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IMF 스페인 전염될라… 구제 발 벗고 나서
최대 1000억 유로 투입 예정

[천지일보=김두나 기자] 잊혀졌던 남유럽발 재정위기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엔 아일랜드다.

지난 17일 글로벌 금융시장은 아일랜드발 재정위기 사태로 크게 출렁댔다. 미국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1만 1000선이 무너졌고 유럽 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증시는 각각 2.38%, 2.63%가 떨어졌고 독일 증시는 1.87% 급락했다.

아시아 증시 역시 동반 약세를 보였다. 다행인 것은 초반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완강히 거부했던 아일랜드 정부가 결국 국제 사회의 구제 압력에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면서 재정위기 사태는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아일랜드발 금융위기 왜?

아일랜드 금융위기는 지난 그리스·포르투갈 재정난과는 성격이 다르다. 정부 재정적자로 몸살을 앓았던 남유럽국가와는 달리 부동산 시장을 기반으로 한 금융권 위기로부터 시작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주택 가격이 폭락하면서 아일랜드 경제 성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부동산 시장은 무너졌고 건설업자들에게 대출됐던 악성채무가 쌓이면서 은행들도 줄도산을 맞았다.

결국 정부는 파산 지경에 이른 은행들에 4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투입했고 올해 아일랜드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의 32%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문제는 유로존 총생산의 1.8%밖에 안 되는 아일랜드보다 11.7%를 차지하는 스페인에 있다.

아일랜드 재정위기가 스페인으로 전염되는 순간 유로존 붕괴는 현실로 다가온다. 유로존을 비롯해 EU와 IMF가 서둘러 아일랜드 구제에 나섰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움 거절했던 아일랜드 정부, 끝내 수락

아일랜드 구제를 목적으로 지난 16일 열렸던 유로존 16개국 재무장관 회의는 아일랜드의 ‘노땡큐(고맙지만 사양한다)’ 카드로 구체적 합의 없이 끝났다.

브라이언 카우언 아일랜드 총리는 이날 “우리는 2011년 중반까지 버틸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고 있다”며 “IMF 지원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아일랜드 정부의 거절 이면에는 내년 초 총선을 의식한 국내 정치계와 독립과 주권에 대한 강한 국민성이 저변에 깔려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아일랜드 정부가 무작정 버티기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번 재정위기는 금융권 부채에 집중된 터라 정부의 지급보증이나 외부 자본투입이 지체될 경우 아일랜드 은행들의 회생은 불가능해지고 아일랜드 정부도 재정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상된 시나리오대로 아일랜드 정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결국 수백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구제금융 금액 얼마나 될까?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패트릭 호노한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위원회 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방문, 국영 RTE TV와 인터뷰를 갖고 “아일랜드 정부가 은행 구제를 위해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수백억 유로의 구제금융 자금을 요청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노한 총재는 이어 “구제금융 대출 금리는 5%에 가까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아일랜드 은행권뿐만 아니라 정부의 신용까지 회복하게 만드는 데는 800억 유로에서 최대 1000억 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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