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탄핵에 대해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서 맡겨 주신 직분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많은 실망과 걱정을 드렸던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비선 실세’로 불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사익편취 및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에서 듣고 정말 너무 놀랐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최씨의 비위를 알지 못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탄핵 사태의 책임이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에서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언론과 인터뷰한 건 2021년 말 특별사면된 이후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인터뷰 직후인 25일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 전통시장인 현풍시장을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만 해도 대외 행보를 꺼렸다. 그러다 지난 4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 15일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구미 생가를 찾으며 공개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13일에는 사저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예방을 받았다. 이를 두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내년 총선 때 친박계 인사들의 출마설에 대해 “(출마가) 저와 연관된 것이란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며 현실 정치와의 선을 그었다.

오랜만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임 시 일어난 탄핵에 대해 일단의 책임을 느끼며 사과한다는 박 전 대통령을 보면서 진영 논리를 넘어선 진정성을 느낄 법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많이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시 잊힌 존재로 살겠다고 했다가 정치적 언동을 노골적으로 밝히며 현실 정치에 개입하며 뛰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19일 서울 여의도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며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더해 최근의 외교행보까지 한반도의 위기를 키우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전직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훈수를 두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역대 대통령은 국가원로답게 국론분열이나 이념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삼가고 국가의 정통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데 기여 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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