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반복 한국교회 힘잃어”
 한교총·한교연 등 통합 촉구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 논의

수년째 지지부진 가능성 글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차별금지법, 건강가정기본법개정안 등은 한국 개신교에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초대형 악재로 꼽힌다. 코로나19 여론 악화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러한 법까지 잇따라 발의되자 최근 장로교 소속 한 목회자는 ‘삭발’을 통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 보수 교계 연합기관의 통합을 요구했다.  한국교회가 교회를 무너뜨리는 반기독교 세력에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보수개혁 총회 장모 목사는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한국교회 대통합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장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및 평등법,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 등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반사회적 악법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반드시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삭발의 이유를 밝혔다.

또 성명을 통해 “현재 한국교회는 각개전투식으로 다 흩어져서 같은 말을 하고 있다”며 “분열이 반복돼 한국교회가 힘을 잃었고 이로 인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종교인 과세, 예배 제재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교총·한기총·한교연은 조속한 시일 안에 통합할 것 ▲각 교단들은 교권주의를 탈피해 대사회·대정부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9월 총회에서 연합기관의 통합을 결의할 것 ▲일부 교계 정치 목사들은 더이상 한국교회를 혼란 속으로 몰아가지 말고 연합기관 분열에 앞장선 것을 사죄할 것 등을 촉구했다. 

한교총, 한기총, 한교연 통합의 필요성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예장합동 총회장이자 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이기도 한 소강석 목사는 당시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일에 밥그릇 다 내어놓고 모든 기득권 내려놓고 다시 한번 한국교회를 세우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며 한국교회 보수 연합기관의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2021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감사예배’에서 ‘한국교회 연합기관, 하나가 될 수 없을까'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특히 요즘 반기독교 세력의 공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교단은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없다. 한 교단만 가지고는 절대 막을 수 없다. 모든 교단이 교단 우선주의를 초월해서 하나 되어 교회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 교단 우선주의를 넘어서 하나된 연합기관의 원 리더십을 세우고 원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한국교회의 입장을 대변하고 사회 전반에 교회의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교계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연합기관으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교계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연합기관으로는 한교총, 한교연, 한기총 등이 꼽힌다. 

한국교회의 최초 연합기관은 1918년 2월 장로교와 감리교가 연합한 조선예수교장감연합협의회다. 해방 이후엔 한국기독교연합총회가 결성됐는데 NCCK의 모체다. 이후 1989년 한경직 목사를 위시한 교계 원로 지도자들이 한기총를 결성했다. 신앙과 정치적 색깔로 본다면 NCCK는 한국교회의 진보진영, 한기총은 한국교회의 보수진영 목소리를 대변한 대표적인 연합기관이었다.

그러나 한기총이 금권선거‧이단논쟁 등 부패상이 드러나면서 2011년 교단연합기구가 분열되기 시작했다. 한기총 내에서 한교연이라는 이름의 또다른 보수진영 조직이 생긴 것이다. 한국교회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할 창구가 나뉘자 교계에서는 교단장들을 중심으로 연합기관이 하나 될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한기총과 한교연의 대립은 이후에도 가속화됐고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교단장들이 도리어 자신들이 연합해 한교총을 출범했다.

한교총은 제4의 교단 연합기구가 됐다. 당초 한기총에 소속됐다가 한기연으로 떨어져 나왔던 대규모 교단들이 모조리 한교총으로 규합했다. 이같이 사분오열된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현실에 2015년부터는 교계 내부에서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각 기관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듯 했으나 수차례 말뿐인 합의와 선언만 반복해 실망을 넘어 내부에선 강한 비판이 나왔다. 실제 2018년 8월 17일 한기연(현 한교연)과 한교총은 지난 8월 17일 통합선언문 및 합의서를 작성했고 10월 15일에도 합의서를 발표했다. 10월 28일에는 다시 한번 합의서를 작성하며 12월 안으로 통합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한기총은 당시 한국교회에서 가장 먼저 출범한 연합기관이 한기총이라며 한기총을 중심으로 통합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기총이 주도권 전쟁을 벌이고 있단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국내 최대 개신교단으로 꼽히는 예장합동이 교계 연합기관을 통합을 주도하겠다고 나섰다. 연합기관의 분열과 난립으로 대정부 창구가 일원화되지 못해 교계의 영향력이 현저히 상실됐다는 문제에서다.

예장합동 측은 지난해 11월 제105회 첫 총회실행위원회에서 한교총, 한기총, 한교연 등 세 연합기구 통합을 선도적으로 추진하자고 데 의견을 모으고 특별위원회 5인을 선정했다.

그러나 한국교회 연합기관, 더나아가 한국교회의 통합은 사실상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2014년 이단 옹호 논란으로 한기총을 탈퇴한 바 있는 예장합동 내부에서는 “한교연과는 함께할 수 있으나 한기총과는 하나될 수 없다”등 반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하면 연합기관의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예장합동 총회장 소강석 목사는 최근 교단 기도운동인 ‘프레어 어게인’ 전국 순회 집회를 마무리하며 “총회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전에 연합기관을 하나로 묶으려고 하는데 지지하는 분도 있지만, 거부를 하는 분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소 목사의 말처럼 극우 개신교의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는 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한국교회 통합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6일 소 목사를 향해 “진보 보수가 하나되기 위하여? 어디 한국교회를 문재인한테 팔아먹으려고 그따위 짓을 하냐 말이야. 정신이 나가서 말이야” “여러분, 진보 보수가 하나가 돼요? 그것은 사단과 하나님이 하나 되자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어 파장이 일었다. 당시 전 목사와 함께 방송에 출연한 예장합동 소속 5명의 장로들도 예장합동 총회장인 소 목사를 향해 “정신이 나갔다” “공부나 해라” “본인 속에 ᄈᆞᆯ갱이 사상이 있느냐” “한국교회가 당신들 거냐”등 막말을 해 예장합동이 발칵 뒤집혔다.

예장합동 총회 임원들은 이러한 전 목사의 언행에 대해 교단을 넘어 한국교회를 향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판단, 전 목사의 ‘이단성’에 대해 재조사하기로 전격 결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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