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탄무사모양 뿔잔 (제공:국립중앙박물관)ⓒ천지일보 2019.12.9
말탄무사모양 뿔잔 (제공:국립중앙박물관)ⓒ천지일보 2019.12.9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가야의 제철 문화 선보여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칼끝에 봉황장식이 새겨져 있다. 누가 쓰던 물건일까. 왕실에서 쓰던 물건 같아 보인다. 가야 5세기에 사용한 이 칼은 길이가 113.1㎝다. 말 탄 무사모양 뿔잔도 눈길이 끈다. 섬세한 모양의 이 뿔잔은 국보 275호다.

가야시대 우수한 문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유물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 기획전시실에서 마련된 특별전 ‘가야본성-칼과 현’에는 삼성미술관 리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등 총 31개 기관이 출품한 가야 문화재 2600여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특별전은 가야를 주제로 지난 1991년에 문을 연 ‘신비한 고대왕국 가야’ 전시 이후 28년 만에 새롭게 마련된 것이다.

◆철의 나라의 재발견

고대 한반도 남부에서 삼국과 520여 년을 함께 한 가야. 그동안 ‘철의 나라’ 정도로만 알려져 있고 여러 나라들로 나뉘어져 존재한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그간 비약적으로 늘어난 가야 관련 고고학적 조사 성과는 가야사를 새롭게 인식하기에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호남동부지역의 가야를 새롭게 밝혀낸 것은 고고학적 발굴이 이뤄낸 새로운 성과이다. 가라국(대가야)은 낙동강에서 섬진강에 이르는 여러 지역을 규합했는데, 남으로 여수 고락산성, 서로는 지리산을 넘어 장수 삼봉리와 남원 두락리에 이르는 넓은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남원의 운봉고원과 순천 등지에서 발견되는 가야 무덤은 가야의 여러 세력이 가라국의 편에 섰음을 말하고 있다. 새롭게 발굴한 호남동부지역의 가야 모습은 가야가 추구한 화합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삼국유사’가 말하는 오가야를 넘어 여러 세력이 공존했다는 점과 가야의 유력 세력이라 할 수 있는 가라국(대가야)를 포함한 가야 제세력의 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실체를 밝혀낸 점 등도 중요한 성과이다. 특히 동아시아의 기항지로 번영을 누렸던 가락국(금관가야)이 삼국이 추구했던 통합을 왜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공존과 화합, 힘·번영

이번 전시는 공존·화합·힘·번영이라는 주제로 마련됐다. 현재 가야의 건국은 신화와 설화의 형태로 전승될 뿐 역사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남해안의 어느 바닷가에서 이루어진 수로와 허왕옥의 만남. 전시는 이 설화가 역사의 일부로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를 생각해 보도록 만드는 장이기도 했다.

1부 ‘공존’은 가야의 존재 방식인 공존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가야가 추구한 공존은 여러 사서의 기록에도 잘 남아있지만 물질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공존했던 가야는 다양한 양식의 토기와 독특한 상형토기를 만들었고, 여러 이웃 나라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면서 교류했으며, 독자적인 대외관계를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창원 현동과 함안 말이산 무덤에서 출토된 각종 상형토기를 비롯해 가야 지역에서 출토된 중국을 비롯한 북방유목민, 왜, 신라, 백제, 고구려 등과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각종 유물이 공개됐다.

2부 ‘화합’에서는 호남 동부의 남원, 순천 지역의 세력을 규합한 가야가 중국에 사신을 파견해 위상을 새롭게 하고 우륵의 가야금 12곡을 만들어 화합을 도모했음을 조명했다. 특히 고령 지산동고분 금동관(보물 2028호) 등 대가야의 위상을 보여주는 각종 금동장식품이 공개됐다.

3부의 주제는 ‘힘’이다. 부제의‘칼’이 상징하는 철의 나라 가야의 힘을 여실이 보여주는 국보 275호 말 탄 무사모양 뿔잔과 철갑옷, 말갑옷, 각종 무구류를 전시하고 가야의 제철 기술을 소개됐다. 4부는 중국-한반도-일본을 잇는 동북아 교역의 중심인 가야에 여러 나라의 사신과 사람들이 왕래하면서 철과 여러 특산물을 교역한 모습을 ‘번영’이라는 핵심어로 전시가 마련됐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가야본성-칼과 현’은 내년 3월 1일까지 열린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