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선출, ‘검은돈’ 당락 좌우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20만 원 주면 ‘이런 걸 돈이라고 주나’, 30만 원 주면 ‘이 정도면 보통이야’, 50만 원 주면 ‘이만하면 쓸 만해’라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금권선거로 교계가 ‘검은돈’을 받은 과오를 인정한 목사들의 양심선언이 잇달아 공개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측 신학교인 총신대(총장 정일웅)에서도 금권선거를 유도하는 분위기가 있음을 폭로하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08년 총신대 총장 선거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권성수(대구동신교회) 목사가 지난달 28일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 주최로 열린 ‘교회의 거룩성 회복을 위한 기도회’에서 “한국교회, 우리 교단이 왜 이렇게 거룩성을 상실하게 됐는가”라며 통회했다고 <크리스천투데이>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전 새로남교회(담임 오정호 목사)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주제특강 강사로 나선 권 목사가 총장 선거 후보 당시를 회상하면서 “어떤 사람이 불러내서 ‘아무래도 사람을 좀 만나야 하겠는데요’라는 말을 두 번이나 듣고도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돈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낙선했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권 목사는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20만 원 주면 ‘이런 걸 돈이라고 주나’, 30만 원 주면 ‘이정도면 보통이야’, 50만 원 주면 ‘이만하면 쓸 만해’ 하고 찍어준다더라. 돈을 요구해도 안 주면 ‘앞뒤로 꽉 막힌 몹쓸 사람이야’라고 한다더라. 권력을 잡아 명예와 지위를 얻고 돈과 쾌락을 얻는 분위기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고 실토했다.

이어 그는 “돈으로 교권을 잡는 음모를 회개해야 한다. 개혁을 하기 위해선 권력을 잡아야 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했다는 것을 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권 목사는 “(목사들은) 교인들의 헌금을 회유한 죄를 회개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설교도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게 하는 설교가 아니다. 교인들은 도덕 훈화 정치 이슈강의를 듣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다. 강단 설교에서 예수님을 빼버렸기에 한국교회가 이렇게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내 목회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한국교회 전체가 함께 같이 살아야 한다. ‘남의 이야기야’라고 듣지 말고 ‘내가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같이 망하겠구나’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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