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3일 공개한 비례대표 후보 등록 자료에 따르면 4.10 총선에서 38개 정당이 253명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를 냈다. 비례대표는 국회의원의 전문성과 각계 대표성을 보완한다는 본연의 뜻은 온데간데 없고 정략만 남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8명을 제명시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입당시켰다. 그러나 총선 후보 등록 마감에 임박해서야 뒤늦게 국민의미래가 자신들이 원하는 기호 4번을 배정받지 못함을 알고 지역구 의원 5명을 추가로 제명시켜 국민의미래에 입당케 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민주당이 주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성정당 난립의 원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고 의원을 꿔주는 행태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은 법과 도덕성 차원에서 흠결이 있는 인사들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당선권 비례대표 후보군에 진보당 후보 3명을 포함시켰다.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은 강령에 한미 관계 해체, 재벌 경제 해체, 교육·주거·의료 무상 제공 등을 명시했다.

민주당 당헌에 굳건한 한미 동맹 등이 규정된 것을 감안하면 유권자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후보 당선권 중 최소 6명이 유죄 선고를 받았거나 수사·재판 중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고 야권 지지층 표심을 놓고 오히려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의 이 대표는 “더불어몰빵으로 심판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후보, 비례대표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 후보를 찍어달라는 것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외쳤다. 유튜브를 통해 “뷔페에 가면 여러 코너가 있지 않느냐”면서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의 강령과 인물을 보고 선택하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례대표제는 직능단체들과 사회적 약자 등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1963년 도입됐다. 하지만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변칙적으로 운영되며 제도 자체의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4년 전 총선 때도 ‘잡탕 위성정당’ 난립으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또다시 도입해 적지않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준형동형 비례대표제는 더 이상 유지돼서는 안 된다.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 자질이 없는 비례대표 후보들을 심판하고 총선 후에는 잘못된 비례대표제를 전면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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