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영국 왕실 인종차별 논란 지속
세계 SNS에 삽시간 퍼져 비난

英 등 선진국, 자신들 기준으로
인권·기후변화 등 국제법 주도
이에 개도국 SNS에 불만 표출

세계 주목하는 북한 인권 문제
서방 아닌 韓이 주도권 잡아야
SNS 알려지면 경제안보 효과도

[핵심요약]

영국 왕실에서의 인종차별 논란이 잊을만하면 불거진다. 인종차별은 인권 문제다. 영국은 세계에서 인권 관련 국제법을 만드는 데 주도한 나라 중 하나임에도 여전히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하다. 요즘은 이런 인권 문제나 논란이 제기되면 SNS을 통해 전 세계를 통해 알려져 비난의 정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반대로 누군가 인권 의식을 높일 때에도 그 칭찬과 격려가 순식간에 지구촌 SNS에 퍼진다.

세계에서 인권 유린이 자행되는 유명한 지역 중 하나는 북한이다. 북한은 헌법상 우리나라임에도 현재 북한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더 관심이 많은 상황이다. 북한 주민이 인권과 주권을 확보하게끔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한다. 그런 노력들이 SNS를 통해 미담으로 확산하면 우리의 경제 안보도 튼튼해지는 효과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영국 해리 왕자 부부의 자녀와 관련해 왕실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또 불거졌다.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 문제가 전해질 때마다 세계 SNS에는 순식간에 일파만파 퍼진다. 사진은  2019년 해리 왕자와 부인 매건 마클 왕자비 사이(오른쪽)에서 태어난 ‘로열 베이비’와 가족들. (출처: 뉴시스)
영국 해리 왕자 부부의 자녀와 관련해 왕실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또 불거졌다.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 문제가 전해질 때마다 세계 SNS에는 순식간에 일파만파 퍼진다. 사진은 2019년 해리 왕자와 부인 매건 마클 왕자비 사이(오른쪽)에서 태어난 ‘로열 베이비’와 가족들. (출처: 뉴시스)

영국 왕실이 인종차별 논란으로 시끄럽다. 영국 왕실 내부에서 영국 해리 왕자 부부의 아들 피부색을 걱정했다는 말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해리 왕자 부부와 친분이 깊은 전기 작가 오미드 소코비가 출간한 영국 왕실 관련 책 ‘앤드 게임’의 네덜란드어판에 이러한 내용이 실렸다. 이 책은 곧바로 회수됐지만, 소셜미디어에 실린 내용이 일파만파다. 이 문제는 이미 해리 왕자의 결혼 당시부터 문제가 됐다. 결국 해리 왕자가 사랑을 택하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최근에 다시 불거진 것이다.

영국 왕실은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고 세계는 왜 이렇게 주목하는가?

영국 왕실이 인종차별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인종차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대륙 발견 이후 지속된 대항해 시대에 이어 아메리카 대륙은 유럽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기지가 됐다.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노동력 공급을 위해 아프리카 원주민을 이용했다.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 앞바다에 고레 섬이 있다. 이 섬은 당시 노예무역의 중개지였다. 지금은 원주민들이 아메리카로 떠나긴 전에 거주했던 ‘노예의 집’과 연결돼있는 ‘돌아오지 않는 문’은 유명 관광지가 됐다. 미국 대통령들은 취임 초기에 이곳을 방문해 암울했던 과거 역사를 사죄하곤 한다.

그럼에도 인종차별의 잔재는 여전하다. 누군가에 의해 피부색으로 인종을 나누고 그에 따른 보이지 않는 차별은 세계 곳곳에 남아 있다.

이는 인권 문제와 직결된다. 국제사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30개 조항의 세계 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UNHR)을 채택했다. 1966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참여한 가운데 법적 구속력을 가진 세계적 인권 관련 국제법인 ‘국제인권규약’을 만들었다. 세계는 지금 인권선언과 국제인권규약에 따라 인권 문제를 다룬다.

인권이란 “사람이 사람이기에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인종, 국적, 성별, 정치적 견해, 지위 등 그 어떤 것에도 관계되거나 차별됨 없이 모든 인간은 존엄성과 권리에서 자유롭고 평등하다. 국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받기 위해 자유, 안전,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의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 국가가 자국법과 국제인권규정에 명시된 인권 보장의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면 명백한 인권 침해 행위다.

