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연설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연설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의 유행으로 미국 보건당국이 백신 접종자들에 대한 마스크 지침을 변경해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가을 학기부터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전국 모든 교사와 교직원, 학생, 방문객에게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는 권고도 내놨다.

CDC는 대유행 기간 동안 실내외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가 약 1.8m 내라면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델타 변이와 관련해 새로운 과학 데이터가 나와 백신 접종자에 대해서도 지침을 업데이트할 수밖에 없었다”며 “백신 접종자도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부가 모든 근로자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보훈처는 연방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보건의료 종사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새로운 마스크 지침이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하면서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미국인들이 엄청난 혼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바이러스와 델타 변이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우리는 더 많은 걱정을 해야 한다”며 “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단 한가지다. 만약 1억명이 백신을 접종한다면 우리는 다른 세상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최근 CDC 자료를 인용해 참모들과 기자들에게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며 자체적인 마스크 지침을 채택했다.

CDC의 새로운 마스크 정책은 최근 로스앤젤레스와 세인트루이스에서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두 도시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하면서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를 복원했다.

실내 공공장소 마스크에 대한 지침은 코로나19 전염률이 높은 일부 지역에 적용된다. CDC에 따르면 북서부에서의 신규 확진 사례가 특히 높다. 아칸소,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등에서는 모든 카운티의 발병률이 높다.

미국에서의 신규 확진자는 대부분 백신 미접종자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백신을 접종하거나 과거 바이러스에 전염돼 항체가 생긴 이후에도 다시 확진되는 돌파감염 환자들은 증상이 경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백신 접종률이 급격히 높아지자 당국은 백신을 완전히 접종한 미국인들은 더 이상 얼굴을 가릴 필요가 없다며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지침을 완화했다. 지난 5월에는 이 지침이 더 완화돼 백신 접종자들은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게 됐다.

수개월 동안 코로나19 환자, 사망자, 입원자 수는 꾸준히 감소했지만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델타 변이가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 여름 초부터 이 같은 추세는 바뀌기 시작했다.

◆전국서 반발… “새 지침 효과 못 볼 것”

일각에서는 당국이 백신 접종 상태를 표면적으로 문서화 시키지 않고 ‘자율 시행 제도’로 만들었다는 데 비판이 나온다. 애초에 백신도 접종하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은 백신을 접종한 척 하며 완화된 지침을 기회로 봤는데, 이를 방지할 대책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네브라스카대 공중보건대학 학장으로 CDC 질병 조사관이었던 알리 칸은 AP에 “만약 백신을 맞지 않은 모든 사람들이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면 지금의 급증세를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렌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공중보건법 교수도 “그들(CDC)이 성명을 발표했을 때 얼굴을 가리는 게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을 것임은 예견할 수 있었으며 이는 정확히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며 “효과적으로 그 길을 되돌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개정된 마스크 지침은 미 전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우스플로리다에서는 20여명의 시위대가 마스크 착용하기를 거부하자 브로워드 카운티 학교 이사회는 이날 학생들이 올 가을 학기 교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를 연기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이러한 비판과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많은 미국인들이 전염병에 지키고 예방 조치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과학적 정보를 다시 언급하며 지침이 변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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