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울외장아찌는 삼국시대 부유층에서 별미로 담가 먹기 시작한 후 조선시대까지 해 먹던 우리의 고유한 전통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울외 외에 노각(늙은오이)이나 무와 같은 채소를 술지게미와 함께 절여서 울외장아찌를 만든다. 

술지게미는 곡식으로 술을 빚은 후에 술을 짜내고 난 남은 술 찌꺼기를 말하는 것으로 주박(酒粕), 주자(酒滓), 주정박(酒精粕), 재강, 술비지라고 한다.

그래서 술지게미로 절인 울외장아지를 주박장아찌(酒粕漬)라고도 한다.

새콤달콤 아삭아삭한 맛을 내며 먹고 난 뒷맛이 깔끔해 한식, 중식, 일식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풍석(楓石) 서유구(徐有榘, 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정조지(鼎俎志)>에 ‘울외’가 월과(越瓜)로 나오고, 조선 후기의 학자인 오주(五洲) 이규경(李圭景, 1788~1863)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백과(白瓜)로 나온다.

일본에서도 백과(白瓜, しろうり)라고 한다. 울외를 채과(菜瓜)라고도 하는데, 참외과에 속하는 박과의 덩굴식물이다. 참외와 비슷한 식물이라 생각하면 되는데, 참외에 비해 단맛이 없고 크다. 

‘울외’라는 이름은 군산 지역에서 3대째 울외장아찌를 생산하고 있는 어느 기업의 창업주가 월과, 백과 등의 이름을 대체하기 위해 고유어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울타리에서 ‘울’자가 파생되고, 참외의 ‘외’자를 따와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겉모습은 큰 오이나 무, 호박 등을 닮았으나 속을 가르면 참외처럼 중간이 씨로 차 있다. 찌그러진 달걀 모양의 기다란 열매에는 무기질, 섬유소, 비타민B, 비타민C 등 영양소가 풍부하여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 좋은 식품이다.

조선 정조10년(1786) 5월 19일 혼궁(魂宮)에 대한, 발인(發靷)하기 전후의 각양 진배 물종(進排物種) 중에 오이절임인 ‘과자침채(苽子沈菜)’가 보인다.

일본에서는 울외장아찌를 나라즈케(ならづけ, 奈良漬)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큰참외로 불리는 울외가 일본에 건너가 나라현(奈良懸)에서 시작된 쓰게모노(つけもの, 장아찌)의 일종으로 이 고장에서 만든 박절임을 말한다.

이 지방이 나라즈케로 유명해진 이유는 예부터 유명한 청주산지였기 때문으로 청주를 만들고 남은 술지게미에 월과를 넣어 장아찌를 만든 것이 시초이다. 나라즈케에는 껍질이 부드럽고 어린 월과를 이용한다. 나라즈케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월과를 반으로 쪼개서 속을 제거한 다음에 15~20% 소금물에 절이는데, 이 과정을 밑절임(下漬, shida zuke)라고 한다.

밑절임 후에 조미박을 사용하여 월과의 본절임을 하는데, 밑절임 된 월과의 소금빼기와 맛을 들이기를 반복한다. 한 번만 밑절임 된 월과 100㎏에 조미박을 60~80㎏ 절이면 약 7일 후에는 먹을 수 있다. 본절임 공정에서 밑절임 한 월과를 폐주박에 염분을 다시 보충하여 사용하는 것을 염박(鹽粕)이라고 하는데, 한 번 사용한 주박을 일번박(一番粕), 두 번 사용한 것을 이번박(二番粕), 세 번 사용한 것을 세번박(三番粕)이라고 부른다. 밀절임을 한 월과를 세번박, 이번박, 일번박의 순서로 절임을 반복한 후 본절임을 한 것이 맛이 좋다. 나라즈케는 흰색으로 식감이 좋고 향미와 단맛, 감칠맛이 골고루 갖추어진 것이 좋은 것이다.

한국에서는 전라북도 군산의 특산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완성된 울외장아찌는 채를 썬 뒤 김밥이나 주먹밥에 재료로 넣기도 한다. 울외는 살이 물러서 구입하거나 채취한 즉시 바로 가공해야 한다.

울외는 영양 면에서는 열량이 낮고 칼륨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피부미용과 숙취해소, 다이어트 등에 효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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