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차 운전 포함 최소 3명 있어야 규정 준수
2차 진압대도 단 2명, 현장서 무시되는 ‘2인 1조’

(출처: 연합뉴스 70대 노인을 구조하다 순직한 성공일 소방관 영결식) ⓒ천지일보 2023.06.20.
(출처: 연합뉴스 70대 노인을 구조하다 순직한 성공일 소방관 영결식) ⓒ천지일보 2023.06.20.

[천지일보=최수아 기자] 새내기 소방관이 순직한 전북 김제 화재 사건에서 현장 소방대원 활동 인원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펌프차 한 대에 단 2명이 탄 채 출동한 것인데, 운전 인력을 포함해 최소 3명이 출동했어야 했다. 당시 진압에 나선 소방대원 인력은 1명뿐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생겼고, 소방관 순직에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21일 천지일보가 단독 입수한 소방청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화재 현장에서 임용된 지 1년도 채 안 된 성공일 소방관이 노인을 구조하다 순직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출동 인원 편성에 문제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의 재난 현장 표준작전 절차(SOP)에는 ‘소방 활동에 있어 2인 이상 1조 활동’을 규정하고 있다. 인명을 수색할 때, 사다리를 작동할 때, 밧줄을 사용할 때, 구조활동 시 등 2인 이상의 활동을 13번 언급한다.

하지만 초기 대응팀인 ‘1차 선착대’로 출동한 소방관은 2명이 전부였다. 펌프차(물탱크 장착된 소방차)를 작동할 인원을 빼면 실질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고 건물에 진입할 수 있는 소방관은 새내기 소방관 한 명뿐이었다. 심지어 펌프차는 그나마 경력이 더 많았던 ‘소방경’이 도맡았다. 이 소방경이 당시 현장의 지휘자였던 선착 대장이다.

보통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 중 직급에 따라 ‘선착 대장’이 현장을 지휘하고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소방대원을 철저히 장악한다. 위급한 상황 시엔 소방관의 긴급 탈출을 진행하게 된다.

김제 진상조사 보고서엔 선착 대장의 지휘 부족을 지적했다. 상황판단, 지휘 선언, 대응 우선순위 결정, 대원고립 시 긴급 탈출 지시 등 지휘 활동이 전면 부재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2차로 도착한 진압대도 소방사 단 2명으로만 구성돼 있어 펌프차를 운영할 소방관은 존재하지 않았다. 선착 대장은 진화 장소와 떨어진 곳에서 펌프차를 운영하고 있어 시야 확보와 상황판단·지휘는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성공일 소방관이 소속된 금산119센터에서 당시 김제 현장에 출동한 선착대 5명 중 4명이 경력이 가장 낮은 직급인 소방사였다. 소방기술경연대회 자체 훈련으로 베테랑(10년 이상 된 소방장 등) 소방관들이 차출된 상태였다. 안 그래도 부족한 소방 인력에 경력직이 빠지면서 소방력이 더 낮아지게 된 것이다.

소방청이 조사한 진상 결과에서 성공일 소방관의 사고 원인이 조직관리와 현장 대응 측면이 지적됐지만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일언반구 언급되지 않았다. 해마다 5~6명의 소방관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정작 권한을 가진 이들은 그 목숨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방기본법 제16조에는 ‘소방청장·소방본부장·소방서장은 화재·재난·재해 등 그 밖의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소방대를 현장에 신속하게 출동시켜 소방 활동을 하게 한다’고 규정한다.

(출처: 전북소방본부 제공) 지난 3월 전북 김제시 금산면의 한 주택에서 불이나 집안에 있던 70대 남성과 그를 구조하려던 30대 소방관이 숨졌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천지일보 2023.06.20.
(출처: 전북소방본부 제공) 지난 3월 전북 김제시 금산면의 한 주택에서 불이나 집안에 있던 70대 남성과 그를 구조하려던 30대 소방관이 숨졌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천지일보 2023.06.20.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해마다 5~6명의 소방관이 반복해서 순직하지만 이번에도 지휘관의 책임은 없었다”며 “임용된 지 10개월도 안 된 새내기 소방관은 세상을 떠났고, 당시 전북 최고 책임자는 얼마 후 진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방 당국은 2인 1조 원칙도 지킬 수 없는 소방 인력을 즉각 확충해야 한다”며 “진상조사 결과에 책임 있는 수뇌부를 엄하게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소방계 한 관계자는 “(소방기술경연대회를 위해 소방 당국은) 최강팀을 꾸리기 위해 소방장 등 10년 이상 되는 베테랑과 임용된 지 몇 달 안 된 사람을 서로 맞바꿔 인사이동 시켰다”며 “원래는 선임이 앞에서 호스를 들고 뒤에 신규 직원이 따라 오는 구조인데 출동할 때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소방펌프차는 보통 4~5명이 기준 인원인데 김제 사건에는 두 명뿐이었다”며 “한 명은 운전과 물을 틀어주고 2명은 같이 진입하려면 최소한 3명은 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고로 순직자가 3명, 4명 발생해도 지휘관들이 아무 책임도 안 진다”며 “안전에 대해 책임질 수 있고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소방서장, 지휘·수뇌부가 경각심을 갖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시 성공일 소방관은 “안에 할아버지가 있다”는 말에 불타는 주택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임용 10개월도 안 된 소방관이었기에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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