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겸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이 라디오 방송에 나와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민에게 드리는 사과문’이라면서 그가 낭독한 사과문의 문구는 거창했다. 하지만 사과문은 결국 허공을 도는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국민 곁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는 사과문이기 때문이다.

방 위원장은 먼저 “국민 여러분, 의료 이용에 불편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부터 했다. 또 “이번 사태로 진료에 차질을 빚은 것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게 만든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는 식으로 내용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 저희가 정말 잘못했다”며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다”고 뉘우쳤다. 방 위원장은 “이제 국민 여러분과 그간 미흡했던 소통을 하고자 한다. 고충과 개선점을 듣겠다”고도 말했다.

그의 발언 중에는 의사단체가 집단행동을 할 수 있었던 ‘믿는 구석’에 대한 설명도 나왔다.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 “국민 여러분이 당연히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지지해줄 거라 믿었는데 아니었다”는 해명이었다. 그는 “매일 국민 여러분의 크나큰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면서 “기형적인 의료 환경의 작은 희생자이자 어쩌면 방관자인 저희의 자기연민으로 가장 큰 희생자인 국민의 아픔을 돌아보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결국 의사들은 국민이 의사집단을 지지하는 게 당연하다고 단정 짓고 집단행동을 시작한 셈이다. 오만이자 착각이 가져온 행동이다. 국민에게 잘못했다면서 자신을 낮춰 사과하는 모양새였지만, 행동이 뒤따르지 않은 말은 이미 진정성을 잃었다. 사과문 발표에도 20개 의대 교수들은 25일부터 사직서를 낼 계획이다. 말뿐인 사죄다. 결국 환자 곁으로 돌아오지는 않겠다는 것이 아닌가.

방 위원장의 말대로 이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채 4월로 넘어가면 의대생 유급, 전공의 행정처분, 대학병원 줄도산 파산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의료가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 정부가 의대생 정원 확대를 결정한 게 이 사태의 전적인 이유라고 의사들은 자신할 수 있는가. 의사들은 집단이기주의를 버리고 의료인의 숭고한 사명을 떠올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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