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국정원 개혁이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 임명을 계기로 한층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이전 정부도 국정원 개혁을 단골 메뉴로 내놓았지만 시늉만 내는 정도였다. 오히려 국정원 개혁이 거꾸로 간 측면도 많았다. 국정원의 대선 댓글조작 사건이나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등은 그 압권이다. 이런 한계를 뒤로하고 국정원의 근본적인 개혁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30일 오전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통해 국정원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무려 21년만의 일이다. 개혁의 연장선에서 간판을 바꾼다는 것은 그 내용까지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외안보정보원이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대외관계를 바탕으로 안보 및 정보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그 대신 논란이 많았던 국내정치 개입은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내포돼 있다.

당·정·청이 내놓은 국정원 개혁의 몇 가지 내용만 보더라도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이를테면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서 국내정보를 삭제한다든지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은 국정원 개혁의 핵심을 짚은 것이다. 국내정치에 개입할 경우 형사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개혁 의지의 구체적 반영이라 하겠다. 특히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차단은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의 취임 일성이었다. 그동안 국정원이 국민적 불신을 받으며 정권의 주구 노릇이나 하는 집단처럼 매도됐던 비극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리고 국정원에 대한 국회와 감사원 등 외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동안 대북정보를 다루는 특수한 조직이라는 이유로 국정원에 투입된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북정보의 비밀성이라는 명분하에 세금이 엉뚱한 곳에 사용됐던 사례를 우리는 많이 봐왔다. 이번에는 그 고리를 끊겠다는 뜻이어서 국정원에 대한 신뢰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정권이 바뀌면 국정원의 위상이 따라 바뀌고, 정권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방식의 변화는 이젠 끊어야 한다. 그래서 이참에 국정원 개혁에 대한 입법화를 서둘러야 한다. 박지원 국정원장의 표현대로 ‘되돌릴 수 없도록’ 국정원 개혁의 내용을 법과 제도를 통해 완성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정치와 근본적으로 결별하겠다는 국정원 개혁방안에 대해 통합당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야가 함께 관련법을 개정한다면 국정원 개혁의 성과는 더 빛날 것이다. 통합당도 이번 기회에 국정원 개혁에 동참해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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