다.

폴러드 교수는 “이 바이러스의 문제는 홍역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95%가 홍역 백신을 접종 받았다면 전체 인구에서 전염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들은 여전히 델타 변이에 감염될 것”이라며 “또한 백신 미접종자는 누구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즉 우리가 전염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의사이자 영국 리즈의과대학 강사인 아미르 칸 박사도 11일 알자지라에 ‘집단면역’ 자체가 코로나19에 있어 잘못된 개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감염을 통해 자연적으로 얻은 항체로 면역이 되지 않은 사례와 사람들이 두 번째로 전염돼 돌파감염에 걸린 것을 목격했다”며 “코로나19 백신의 목적은 바이러스에 ‘면역’되도록 하는 게 아닌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심각한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홍역이나 천연두 같은 기존 백신 프로그램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코로나19라는 질병에 대해서는 면역보다는 보호가 더 현실적인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칸 박사는 “독감 바이러스처럼 우리는 집단면역이 아닌 백신을 통한 최대한의 인구 보호를 목표로 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솔직히 (코로나19에 있어서는) 심각한 질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의료 시스템이 압도당하는 것을 막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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