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자금 1조원 확보한 상태
‘전략적투자자’ 찾고 있는 中
“도와주려는 곳이 여럿 있다”
인수자금 조달 의구심 여전
‘승자의 저주’ 우려 관측도
‘모태’ 금호고속 인수도 착수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박삼구 회장의 금호그룹 재건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해 “도와주려는 곳이 여럿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가기 위해 이미 확보한 재무적 투자자(FI) 외에 전략적투자자(SI)를 찾고 있는 단계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SI는 한군데나 두 군데 또 여러 곳이 될 수도 있다”며 “지금도 찾고 있고, (인수가) 끝난 뒤에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9일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해 FI를 확보해 1조원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SI와 접촉하는 것도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게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의 설명이다.
다만 구체적인 FI와 접족 중인 SI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 인수 자금을 아직 다 마련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는 지적에 박 회장은 “알아서 해석하라”며 불쾌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달 금호타이어 지분 42.01%에 대한 입찰을 실시해 1조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채권단은 늦어도 이달 중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계약 조건을 박 회장에게 알릴 예정이다.
박 회장은 최고 응찰가로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그는 더블스타가 써낸 금액만 내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채권단의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한 달 내에 청구권 행사 여부 및 자금조달 계획, 인수 계약금을 준비해 인수 의사를 밝혀야 한다.
일단 업계는 1조원을 마련한 박 회장이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를 제치고 금호타이어 인수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금호타이어 인수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인수가 완료됐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다.
하지만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그룹 재건에 성공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시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조원에 이르는 인수대금을 상환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과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한 뒤 자금난에 빠져 2009년 금호산업과 2010년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채권단에 넘기는 아픔을 겪은 만큼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또한, 박삼구 회장은 모태 기업인 금호고속 인수 작업에도 착수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인 금호홀딩스는 최근 칸서스PEF(사모투자펀드)와 금호고속 콜옵션 행사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500억원 규모다.
금호터미널은 앞서 2015년 6월 IBK 사모펀드에서 금호고속 지분 100%를 3년 만에 사들였지만, 금호산업 인수 자금을 위해 그해 9월 칸서스KHB에 3900억원에 되팔았다.
당시 금호터미널은 칸서스KHB에 지분을 매각하며 2년 3개월 안에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받았는데, 이 콜옵션을 내달 중 행사한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오는 3월 말까지 금호고속 재인수를 완료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2015년 금호산업을 되찾은 박 회장이 올해 금호타이어까지 인수할 경우 금호그룹 재건을 마무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