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최근 드라마 ‘살인자 ㅇ 난감’에서 손석구 배우의 아역 영상이 화제가 된 데 이어 오픈 AI가 공개한 동영상 생성 AI ‘소라’의 영상 샘플 40편이 충격을 주었다. 이전에 나왔던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낸 영상과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이 다른 점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을 할 필요도 없지만 간과할 필요도 없었다.

앞서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는 영원한 국민 MC 고(故) 송해 선생이 등장한 바가 있다. 조용필(지창욱)과 조삼달(신혜선)이 어린 시절 ‘전국노래자랑’에 참가한 가상의 장면에서다. 제작진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전국노래자랑의 영상 이미지를 학습시켰고, 이것을 아역 배우들의 연기 모습과 결합을 시킨 것이다. 따라서 마치 송해 선생과 어린 연기자들이 실제 무대에 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는 아역 배우들의 얼굴이 그대로 등장했다.

하지만 손석구의 아역 강지석 배우는 얼굴이 가려졌다. 몸짓과 표정 연기만 드러날 뿐 강지석 배우의 얼굴은 가상으로 인공지능이 만든 손석구 배우의 어린 시절 얼굴에 가려졌다.

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불안한 점은 일자리의 감소다. 앞으로 단역배우나 스턴트맨, 아역 배우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게 된다. 이는 신인 배우의 발굴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점은 양극화를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유명한 배우들은 더욱 유명해질 수 있지만, 새로운 신예들은 진입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드라마 ‘카지노’에서 최민식의 젊은 30대의 모습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산물이었다. 최민식은 60대의 나이에 들어섰다. 2023년 개봉한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서 80대의 해리슨 포드는 40대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것도 생성형 인공지능의 결과물이었다.

예전 같으면 다른 배역을 쓰거나 분장을 통해 해결했다. 영화 ‘국제 시장’에서는 황정민의 젊은 시절이 등장했는데, 이는 기존 컴퓨터 그래픽의 산물이었다. 다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고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들은 덜 반영되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기존의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를 기용하지 않아도 되는 가운데 짧은 시간에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수준의 영상은 그래도 기존의 유명 배우를 스핀오프 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스핀오프 배우 영상은 부상이나 질병으로 촬영을 못 하면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보인다.

‘소라’ 영상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영상을 창조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미학적 스타일을 반영하여 초현실 영상까지 만들어낸다. 향후 전혀 새로운 AI 배우까지 생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메이크업 아티스트, 분장사, 의상,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는 물론 배우까지 일자리를 잃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일단 저작권 침해 문제가 있다. 특히 아직 우리나라는 음성 저작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 솔로 가수나 아이돌 그룹 멤버 음성을 활용해 노래를 만들어 유통하는 사례가 이미 많다. 최근 블랙핑크와 조혜련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영상도 기존 유명인들의 영상 이미지를 활용해 콘텐츠를 사용하는 경우 저작권은 물론 초상권 침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고인이 된 유명인의 경우 유가족의 동의나 팬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적절한 콘텐츠에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영상물의 개발과 발전의 방향성도 생각해야 한다. 개인의 사유화를 통한 사익의 추구보다 국민의 문화적 향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게 해야 긍정적인 대중성이 확보될 수 있고 다시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서 수익 배분 문제만이 아니라 팬심의 반영이 중요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

다음으로 완성도다. 앞에서 여러 사례를 언급했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뭔가 어색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아직은 완성도가 미흡하다. 비용의 절감 효과 때문에 사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니다.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한다. 단순히 화제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팬들은 본질의 매력을 중시하고 실제 존재에 더 팬덤을 이루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미 가상 인간 캐릭터가 2023년 국내외에 크게 화제가 되었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나 싶게 소강상태에 이르고 있다. 가상 인간 캐릭터라는 점이 물리적 접촉의 가능성이 없어서 근본적인 한계에 있다. 그들은 실제 삶이 없다. 실제 삶이 없는 비인간적 존재는 동질감은 물론 감정이입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대면 접촉의 가치가 중요해진 코로나19 엔데믹에서는 가상은 보조적인 대상이 된다.

무엇보다 이런 맥락에서 아우라 즉, 원본이 갖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배우나 가수 그리고 오리지널 콘텐츠의 독보적인 가치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는 원천적인 독창적 캐릭터나 스토리, 작품이 많아져야 한다. 이것이 많아야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드는 콘텐츠도 질적 도약을 이룰 수 있다. 따라서 천재적인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주목받아야 한다. 특히 대체 불가능한 사람 자신의 매력을 지닌 셀럽의 탄생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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