그런데 세계가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기가 70~80년전에 불과하다는 점이 놀랍다. 인간은 지구상에 오랜 시간 존재해 왔다. 그때도 인권은 있었지만, 사람들은 인권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것이다.

인류는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평화의 중요성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권선언과 인권법을 만들었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헌법이나 국내법에 인권 관련 조항을 삽입하고 인권보장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기 시작했다.

이를 주도한 나라들이 이른바 선진국들이다. 선진국들은 산업화 과정에서 인종차별을 비롯해 엄청난 인권침해를 자행한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산업화의 결과 서로의 이권을 확장하기 위해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엄청난 인명피해를 야기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인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인권선언은 기준이 높다. 지구상의 많은 나라들은 선진국 기준에서 만들어진 인권 문제를 자국에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들만큼 경제사회적 발전과 시민사회의 형성 및 의식 고조 등을 기대하기에 선진국들이 걸어왔던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나라들도 부지기수다.

지난 2017년 2월 LA교육원에 전시된 북한 인권유린에 관한 사진. (출처: 뉴시스)
지난 2017년 2월 LA교육원에 전시된 북한 인권유린에 관한 사진. (출처: 뉴시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北인권 챙겨야

마치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에너지 고갈 등으로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지구의 지속가능성(SDG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같은 현상이다. 지구의 환경문제는 산업화 시기부터 시작됐다. 탄소연료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산업 생산성은 올라갔지만 많은 자원을 필요로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선진국들이 나왔다.

선진국을 제외한 수많은 나라들은 아직 발전도상에 있다. 선진국들이 걸어왔던 공업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선진국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지속가능성 문제를 핵심적 과제로 삼기 시작했다. 지속가능성 기준은 선진국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후발 개도국들은 현실적으로 그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 불만은 많지만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국제질서의 냉혹한 현실이다. 이들에게는 억울할 따름이다.

경제안보적 관점에서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선진국들이 세워놓은 기준에 후발개도국들이 맞춰야 한다는 불만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수단이 보편화됐다. 바로 SNS다. 이번 영국 해리 왕자 부부의 문제는 SNS가 발전하지 않은 시대였다면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SNS는 통제 받지 않는 개인 방송이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동일한 방송을 접할 수 있다. 확산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동남아 지역이나 아프리카 지역 등은 SNS의 영향력이 선진국보다 훨씬 크다. 사람들이 대부분의 소식을 SNS를 통해 접한다.

후발 개도국의 국민들은 선진국의 행태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표출하기 힘들지만, 통제 받지 않는 개인 방송은 이를 여과 없이 전달한다. 수년 전 있었던 것도 언제 드러날지 알 수 없다. 더욱이 인권 문제 해결책을 앞장서서 만들었던 영국에서 그것도 왕실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졌으니 영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우리나라는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뀐 거의 유일한 나라다. 한국은 단시간에 선진국들이 겪어왔던 일들을 경험하고 성과를 냈다. 우리 국민들은 단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고 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수많은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을 부러워하지만 그만큼 주목한다. 조그마한 티끌이라도 발견되면 SNS에서 난리가 난다. 한국에서 인권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파만파다. 세계의 모범 사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국격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들의 이미지도 타격을 입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인권문제는 SDGs와는 달리 강제성보다는 높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성격이 강하다. 인권의 개선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생각해 본다. 북한지역은 헌법상 우리나라인데, 우리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다. 북한 주민들은 헌법상 대한민국의 국민이지만, 우리가 누리는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인권의 개선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인권선언에는 생존권, 생명권, 식량권, 경제적 자유의 선택권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단순히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탈북민 보호, 식량난 해소 등을 넘어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 인권, 헌법에 보장돼 있는 인권을 북한 주민들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다. 우리나라는 이제야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북한은 봉건왕조체제다. 봉건왕조체제의 주권은 왕조에 있다. 북한은 말로는 주권이 인민들에게 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든 안다.

북한 주민들이 주권을 가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북한 인권 문제의 핵심이며, 그것을 위해 우리는 세계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노력해야 한다. 이 노력들이 SNS를 통해 미담으로 확산되면 우리의 경제 안보는 그만큼 더 튼튼해지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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