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소방관 순직 사고 당시
베테랑들 소방대회 훈련 차출 
“소방대회, 자유 가장한 강제”
“선수 보낸 현장은 피로누적"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23.06.25.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23.06.25.

[천지일보=최수아 기자] #1. “(소방기술경연대회 선수가 뽑히면) 인력의 여유가 없어 대기 근무를 해야 하고 본연의 현장 근무 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희생을 강요당하게 되는 거죠.”

#2. “(소방기술경연대회 신청은) 자율로 한 적은 없습니다, 한 번도. 자유를 가장한 강제죠. 가장 큰 문제는 출동력의 인원이 최소한으로 운영된다는 거죠. 운전 인원은 빼고 2명은 가야 하니깐 무조건 보강(대기인원)을 세워서라도 해야 합니다. 혼자 들어갈 수는 없어요.”

이는 경남지역 선수인 A소방관과 충남지역 B소방관의 말이다. 

소방관 인력 부족 문제가 논란이 이는 가운데 최고의 소방관을 뽑는 ‘소방기술경연대회’가 소방력 감소를 야기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새내기 성공일 소방관의 순직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그 여파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소방대회로 인해 그 피해는 현장 소방관의 생명이 위협당하고 있어 심도 있는 개선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북 김제 화재 현장에서 임용된 지 1년도 안 된 새내기 성공일 소방관이 숨진 지난 3월, 소방기술경연대회 훈련을 위해 인사발령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청 진상조사위원회의 성공일 소방관 순직 조사보고서를 보면 지난 3월 2일부터 4월 17일까지 해당 센터에 소방장(경력 10년 이상) 1명과 소방사 1명이 다른 센터 인원과 맞바꿔지는 인사이동이 파악됐다. 우승을 위해 경력직과 베테랑이 차출되면서 해당 센터의 낮아진 소방력과 인원 부족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앞서 소개한 소방관들은 일 년에 한 번 치러지는 소방기술경연대회에 대해 자율 신청이지만 강제성을 갖고 차출되는 구조로 인해 남은 인력들이 비상근무를 서는 등 소방력이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남은 소방대원들이 빈자리를 채워야 해서 피로 누적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올해로 36회차를 맞이하는 소방기술경연대회는 전국 소방공무원·의용소방대원 선수들이 소방, 구조, 구급 등 총 12개 종목에 대해 기술과 능력을 겨루는 대회다. 

소방관들이 본연의 임무를 벗어나 훈련에 매진하는 이유는 특진에 있는데 지난 13일부터 4일간 치러진 대회는 종목별 우승자 18명에게 특별승진이 주어졌다. 종합순위에 1위 강원지역, 2위 경기지역, 3위에 제주지역이 선발됐고, 우승한 시‧도에는 대통령상 1점, 국무총리상 2점 등이 수여된다. 이날 대회는 선수와 응원단을 포함해 약 1600명이 참석했다. 

A소방관은 “전국 1·2·3 등 안에 들어야지만 진급이나 승급을 누릴 수 있어 힘만 들고 보상이 작다는 이유로 대부분 꺼리는 실정”이라면서도 “아예 안 할 순 없으니 위(시·도)에서는 강제 차출을 한다”고 밝혔다.

또 “잘하는 인원으로 팀을 꾸리기 때문에 계급, 경력, 체력 등이 고려돼서 차출된다”며 팀을 꾸려 대회에 나가야 하는 만큼 훈련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인사이동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은 ‘인력 공백, 소방력 저하’ 문제에도 제도에 순응하며 버텨왔으나, 이번 성공일 순직 사건으로 소방기술경연대회가 소방관의 안전과 생명에 위협이 되고 있음을 방증한 것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대회를 위해 기본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구급에 방해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대회 자체의 취지는 찬성하지만 인력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관계자는 “기술 숙달과 전문화의 이점이 출전 대원들에게만 돌아간다”며 “현장 활동은 모든 소방대원이 다 하는데 소수의 대원에게만 집중되는 훈련이 모든 소방관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수의 인원으로 대회를 하기보다 축제처럼 만들어서 모든 대원이 참여할 방안을 만들어 달라”며 소방청에게 요구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23.06.25.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 20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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