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성당·교회서 기념 미사·예배
정순택 대주교, 명동성당 미사 집전
아기 예수 안치하는 ‘구유의식’도

성탄 전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
시종일관 웃으며 밝은 모습들 보여

‘안전사고’ 우려하는 목소리들 들려
“인파에 ‘이태원 압사 사고’ 생각나”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24일 밤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마당에서 아기 예수를 말구유에 안치하는 구유 예절의식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24일 밤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마당에서 아기 예수를 말구유에 안치하는 구유 예절의식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25.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오실 때 전능하신 하느님의 아들로서 위엄 가득한 다른 모습으로 오실 수도 있었을 텐데,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오늘(25일)은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가 이 땅에 육신을 입고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날 ‘성탄절’이다. 기독교인도,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도,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도 세상이 축제 분위기였다. 거리에는 알록달록 화려한 성탄 트리가 점등됐다.

이날 전국 성당과 교회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기념 미사와 예배가 이어졌다. 또 다양한 성탄 축하 행사가 진행됐다.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이날 자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의 집전으로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가 봉헌됐다. 정 대주교는 24일 아기 예수를 말 구유에 안치하는 ‘구유의식’을 진행한 뒤 강론에서 전쟁의 위협 속에 있는 사람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예수님의 탄생이 큰 희망과 힘이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성탄 메시지를 발표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성당을 찾은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성당을 찾은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25.

◆여느 해처럼 북새통 이룬 명동대성당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이날 명동대성당은 지난해보다 북새통을 이뤘다. 입구에서부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으며, 줄을 서서 천천히 올라가야만 했다. 골목으로 들어선 차들은 사람들로 인해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8년 만에 찾아온 화이트크리스마스에 더욱 들뜬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성당 주변이 화려한 불빛으로 꾸며져 있어 불빛에 비친 이들의 눈은 더욱 반짝였다.

미사 직전 진행된 구유예절을 앞두고는 구유에 담긴 아기 예수를 카메라에 담고자 모인 사람으로 가득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성당을 찾은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성당을 찾은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25.

◆안전우려에 ‘이태원 참사’ 떠올리는 시민들

성탄절 전야 명동거리는 한때 최대 9만 6000명 인파로 붐볐다. 안전사고가 연출되는 상황에 이태원 압사 사고가 생각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명동에는 경찰 기동대, 교통경찰 등 230여명과 방송조명차 1대가 배치됐다. 안전사고 우려가 있었지만, 많은 인력에 안심이 됐다는 시민도 만나볼 수 있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성당이 시민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성당이 시민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25.

◆새해 소망 키워드 ‘건강’ ‘행복’ 기원

미사에 참석하기 위한 신자들과 종교인이 아니어도 빛으로 불 밝힌 명동대성당을 구경하고자 찾은 시민들로도 빼곡했다.

이날 다른 곳이 아닌 굳이 명동대성당을 찾은 이유에 대해 묻자 천주교 모태신앙이라고 밝힌 최민창(20대, 남, 서울시 동작구, 천주교)씨는 “가장 큰 이유는 아기 예수님을 말 구유에 뉘이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고, 한편으로는 평소 냉담하다가 성탄절을 맞아 예수님께 그동안의 죄를 고백하고 앞으로는 잘 출석하겠다는 다짐을 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새해 소망으로는 “4월에 아주 중요한 과업을 앞두고 있는데 꼭 잘 돼서 저도 승진하고 제가 모시고 있는 분도 잘 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혁인(20대, 남, 서울시 동작구, 천주교)씨는 “작년에 세례를 받아서 작년 성탄절에는 일본에 있었기 때문에 올해는 한국 천주교의 본당인 명동대성당에 꼭 와보고 싶어서 찾게됐다”며 새해 소망으로는 가족과 친구들의 건강과 안전을 염원하며 “내년엔 특별히 나라가 평안하게, 사회공동체가 좀 조용하게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성당을 찾은 시민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성당을 찾은 시민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25.

이처럼 대다수 시민은 새해 소망으로 가족, 친구 등 주변인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지인들을 따라 명동대성당을 찾았다는 김보윤(20대, 여, 서울 성동구, 무교)씨는 “종교가 없어서 처음 이런 곳을 와봤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몰랐다”며 “불빛으로 꾸며진 트리 등 볼거리가 많아서 좋았고, 온 김에 새해엔 제 주변인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또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취업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희(30대, 남, 천안시 서북구, 무교)씨도 “가족이 내년에도 건강하길, 그다음에는 내년에도 하는 일 잘 풀리고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녀들의 아기 소식을 기대하는 신자도 있었다. 이선주(70대, 여, 경기도 광주)씨는 “결혼한 지 오래된 자녀가 둘이 있는데 아직 아기가 없다”며 “예수님의 탄생 같이 우리 애들에게도 예쁜 아기가 태어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한편 미사는 성탄절 당일 정오에도 진행된다. 성탄절을 맞아 교회와 성당에서는 음악회, 성탄마켓, 연극, 선물 나눔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마당에 예수 탄생을 재현한 성탄 구유가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2023.1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마당에 예수 탄생을 재현한 성탄 구유가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202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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