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출생아 23만명 밑돌 듯
출생등록도 8년 만에 ‘반토막’

합계출산율, 7년 연속 감소세
대응 없으면 성장률·인구 하락

지방·정치권 현금성 대책 내놔
전문가 “여성 시간비용 줄여야”

[그래픽=최빛나 기자] 우리나라 연간 출생아 수가 8년 연속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인구도 자연 감소하고 있어 한국이 소멸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4.01.31.
[그래픽=최빛나 기자] 우리나라 연간 출생아 수가 8년 연속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인구도 자연 감소하고 있어 한국이 소멸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4.01.31.
핵심요약

◆저출산에 한국 소멸 위기

최근 미국 뉴욕타임즈는 칼럼을 통해 “한국은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유럽 수준의 재앙적인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출생아 수가 8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 만큼 적절한 대응이 없을 시 2070년 총인구는 4천만명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쏟아지는 현금 대책 ‘사실상 무효’

저출산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소멸 위기를 겪는 지방자치단체와 총선을 앞둔 정치권 모두 ‘저출산 문제 극복’에 방점을 둔 현금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금성 대책이 저출산 대책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현금 지원보다 여성의 시간 비용을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현재 같은 저출산이 지속되면 한국은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유럽 수준의 재앙적인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 그런 감소만으로도 한국 사회는 위기에 빠지기 충분하다.”

작년 말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한국은 소멸하나?(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NYT는 해당 칼럼에서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집계되고, 2060년대 말까지 인구가 3500만명 미만으로 급락할 것이라는 통계청의 예상을 언급했다.

이같이 한국이 ‘초저출산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정확한 진단과 해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2005년 관련법을 제정하고 지난 18년간 저출산·고령화를 막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발성 ‘현금성 지원’ 중심의 각종 저출생 문제 해법이 난무하는 만큼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출생아, 8년 만에 ‘반토막’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출생아 수는 21만 3572명을 기록했다. 이는 8년 전인 2015년 연간 출생아 수(43만 8천명) 대비 절반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월별 출생아가 2만명을 밑돌면서 1만 7천명선으로 떨어진 데다, 통상 연말엔 출생아 수가 꺾이는 계절적 흐름까지 고려하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출생아는 2015년부터 8년간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년 대비 출생아 수는 지난 2016년 3만 2천명, 2017년 4만 8천명, 2018년 3만 1천명, 2019년 2만 4천명, 2020년 3만명, 2021년 1만 2천명, 2022년 1만 1천명 감소했다. 8년 동안 해마다 1만~3만명씩 줄어든 셈이다.

실제 출생월과 차이가 있는 ‘주민등록기준 출생등록’도 2022년 25만 4628명에서 지난해 23만 5039명으로 2만명가량 줄었다. 처음 하항곡선을 기록했던 2015년과 비교했을 때 절반가량 떨어진 것이다.

출생아 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도 눈에 띄게 짧아졌다.

출생아 수는 1970~1971년 100만명을 웃돌았지만 1972~1974년 90만명대로 떨어졌고, 1983년까지 70만~80만명선을 오갔다. 이후 1984~1990년 60만명대로 떨어졌다가 1991~1995년 70만명대로 반등했지만, 1996년(69만 1226명) 다시 7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2000년 출생아 수는 60만명대를 지켰지만, 2001년 약 56만명, 2002년 49만 7천명으로 하락한 이후 50만명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40만명대에서 등락했던 출생아 수는 2015년을 기점으로 8년째 가파른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20만명선도 위협받고 있다.

육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육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합계출산율, OECD 중 최하

출생아가 차츰 줄어들면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작년 11월 발표한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전년 대비 0.10명 감소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합계출산율은 2016년(1.1명) 전년 대비 0.12명 감소한 이후 2017년 0.12명, 2018년 0.07명, 2019년 0.06명, 2020년 0.08명, 2021년 0.03명, 2022년 0.03명 줄며 7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생산 가능 인구(15~64세)는 2020년대 약 3700만명에서 2030년대에는 3400만명 밑으로, 2050년에는 2400만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적절한 정책 대응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2050년 성장률이 0% 이하로 추락하고, 2070년 총인구가 4천만명을 밑돌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보고서를 통해 “현재 추세대로라면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3%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46년에는 일본을 넘어 OECD 회원국 중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큰 나라가 된다”고 밝혔다.

한은이 정책 대응이 없는 시나리오로 출산율 모형을 분석한 결과 2070년 한국은 90%의 확률로 연 1% 이상의 인구 감소가 나타나고, 총인구는 같은 확률로 4천만명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추세성장률이 0%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은 2050년 50.4%, 2059년 79%로 높아졌다.

한은은 “급격한 고령화로 성장률 하락에 더해 노인 빈곤, 사회적 소득·소비 불평등 문제를 키울 수 있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질 측면의 일자리 양극화) 완화,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하향 안정, 수도권 집중 완화, 교육 과정 경쟁 완화 등 ‘구조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정책적으로 가족지원 예산을 대폭 늘리고 육아휴직 이용률을 높여 실질적 일·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출산율을 약 0.2명만 올려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평균 0.1%p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자체·정치권 ‘저출산 대책’ 봇물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을 비롯해 총선을 앞둔 정치권까지 저출산 문제 극복에 방점을 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저출산 장기화로 소멸 위기까지 겪고 있는 지자체들은 현금성 지원 중심의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충북 영동군은 결혼 후 관내에 정착하는 45세 이하 청년부부에게 1천만원의 정착지원금을 제공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부에게 최대 1억 2400만원을 지급하는 ‘1억원 성장 프로젝트’를 올해부터 시작한다.

경남 거창군은 출생아 1인당 1억 1천만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인천시는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만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남 화순군은 청년·신혼부부에게 월세 1만원으로 20평형대 아파트를 임대하는 ‘만원 임대주택’ 사업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강원도는 올해부터 육아기본수당 지원 대상을 4세에서 5세로 확대해 1∼3세 아동은 월 50만원, 4∼5세 아동은 월 3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정책 공약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유급 배우자 출산휴가(아빠휴가) 1개월 의무화를 공약했다. 아빠의 육아 참여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다. 또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올리고, 초등학교 3학년까지 유급 자녀돌봄휴가(연간 5일)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아이를 가진 모든 국민에게 출산 전후 휴가 급여와 육아휴직 급여를 보편적으로 보장하겠다고 했다. 또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을 대출해주고,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하겠다고도 밝혔다.

문제는 이들 저출산 대책이 모두 ‘현금성 지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강식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은 지난해 10월 인구포럼에서 “최근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임금이 상승하면서 양육에 대한 기회비용이 증가했다”며 “이러한 변화를 염두에 뒀을 때 현금 지원은 저출산 대책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또 “정책 설계 시 직접적인 현금 지원보다 여성의 시간 비용을 줄여주는 정책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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