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피스’에서 열연한 고아성의 연기는 새로운 고아성의 발견이다. 그동안 고아성이 보여주지 않았던 폭발적인 연기내공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충분했다. 점점 증폭되어 가는 감정선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적정선을 지켜가며 전달하고 있는 고아성의 ‘오피스’는 그녀의 재발견과도 같은 작품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천지일보와 영화 ‘오피스’ 관련 인터뷰를 진행한 고아성은 시종일관 진솔한 자신만의 연기관에 대해서 전달했다.
“역할 준비할 때 어떤 사람의 단면적인 모습이 되게 강렬하게 올 때가 있어요. ‘오피스’에서 이미례 역을 준비하는데 회사원이 많은 광화문에 갔더니 야근을 마치고 새벽에 어떤 회사원이 걸어 나오는 것을 봤어요. 그 모습을 보니깐 그 사람의 하루가 저절로 그려지면서 너무 고단해 보여서 마음이 슬퍼지더라. 그러면서 시나리오에서 봤던 이미례의 모습이 그려졌죠. 이후 차를 타고 가다가 회사원을 보면 ‘오늘은 어땠을까. 김 부장한테 혼나진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별해 보이기 시작했어요.”
고아성은 이번 영화에서 해고 직후 일가족을 살해하고 다시 회사로 출근한 김병국 과장(배성우 분)을 따랐던 인턴사원 이미례로 열연했다.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 회사원 사이 잠재된 폭력을 수면위로 끌어 올리면서 초현실밀착형 스릴러 장르의 탄생을 알린 ‘오피스’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국내 개봉 전 올해 열린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특히 가장 약자의 입장인 인턴사원이지만 고아성은 극중에서 누구보다 강력한 중심축으로 스토리를 끌어나가 극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첫 시나리오 보고 촬영 끝날 때까지 제가 주연인줄 몰랐어요. 당연히 김병국 과장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죠. 또 영화에 등장하는 회사원 모두가 어우러지는 영화라서 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라곤 생각을 안 했는데, 완성작을 보니깐 모든 배우가 욕심을 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반적인 회사의 공기가 가득 찬, 모두가 어우러진 영화로 탄생됐어요.”
고아성은 이번 ‘오피스’로 다시 한번 칸에 레드카펫을 밟으며 자신의 글로벌 커리어를 더욱 탄탄하게 다졌다.
올해 24살 여배우 고아성. 첫 영화 입봉을 봉준호 감독의 ‘괴물’로, ‘여행자’로 첫 칸 입성, ‘설국열차’로 할리우드 작품 첫 출연 등 다양한 필모그래피로 글로벌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그녀.
“배우를 시작할 때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아역 출신에겐 ‘지금부터 멜로 연기를 하면서 성인 역할을 하라’ 등 몇몇 요구들이 있는데 그게 매뉴얼이 됐더라고요. 저는 그런 기준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어요. 일부러 성인 연기자로 전환하기 보다는 좋은 작품이 있으면 작든 크든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아역에서 성인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죠. 사실 운이 좋았던 것도 있고요(웃음).”
한편 고아성 박성웅 배성우 주연의 영화 ‘오피스’는 지난 3일 개봉, 절찬 상영 중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