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며 핵 무력 도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북남은 더이상 동족 관계가 아니다”라며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새해를 맞아 4월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핵 도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단계적으로 위협의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해 5차례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렸고, 2차례 실패 끝에 군사정찰위성 발사에도 성공했다. 핵무력 고도화를 북한 헌법에 명시하고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하는 등 핵 타격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다. 금년부터 그동안의 위협 밀도와는 다를 것이라는 예고를 김정은 위원장은 대내외적 선언을 통해 공표한 셈이다.

한반도 안보 불안이 고조되고 있지만 우리의 대응태세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은 새해들어 63년 만에 경찰로 넘어갔다.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를 수사하는 권한인 대공수사권은 기존에 경찰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 국정원의 관련 업무까지 경찰이 맡게 된 것이다.

국정원은 해외에서 관련 정보를 수집해 경찰에 전달하는 역할만 하게 된다. 오랜 경험과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한 대공수사의 특성을 고려할 때 경찰이 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국내 정치 개입과 인권 침해 방지 등을 이유로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 업무를 삭제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개정 국정원법을 국화에서 통과시켰다.

경찰은 그동안 인력을 증원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준비를 해왔다. 전체 안보수사 인력은 올해 724명에서 내년 1127명으로 약 56% 늘어났다. 이 중 순수 대공수사 인력은 700여명으로 종전보다 약 75% 많아진다. 중요 대공수사를 전담하는 ‘안보수사단’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 산하에 신설되고 정예 인력을 양성하는 ‘안보수사 연구·교육센터’도 올해 10월 개소한다.

이런 준비에도 대공수사의 공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의 인력 보강이 계획에 한참 못 미치는 데다 예산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로 인해 안보 수사에 한 치의 빈틈도 생겨선 안 될 것이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금지를 외치는 사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이들은 총선 출마를 저울질 하며 이미 제도 정치권에 들어왔다.

북한의 오판을 줄이기 위해 군사적으로 압도적 대응 역량을 과시하는 건 필수적이다. 이에 못지않게 내부에 암약하는 간첩을 적발해 안보공백을 빈틈없이 메우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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