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요즘 아시안컵으로 잠 못 이루는 축구팬들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우승 후보자였던 한국팀은 47%까지 우승 확률이 떨어지기도 했다. 우승 후보 국가에서 반 이하로 확률이 내려갔다.

이유는 예선전에서 말레이시아 요르단 등과 비겨서 그렇다. FIFA의 순위를 놓고 봐도 한참 아래 국가들이다. 도박사와 축구 전문 예측 기간에서 조별리그를 보고 달리 평가한 것이다.

어제는 일본이 이란에 패해 8강에서 탈락했다. 다행히 한국은 8강에서 사우디를 극적으로 이기고 4강에서 요르단과 결승 진출을 위해 7일 새벽 경기한다. 잘하지는 못해도 축구만큼은 누구보다 열심히 본다. 다 이유가 있다. 예측 불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출 없는 드라마라는 얘기도 한다.

뻔하면 무슨 재미가 있단 말인가. 박력 있는 축구를 변수도 고려하면서 예측하고 한국팀이 승리하면 기쁨을 가눌 길이 없다. 왠지 모르게 축구 보면 애국심도 발동한다. 거의 유일하게 좋아하는 축구가 조별 예선에서 한때 우승 후보였다가 좀비 축구한다는 평을 받으니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한국팀이 비난과 칭찬을 받으면서 우여곡절 끝에 4강까지 왔다. 꼭 이겨서 60년 만에 3번째 아시안컵을 들고 오길 간절히 바란다. 아시아에서 한·일이 전통의 축구 강국이었다. 이번 경기를 보니 동남아 국가들의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 아시아도 축구 수준이 상향 평준화로 들어가는 중이라고 평가들이 나온다.

그런데 유독 중국 축구만이 뒷걸음질하고 있다고 중국에서는 난리다. 한 중국 축구팬은 중국이 이번 아시안컵에서 무승 무득점으로 예선 탈락한 자국팀의 결과를 보고 “축구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라고 인터뷰하는 모습이 눈에서 떠나지 않는다. 체격, 생김새, 인구 숫자를 보거나 한국과 일본을 비교해 봐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유독 축구를 중국이 못하니 불만이 폭발 일보 직전이다.

중국 사람들이 성향도 그렇고 체제 자체가 비판하는 것을 내놓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운동선수들에게는 특히 비판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축구만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대놓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답답하면 그럴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 축구가 왜 약한지에 대한 국내외적 분석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원인 분석도 10년 전부터 나왔다. 그럼에도 답이 없다. 다만 2015년부터 실행한 ‘중국축구개혁 종합방안’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아서 그렇다. 시진핑도 좋아하니 한때 의욕 넘치게 추진했다.

유소년 활성화 프로그램, 외국 유명선수 영입, 프로축구 활성화, 축구 인구 저변확대를 위한 프로축구 1, 2, 3부 리그별 게임 강화 등 왠만한 방법을 다 동원했다. 그런데 결국 중국이 버릴 수 없는 꽌씨(關係)에 의한 승부조작, 뇌물수수, 국가대표 부정 선발 등 돈과 인맥으로 진정한 실력 있는 선수선발을 하지 못한 필연의 결과를 만들게 됐다.

지난달 29일에는 전 축구협회장 천시위안이 150억원 뇌물수수, 리테 전 국가대표팀 감독, 기술위원장 등도 같은 비리 혐의로 모두 철장 신세가 됐다. 결국 그 밖의 많은 원인이 있지만, 공정, 정의, 찐 실력보다 돈 만능의 오도된 작태가 자체 붕괴로 이어져 오늘의 중국 축구의 자화상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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