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처음으로 청와대 영빈관이나 용산 대통령실에서 벗어나 마포의 한 북카페에서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소상공인, 택시기사, 주부 등 일반 시민 위주로 구성됐다. 참석한 시민들은 최근 금리와 식비, 교통비 상승과 민생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10월 9차 회의를 경북 상주에서 연 뒤로 직전 20차 회의까지 11차례 회의를 모두 대통령실 청사나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마포의 한 카페에서 연 배경을 대선 출마를 결심한 계기가 된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의 정치선언문 첫 페이지에 국가는 왜 희생만 요구하는 거냐며 묻는 마포 자영업자 얘기가 나온다”며 2021년 6월 정치 입문 당시를 말했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대학시절 자주 다니던 마포 돼지갈비집 사장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으면서 종업원 퇴직금이라도 주려고 집을 팔아 월세로 들어갔다며 절규하는 것을 듣고 출마를 결심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극단적 선택까지 한 맥줏집 사장 사례도 떠올리며 “자영업자의 절규를 듣고 민생을 살리겠다는 각오를 다진 게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어 “초심을 되새겨 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 문제와 관련해 전 정부나 정치권 탓을 하기보다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다. 민생회의에서 ‘은행의 독과점 갑질과 카카오택시의 횡포’를 다시 비판하며 민생의 현장 체감 디테일에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횡포·갑질” “독과점” “부도덕·약탈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반드시 정부가 제재·조치를 해야 한다” “절대 방치해선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서민들을 만나면서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이대로 해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듯 말과 행동이 많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시정연설에선 야당을 예우하며 자세를 낮췄으며, 전 정부 탓을 언급하는 연설문을 직접 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행보가 일회성 보여주기나 위기 타개방법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역효과만 부를 수 있다. 진실성을 갖고 지속적인 태도로 국민과의 소통 활성화를 통해 국정 운영의 방향과 정책을 설명해야 할 것이다.

1년 넘게 중단된 정례 기자회견도 재개할 필요가 있다. 초심을 되새겨 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를 보이는 모습이 쌓이면 더욱 깊은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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