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징계유예와 함께 의료계와 대화 협의체를 만드는 데 착수했다. 하지만 2000명 의대 증원을 철회해야 대화에 나서겠다며 일부 의대 교수들은 집단 사직에 나섰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여야가 뜻을 같이하고 대다수 국민도 지지하고 있지만,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환자들은 피가 말라간다. 10년 뒤를 내다보고 정책을 펴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는 양측이 야속할 뿐이다.

‘갈등(葛藤)’이라는 단어는 칡을 뜻하는 ‘갈’, 등나무를 뜻하는 ‘등’에서 유래했다. 칡은 덩굴을 오를 때 가지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감아 자라고, 등나무는 반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감아 올라간다. 이 둘이 동시에 자라면 서로 엉켜 둘 중 하나는 죽는다.

이처럼 목표나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이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고 적대시하면서 양보하지 않으면 갈등 양상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현재 정부-의료계 갈등 양상 역시 자신의 입장만 고수하고 있어 무모해 보인다.

프랑스나 영국 등 공공의료가 확대된 나라는 의사가 늘어날수록 의사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기에 의사들 스스로 의사인력 충원을 요구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공공의료제도가 미미한 경우 의사는 서로 경쟁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의사가 늘어나도 어느 분야를 지원할지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의대 증원은 답이 아니라는 게 의사들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일명 ‘낙수효과’가 생길 것이라 기대한다. 변호사시험 제도 확산이 지역 변호사를 늘리는 계기가 된 것처럼 전체 의사 인원을 늘리면 수도권에 편중된 의료 인력을 분산시키고, 지역의료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랜 검증을 거쳐 2000명 의대 증원이 최소한이라는 정부 입장도 이해가 가고, 현재 의사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특정과와 지역에 편중되게 만드는 시스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는 만큼 한발씩 물러나 대화에 나서야 한다.

한시가 급한 국민 건강과 생명을 생각하면 분명 답은 나올 것이다. 서로의 입장차만 두고 기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의대 증원을 1000명으로 줄이고, 당장 모든 의사가 현장에 복귀하는 방안 등 모든 가능성을 두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서 의대 증원만 고집해 급한 환자들을 위기 속에 몰아넣는 정부나, 환자 곁을 떠나 자신들의 입장만 고집하는 의사들이나 국민이 보기에는 야속하고 답답할 따름이다. 칡과 등나무처럼 어느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무모한 싸움은 이제 끝내고, 한발씩 물러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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