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화석 사용 후 활동 확장한 인류
산업 발전으로 곡물 대량 생산
잉여 농산물 바다에 버리기도
혼자선 어려운 탄소배출 문제
전 세계 나라·개인들 동참해야

이상기후 등 기후 위기 닥친 지구.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8.30.
이상기후 등 기후 위기 닥친 지구.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8.30.
[핵심요약]

◆인간 활동으로 파괴되는 지구

농업과 에너지 산업의 발전으로 인간 삶의 질은 개선됐지만 지구 환경은 파괴되고 있다.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역할을 해왔던 농업과 에너지 산업이 이제는 인간이 살아가는 장소를 오염시키며 생존권을 위협한다. 명암이 교차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이미 뜨거워지기 시작한 지구는 곳곳에서 기상이변을 보인다. 열대지역과 해안지역은 수면이 오르면서 불안에 떨고 있는 반면, 동토였던 그린란드 개발이 주목받고 연해주 지역은 새로운 농업기지로 언급된다. 태풍의 진로와 빈도수가 바뀌었고 대규모 산불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탄소배출 문제는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구촌에 사는 모든 나라와 개인들이 동참해야 한다. 전체 배출량이 줄어야 하기 때문이다.

◆농업-에너지 산업, 보완적 관계돼야

농업은 에너지 산업이다. 그런데 인간에게 공급되는 에너지원을 에너지 산업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바이오 연료가 대표적이다. 작물은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바이오 연료 생산에 활용된다. 잉여 농산물을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바이오 연료가 화석연료의 대체재로 인식되면서 연료 생산을 위한 생산으로 전환됐다. 농업과 에너지 산업을 다시 보완적 관계로 돌려야 한다. 에너지 산업은 재생 가능한 대체 에너지 개발·이용에 집중해야 한다. 농업은 다시 ‘팜 투 테이블’로 돌아가야 한다. 큰 방향의 전환이 이뤄져야 작은 노력도 빛을 발한다. 저비용 고효율만을 추구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효율이 낮더라도 천천히 가야 한다. 지구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서다.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농업은 에너지 산업이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에너지 산업은 기계력(機械力)의 원천을 제공하는 반면, 농업은 인간력(人間力)의 원천을 제공한다. 과거에는 인간은 생존을 위해 대부분 농업에 종사해 왔다. 전형적인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농장에서 재배한 유기농 농산물을 식탁에 올리는 것)’이었다.

화석 에너지 사용이 발전하면서 인력보다는 기계력에 의존하게 됐지만 인간의 활동 영역은 전 세계로 확장됐다. 농업에 종사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에너지 산업의 발전으로 세계의 무역이 활성화되고 인류의 이동성이 증가하면서 잉여 농산물의 거래가 가능해졌다.

인간이 농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살아갈 수 있게 되면서 인구는 폭증했다. 이에 맞춰 농업은 대량 생산을 통해 인력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렇듯 수 세기에 걸쳐 농업과 에너지 산업은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며 발전해 왔다.

◆인간에 도움 줬던 산업, 생존권 위협

농업과 에너지 산업의 발전으로 인간 삶의 질은 개선됐지만 지구 환경은 파괴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농업과 에너지 산업을 지목한다. 2014년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이 산업(공업)은 21%, 전력과 열 생산은 25%, 농림업과 그 외의 토지 이용이 24%다. 농업과 에너지 산업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는 지금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에 여념이 없다. 이미 뜨거워지기 시작한 지구는 곳곳에서 기상이변을 보인다. 열대지역과 해안지역은 수면이 오르면서 불안에 떨고 있는 반면, 동토였던 그린란드 개발이 주목받고 연해주 지역은 새로운 농업기지로 언급된다. 북극해 노선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태풍의 진로와 빈도수가 바뀌었고 대규모 산불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역할을 해왔던 농업과 에너지 산업이 이제는 인간이 살아가는 장소를 오염시키며 생존권을 위협한다. 명암이 교차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지구온난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2.07.05
지구온난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2.07.05

◆배출량 저감 과제 당면한 지구촌

탄소배출 문제는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구촌에 사는 모든 나라와 개인들이 동참해야 한다. 전체 배출량이 줄어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 시장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탄소 제로를 위해 탄소배출권을 구매한다. 자기의 배출량을 줄이기보다 타인이 줄인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인 경우가 생긴다. 저개발 국가에서 배출량을 줄이는 사업을 통해 국제기구로부터 배출권을 인정받으면 돈이 된다.

노후화된 에너지 수급시설로 인해 배출이 발생할 경우 설비를 교체해 배출권을 확보한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태양력·풍력·조력·원자력·수소 에너지 등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동일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시도가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효율성 면에서 아직 화석연료를 대체할만한 에너지원을 찾지는 못했지만, 전체 에너지 공급 비중에서 대체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농업과 에너지 산업의 관계

농업과 에너지 산업은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면에서는 같지만, 에너지 공급원 자체는 달랐기 때문에 서로 경쟁 관계에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인간에게 공급되는 에너지원을 에너지 산업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바이오 연료가 대표적이다. 바이오 연료는 재생 가능한 생물 유래 유기성 자원(바이오매스)을 원료로 삼아 발효·착유·열분해를 통해 생산한 연료를 지칭한다.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원료는 인구 증가에 따라 대규모 생산으로 이어진 대표적 품목인 옥수수·콩·사탕수수 등이다. 인구 증가에 맞춰 생산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잉여 농산물이 나오게 됐다. 미국은 잉여 농산물을 저개발 국가에 지원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이를 바다에 버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화석연료를 대체하는데 바이오 연료를 사용함에 따라 잉여 농산물은 바이오 연료 생산에 이용했다. 바이오 연료 역시 사용 중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원료 생산과정에서 탄소 발생이 줄어들기 때문에 제로 탄소배출 연료로 인정받고 있다. 잉여 농산물의 용도가 바뀌자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올라갔다.

