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칸 유니스 포위 중… 나오지 말라” 경고 전단
네타냐후 “인질 모두 데려오는 건 불가능”… 가족들 분노

이스라엘군은 그들이 제거하려는 하마스 지도부 가운데 상당수가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은신해 있을 것으로 믿고 지상전 확대를 강행했다. 사진은 이스라엘군이 칸 유니스 인근 지역에 공습을 단행한 이후 불꽃이 치솟고 있는 모습 (출처: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그들이 제거하려는 하마스 지도부 가운데 상당수가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은신해 있을 것으로 믿고 지상전 확대를 강행했다. 사진은 이스라엘군이 칸 유니스 인근 지역에 공습을 단행한 이후 불꽃이 치솟고 있는 모습 (출처: AFP,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소탕을 위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주요 도시에 탱크를 진입시키며 지난 5주간의 지상전 중 가장 치열한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와 휴전 결렬을 선언하고 지상전을 강행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인질 가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지 참모총장은 “전쟁이 시작된 지 60일 만에 우리 군대는 칸 유니스 지역을 포위하고 있다”며 “우리는 가자지구 북부에 많은 하마스 거점을 확보했고 이제 남부 하마스 거점을 상대로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남부사령부 야론 핀켈만 사령관도 성명을 통해 “지상전 개시 이후 가장 치열한 날을 보내고 있다”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의 하마스 온상인 자빌리야와 도시 동쪽의 셰자이야에서도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칸 유니스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던 이스라엘군은 이날 칸 유니스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6개 지역 주민들에게 “외출은 위험하다”고 써진 전단을 뿌렸다. 이스라엘군은 군사작전이 임박했다면서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대피소와 병원 안에 남아있으라고 권고했다.

칸 유니스 등 가자지구 남부에는 이스라엘군이 이미 장악한 북부에서 피란 온 수십만명의 주민이 머물고 있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 중 80%가 북부에서 남부로 피난했다. 혼잡한 남부 지역은 현재 평소 인구의 3배 수준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그들이 제거하려는 하마스 지도부 가운데 상당수가 칸 유니스에 은신해 있을 것으로 믿고 지상전 확대를 강행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을 본격화한다면 또다시 엄청난 민간인 인명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BBC 방송은 전날 밤부터 이스라엘군이 칸 유니스 인근 지역에 통신을 끊은 채 칸 유니스 북부와 동부를 중심으로 50회 이상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스라엘군이 칸 유니스 북쪽 데이르알발라의 주택을 공격해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슈하다 알아크사 병원장인 에야드 알 자브리 박사는 외신에 “최소 45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하마스 언론사무실은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가자지구에서 어린이 7112명과 여성 4885명을 포함해 최소 1만 6248명이 숨졌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은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1200명이 사망하고 240명을 인질로 잡아갔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날 10월 공격에서 붙잡은 인질 240명 중 100명 이상이 지난 7일간의 휴전 동안 풀려났다고 밝히면서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멈출 때까지 구금자 협상이나 교환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의 가족들과의 면담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로선 그들(인질들)을 모두 데려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럴(인질 전원 구출) 가능성이 있다면 누가 그걸 거부하겠느냐”고 반문도 했다.

하마스에 끌려가 여전히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이 138명에 이르는 터에 인질이 더 석방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법인 휴전 연장을 거부한 총리의 이날 발언에 가족들은 즉시 분노했다. 이날 일부 가족이 하마스와 전쟁에 몰두할 게 아니라 당장 인질부터 데려오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면담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미국은 이날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민간인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하라고 다시 한번 압박했다.

인도주의 기관인 노르웨이 난민위원회의 얀 에겔란드 대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절대 자기방어라고 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성명에서 “정치꾼 지도자들과 무기와 지원을 제공한 이들에 대한 책임도 있어야 한다”며 “가자지구 상황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인류애의 완전한 실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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