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세븐틴과 트와이스는 보이그룹 그리고 걸그룹이지만, 공통점이 참 많게 되었다. 세븐틴과 트와이스는 모두 2015년에 활동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아이돌에 관한 편견을 멋지게 벗어던진 K팝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빌보드는 덜할지 몰라도 그래미 어워즈의 경우 K팝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무슨 의심의 눈초리일까? 7년 차 신드롬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짐작할 수 있다. 아이돌 그룹에 7년은 ‘마의 7년’이라고 한다. 활동 기간 7년을 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소속사와 계약이 7년이기에 회사와 재계약 여부를 결정짓게 되어 수명이 7년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 즉 멤버들이 재계약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전에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좀 차이는 있지만, 세계적인 걸그룹으로 성장한 블랙핑크는 2016년 데뷔했는데, 완전체 활동과 개별 활동의 병행을 선택했다. 역시 이조차 새로운 모델의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세븐틴과 트와이스 사례를 보면 세븐틴은 2023년 1200만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고,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서 선정한 ‘글로벌 아티스트’ 2위에 랭크되었다. 이는 미국의 국민 가수인 컨트리송 가수 모건 월렌의 ‘One Thing At A Time’이나 테일러 스위프트의 ‘Midnights’ ‘1989(Taylor’s Version)’ 등을 모두 제친 결과였다. 세븐틴의 이러한 활동은 기존의 K팝 모델과 달랐다. 특히, K팝의 원형인 SM 모델에서는 초반기에 대형 홍보 마케팅의 물량 공세에 토대를 두며 벅찬 스케줄을 소화한 뒤에 인기를 얻지만 끝내 지쳐 그룹이 해체되거나 소진되는 일이 흔했다. 즉 7년 차 신드롬이 농후했으며 그것이 외신에는 K팝의 본질인 듯 인식이 박혔다.

세븐틴은 소속사와 같이 계속 가는 길을 선택했는데 방탄소년단도 그렇듯 그들은 무엇보다 팀워크가 좋다. 서로 케미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래와 퍼포먼스에서 그것이 느껴지도록 한다. 그들은 처음의 세계관과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13명의 각각 개성 있는 캐릭터의 아티스트들이 K팝다운 협업을 일관되게 이뤄내는 그들의 활동은 재기발랄한 매력을 지니기도 한다. 그들의 노래 ‘손오공’이나 ‘음악의 신’과 같이 재미있으면서도 정체성을 잘 드러내 주는데, 언제나 순수하고 맑은 느낌을 간직하고 있기에 팬심을 더 불러 모을 수 있다.

마침내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순위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트와이스의 활동도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한류를 넘어서 북미까지 큰 인기를 불러 모았던 점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대개 걸그룹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섹시미를 강조하는 노출형이고 다른 유형은 거칠고 당당한 스타일의 걸크러시 유형이다.

하지만, 트와이스는 이러한 방식에서 벗어났다. 귀엽고 친근한 면을 강조했다. 이러한 점은 JYP가 강조하는 인성이 좋은 아티스트의 면모였다. 그렇기에 섹스나 폭력, 마약으로 점철된 영미권 아티스트와 차별화를 이뤄 건강하고 건실한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구축했다. 이 때문에 방탄소년단도 그렇지만 10대의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허용하는 음악 장르의 대명사인 걸그룹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당연히 같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같이 콘서트장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외연의 대폭적인 확장을 의미한다.

스타일만이 아니다. 2020년을 넘기며 본격적으로 북미 진출을 위해 음악의 스타일 맞춤식으로 전환했다. 트와이스는 ‘빌보드 200’에서 2021년 11월 발매한 정규 3집 ‘포뮬러 오브 러브: O+T=<3(Formula of Love: O+T=<3)’로 3위, 2022년 8월 발매한 미니 11집 ‘비트윈 원앤투(BETWEEN 1&2)’로 3위를 차지했다. 어느 날 갑자기 올라간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올라간 것인데, 이는 팬덤의 점차적 증가를 말해준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 현지 미국인들이 좋아할 수 있는 음악적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시도했기 때문이다. 쉬운 멜로디는 물론 디스코 기반의 댄스팝을 선보였기 때문에 폭넓은 대중성을 가질 수 있었다.

장수돌의 탄생은 결국 그들이 자율과 창의를 보장하고 아티스트 활동을 보장해 주는 시스템에 기반한다. 그것이 튼실하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으니 7년 차 신드롬은 사라지게 된다. 세븐틴과 트와이스 사례가 점점 더 많아질 수밖에 없고, 그럴 때 그래미 시상식도 K팝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멀지 않았다. 이제 곧 완전체 장수돌로 방탄소년단도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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