◆화석연료 대체재 된 바이오 연료

어부지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의 저렴한 농산물이 미국 잉여 농산물의 빈자리를 채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저개발 국가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유다. 이제는 잉여 생산물의 범위를 넘어 바이오 연료용 농산물을 생산한다. 농업과 에너지 산업이 상호 보완관계에서 대체관계로 전환된 것은 물론 에너지 산업이 농업을 위협하고 있다.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 왔던 농업과 에너지 산업이 인간의 먹거리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가 된 셈이다.

농업 중에 축산업이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주범으로 꼽힌다. 소의 트림, 가축 분뇨 등은 환경 파괴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축산업 발전과 곡물의 대량 생산은 상호 의존적이다. 대규모 축산에는 사료 공급이 필수다. 사료의 주원료는 옥수수와 콩이다. 사료 생산을 위해 대규모 농장이 개발된다. 이는 지구 산소 공급원이자 이산화탄소 포집원인 삼림 지역을 파괴한다.

이렇게 생산된 사료 작물은 과잉 공급됐지만,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바이오 연료 생산에 활용된다. 잉여 농산물을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바이오 연료가 화석연료의 대체재로 인식되면서 연료 생산을 위한 생산으로 전환됐다.

◆토지 이용 변화의 리스크

EU와 미국에서는 바이오 연료의 사용이 확대되면서 ‘간접적 토지 이용 변화의 리스크’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는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이탄지(해안 습지나 얇은 호수, 늪 등에서 식물의 유해가 조금 분해된 상태로 퇴적된 토지)나 열대우림 등 이산화탄소가 고농도로 축적된 지역을 농지용으로 개간해 바이오 연료로 감축한 온실가스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발생시켜 온난화를 앞당기고 생물 다양성이 줄어드는 위험을 가리킨다.

자연계에는 탄소를 저장하는 메커니즘이 있어 그것을 파괴하면 그 땅에서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대표적인 예는 팜유다. 바이오 연료를 가장 먼저 사용한 나라는 브라질이다. 사탕수수의 공급 과잉에 대응해 바이오 연료 개발에 집중했던 시기가 1930년대다. 화석연료가 보편화하기 이전이다. 지금은 브라질의 아마존 지역이나 인도네시아의 열대 밀림 지역이 팜유 농장으로 개발되면서 환경 파괴의 대표사례가 되고 있다.

◆“‘팜 투 테이블’로 돌아가야”

농업과 에너지 산업을 다시 보완적 관계로 돌려야 한다. 에너지 산업은 재생 가능한 대체 에너지 개발·이용에 집중해야 한다. 농업은 다시 ‘팜 투 테이블’로 돌아가야 한다. 과잉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현지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바이오 연료의 사례와 같이 농업과 에너지 산업이 대체관계가 되면 탄소배출 저감 효과는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직접적 피해는 저개발국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 탄소를 포집하는 대형 삼림 지역은 개발과 산불 등으로 줄어들게 된다.

매 가정들이 플라스틱 사용을 절제하고,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는 등의 노력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큰 방향의 전환이 이뤄져야 작은 노력들도 빛을 발한다. 효율성을 중시하며 저비용 고효율만을 추구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효율이 낮더라도 천천히 걸어가야 한다. 지구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서 말이다.

[용어설명]

◆바이오 연료

식물 재료와 동물 배설물 같은 생물량에서 얻을 수 있는 연료다. 식물 재료와 동물 배설물 같은 공급 원재료는 보충이 쉬우므로 화석연료와 달리 바이오 연료는 재생 에너지 자원으로 간주된다. 바이오 연료 지지자들은 치솟는 유가 및 화석연료가 지구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에 비용 효율이 높고 환경적으로 이로운 바이오 연료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라고 평가한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제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환경 비용·식량 생산으로 인해 경작지로 이용되는 막대한 자연이 사라질 것에 우려를 표명한다. 목재처럼 오랜 기간 사용해 온 바이오 연료는 원자재를 직접 사용해 연소시켜 열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발전소에서 발전기를 가동하는 데 사용된다.

◆탄소배출권

온실가스의 배출에 대한 권리를 말한다. 교토의정서에 의해 국가별로 할당되며, 할당량을 초과해 줄이거나 줄이지 못한 부분을 국가 간에 거래할 수 있는데, 이것을 탄소배출권 거래라고 한다. 반대로 탄소를 줄여나간 업체는 줄인 만큼 탄소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다. 교토의정서 지정 6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메테인·아산화질소·과불화탄소·수소불화탄소·육불화황을 줄인 실적을 국제연합기후변화협약(UNFCCC)에 등록하면 감축한 양만큼 탄소배출권을 받게 된다. 한국에서는 2015년 1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소가 개설됐다. 개장 초기 시장 가격은 톤당 1만원, 달러화로는 9달러 선을 유지하도록 했으며,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에는 톤당 3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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