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린 방공망, 무시한 당국… 전쟁이 드러낸 이스라엘군 난맥상
이스라엘 국방 “하마스 뿌리 뽑을 때까지 가자지구에 머물 것”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섬멸될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사진은 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의 경계선 주변에서 기동 중인 이스라엘군 전차부대.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섬멸될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사진은 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의 경계선 주변에서 기동 중인 이스라엘군 전차부대.

[천지일보=방은 기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섬멸될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당국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도발하기 전부터 이미 하마스의 전쟁 계획이 담긴 구체적인 정보를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뉴욕타임스(NYT), CNN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하마스의 뿌리를 뽑을 때까지 가자에 머물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갈란트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남부의 가자지구 접경지를 찾은 자리에서 “골란 보병연대가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셰자이야로 돌아왔다”며 “이번에는 이곳의 모든 테러 기반 시설이 제거될 때까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셰자이야는 이른바 ‘50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치열한 교전이 벌어진 곳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약 5000명의 하마스 무장대원을 사살했으나 최고위급 인사들은 이미 남부로 피신한 것으로 여겨진다고도 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가자지구 남부 중심도시 칸유니스에서 벌어질 전투가 이번 전쟁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하마스 계획 입수하고도 경시

하지만 이스라엘은 지난달 7일 자신들을 기습한 하마스의 공격 계획을 1년 전부터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YT는 지난달 30일 이스라엘 정부와 군 내부 문서, 이메일, 인터뷰를 인용해 이스라엘 당국이 하마스의 전쟁 도발 1년 전부터 하마스의 전쟁 계획이 담긴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했던 사실을 보도했다.

이스라엘 당국이 1년 전 확보한 하마스의 공격 계획 정보는 지난달 7일 하마스가 감행한 기습 공격 방식과 일치했다. 40페이지 분량의 문서에는 공격 날짜가 명시되지 않았지만 하마스의 전쟁 계획을 정확히 예고하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이 작전명(코드명) ‘예리코 성벽’으로 명명한 이 문서에는 하마스가 가자지구 주변의 방어시설을 제압하고 이스라엘 도시를 점령하며 주요 군사 기지를 표적으로 실행할 공격에 대해 자세히 설명돼 있다. 공격 시작과 함께 로켓포를 발사하고, 드론으로 감시 카메라와 자동 기관총을 파괴하며, 대원들이 행글라이더, 오토바이, 도보를 통해 이스라엘을 급습할 것이라는 내용도 기록됐다.

NYT는 “하마스가 실제 공격에서 이 계획안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따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당국은 정보부대 등을 통해 하마스가 집중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받는 등 내부 경고음이 계속 됐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나 다른 정치 지도자들에게 보고됐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스라엘 군과 정보 관리들은 하마스가 이 계획을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신문인 하레츠(Haaretz)를 포함한 다른 매체들도 이 주장을 보도했다.

하지만 하마스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감행해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 이에 지난달 말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는 이스라엘 국민들은 보안 책임자들이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경고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외신은 이달 초 네타냐후 총리와의 인터뷰에서 공격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 질문했으나 총리는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이스라엘방위군(IDF)은 하마스가 스파이들의 도움을 받아 수년간 상세한 공격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는 지난달 7월 공격에 앞서 이스라엘 내 스파이들의 도움을 받아 상세한 지도를 그리는 등 수년간의 계획을 세웠다. IDF는 가자지구에서 무장 괴한들로부터 압수한 방대한 양의 전화기, 노트북, 문서를 조사한 끝에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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