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진행된 ‘종교음식’ 프로그램에서 참석자들이 비구니 스님의 음식 소개를 들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명상·순례 체험에서 영화·공연·학술토론까지 ‘다양’

김제·익산·전주 주 무대
미륵신앙 중심지 금산사
동서양 조화 나바위성당
지역 종교문화재 재조명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국내 4대 종단이 이웃종교와의 화합과 상생을 위해 마련한 ‘2015 세계종교문화축제’가 18일 나흘간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번 축제는 ‘함께 갈 동행(同行), 함께 할 동행(同幸)’을 주제로 전통 문화의 도시 ‘전주 익산 김제’ 일원에서 펼쳐졌다.

지난해 ‘종교평화’를 주제로 열린 세계종교축제는 올해 ‘종교문화’를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

첫날 저녁에는 미륵신앙의 중심지로 알려진 금산사에서 개막식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미륵신앙은 석가모니 부처 이후 56억 7000만년 후 미륵부처가 와서 단 세 번의 설법으로 모든 중생을 구제할 것이라고 예언한 내용이 이뤄지길 기다리며 기도하는 신앙이다. 금산사 주변에서는 세상을 구원할 미륵과도 같은 존재를 염원하며 증산도 등 여러 민족종교가 발생해 함께 공존해왔다.

▲ 국내 4대 종단이 이웃종교와의 화합과 상생을 위해 마련한 ‘2015 세계종교문화축제’가 15일 개막했다. 금산사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석한 전북권내 종교지도자들이 무대에 올라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금산사 주지 성우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날 개막식에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전북권내 4대 종교 지도자와 교인, 다문화 가정,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해 각 종단의 문화를 즐기는 등 축제의 첫 팡파르를 울렸다. 뿐만 아니라 전통 한복을 입은 민족종교 관계자들도 나와 관심을 갖고 축제를 지켜봤다.

이 자리에서 금산사 주지 성우스님은 이번 세계종교문화축제가 개최되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금산사로 들어오려면 ‘일주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는 ‘불이문’”이라며 “그 뜻은 둘이 아니지만 둘이고, 둘이지만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모든 이가 이런 생각을 갖고 산다면 세상이 평화로워질 것”이라며 이번 축제의 주제인 ‘동행’을 설명했다.

전북기독교연합회장 백남운 목사는 “하나님이 천지창조를 하시고 보기가 좋았더라라고 하셨는데, 사람들이 모여 화해와 평화, 정의를 이루는 이 자리가 보기가 좋은 자리인 것 같다”고 이 행사를 평가했다.

원불교 김성효 전북교구장은 “사람은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데 종교가 이러한 인류의 열망을 도와주고 함께하기 위해 역할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축제의 깊이를 더해준 행사는 둘째 날 익산 나바위성당에서 열린 ‘종교역사’, 셋째 날 전주중부문화센터에서 진행된 ‘종교토크’ 프로그램이었다.

익산 나바위성당은 110년 전 건축 당시부터 동서양의 조화를 이뤄내 이번 종교역사 프로그램을 살펴보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로 평가됐다. 나바위 성당은 1906년 서양식 외벽에 우리 전통양식인 기와지붕을 올려 건축한 건물이다. 이 성당은 1845년 김대건신부가 중국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페레올주교, 다블뤼신부와 함께 황산나루터에 상륙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국내 기독교 역사의 중요한 사적이다.

▲ 17일 전주중부교회의 비전센터에서 열린 ‘종교토크’ 프로그램. 이태영 전북대 교수(왼쪽)와 전 전북도립미술관장이었던 정읍 시립미술관 이흥재 명예관장(중앙), 인간문화재 왕기석 명창(오른쪽). ⓒ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토크’에서는 나바위성당처럼 전북 지역에 산재하지만 그 의미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종교 사적들을 살펴봤다. 전 전북도립미술관장이었던 정읍 시립미술관 이흥재 명예관장과 이태영 전북대 교수가 모악산, 금산사, 금산교회, 수류성당, 원평교당, 증산교, 신흥종교, 원불교, 미륵사지, 두동교회, 나바위성당 등 종교 사적을 설명했다.

인간문화재 왕기석 명창은 종교토크 주제와 관련한 판소리 대목을 선정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16일과 17일 양일간 원불교, 불교, 기독교 등 이웃종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종교영화도 상영됐다. 원불교 성직자가 되기 위해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의 수학기간을 거치는 예비 성직자들의 일상을 여과 없이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디’가 가장 먼저 관객들을 찾았다.

그 뒤를 이어 불교 영화 ‘길 위에서’가 스크린에 펼쳐졌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다녀와서 젠(Zen, 선)센터 경험으로 출가를 결심한 상욱 행자, 어린 시절 절에 버려져 ‘동진 출가’를 하게 된 선우스님, 인터넷 검색으로 절에 찾아온 민재 행자, 37년 수도생활을 한 영운스님 등 이 시대의 비구니 스님들의 사연이 담겼다.

영화 ‘신과 인간’은 알제리 산골 수도원에서 일곱 명의 수도사와 한 명의 의사가 이슬람근본주의자들로 인한 생명의 위협 속에서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 고뇌하고 갈등하는 내용을 스크린에 담았다. 마지막 영화는 상업영화이지만 기독교적 색채가 강한 영화인 ‘트루 오브 라이프’가 관객들을 찾았다.

축제는 이 외에도 김제와 전주 일대 사찰, 성당, 교회 등에서 순례대회, 명상, 음식축제, 종단 관련 뮤지컬 공연 등 각 종단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운영됐다.

폐막식이 열린 18일에는 전주 다가공원에서 전주전통문화관청소년까지 거리행진이 열렸다. 이번 축제는 종단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내년을 기약하는 타악 울림과 함께 막을 내렸다.

▲ 17일 사찰음식이 소개된 ‘종교음식’ 프로그램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행사 참석자들에게 나눠줄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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