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작년 11월부터 후티 반군에 관한 보도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미국이 항공모함을 동원해 반격을 개시하기도 했다. 홍해는 세계해상 무역의 15%를 차지한다. 유럽까지 해상운송을 하기 위해 동아시아 선박들은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통과해야만 하는 수에즈운하도 홍해를 지나가는 과정이다.

2023년 12월 5일 예멘 알살리프 항구 인근 홍해 연안에서 영국기업 갤럭시 리더호가 예멘 후티 반군에 나포됐다. 후티 반군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의 골치덩어리이자 세계적 문제 반군으로 이전의 IS극단 이슬람 조직과 같은 반열에 올라있는 조직이다.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하마스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현재 전쟁 중이다. 서방의 대표적 국가 미국과 영국은 이스라엘을 지지한다. 당연히 이란, 후티 반군 등은 미·영이 그들의 타깃이 되는 것이다.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지지하지 않는 일본, 한국 등도 비껴가기 쉽지 않다.

문제는 홍해 위기 3개월째를 맞으며 유럽으로 수출할 때 해상 운송비가 한국만 보더라도 70% 이상 급등했다. 홍해 위기 장기화 조짐이 세계물류비용을 결정적으로 증가시키는 상황이며 확장일로에 있다.

동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운송 시 아프리카 희망봉 노선은 2만 5002㎞로 35일 정도 소요된다면 홍해를 통한 수에즈운하노선은 1만 8520㎞로 26일 정도 소요된다.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연료비 발생은 물론 컨테이너 선적 비용의 증가로 제품 원가 코스트가 급상승하고 있다.

급기야 올해의 세계경제위협용으로 꼽힐 정도가 되고 있다. 무역 운임상승, 운송 지연 등이 자연히 상품가격을 올리 수 밖에 없게되는 구조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홍해 위기에 유일하게 비껴가는 국가가 있다. 중국이다. 중국 국적 선사는 프리패스다. 서방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모든 유럽국가까지 영향받지만, 중국만 예외다.

중국은 미국이 이끄는 서방과는 무관하고 인근 지부티에 군사기지가 있다. 자국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해적퇴치 태스크포스도 있다. 미국이 후티 반군 격파에 같이 참여해 강대국 자세를 보여달라 해도 무반응으로 일관한다. 홍해 사태를 오히려 외교적으로 활용한다. 아랍과 연대 강화 기회로 삼고자 할 뿐이다. 중국원유의 50%를 중동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이 중국의 두 번째 무역파트너 이기에 홍해를 통해 대부분 상품을 유통 시킨다. 러시아 유조선도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지만, 중국만 예외인 것은 이란과 동맹을 중국은 맺고 있고 자국해군이 인근 지부티에 주둔하면서 중국 선적만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날로 증강되는 중국 해군력을 바탕으로 해양 패권을 뛰어넘어 미국이 누렸던 중동 비교우위를 이집트 사우디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대체하는 야심도 점차 드러내고 있다. 서방의 협동작전 요청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면서 자국 화물선 호위에만 열중한다.

세계 1위 서방의 선사 스위스 MSC, 2위 덴마크 머스크, 일본, 한국, 프랑스, 독일의 선사는 홍해 운송을 중단했지만, 미국과 대척하면서 중국 해운 기업은 프리패스한다. 독자적 홍해항로 이용을 통해 반사이익을 지금 이 순간에도 극대화 시키고 있다.

미국 주도의 세계 안보 질서에는 하나도 협조하지 않는 커진 중국. 현 홍해 사태를 주시하기만 해야 하는 한국과는 정반대라는 것이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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