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에 대규모 저금리 대출
기준금리 줄상승에 ‘직격탄’
JP모건 체이스 은행에 인수

미국 뉴욕주 맨해튼 시내에 있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건물의 모습. (AP/뉴시스)
미국 뉴욕주 맨해튼 시내에 있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건물의 모습. (AP/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규제 당국에 의해 폐쇄된 뒤 JP모건 체이스에 인수되면서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는 미 역사상 두 번째 규모의 은행 파산이자 올해 들어 미국 내 4번째 은행 파산이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지난달부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른 시장 불안감이 형성돼 위기에 내몰리면서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까지 빚어졌다. 그 인출 규모는 지난달에만 1000억 달러(134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주가가 90% 넘게 폭락한 데 이어 지난달 말부터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일 오전 3시 40분(현지시간) 퍼스트리퍼블릭을 폐쇄하는 동시에 예금과 자산 대부분을 JP모건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JP모건은 퍼스트리퍼블릭의 예금 1039억 달러(약 139조원)를 모두 인수하고 2291억 달러(약 307조원) 자산 대부분도 사들일 예정이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인수가 발표된 뒤 “이것으로 거의 모든 것은 해결됐다”면서 “위기는 거의 끝났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퍼스트리퍼블릭 인수에 대해 “은행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좋은 일”이라며 은행 파산 위협이 “끝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14위 규모 은행의 몰락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38년 역사의 미국 14위 규모의 은행이다. 부유층을 상대로 한 전략을 펼치면서 재작년까지 10년간 은행 연간 수익은 4배로 늘어났다. 어떤 지표에서는 미국 2위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나 JP모건 체이스보다도 낫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파산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AP/연합뉴스)
파산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AP/연합뉴스)

이번 지역은행 붕괴 사태에는 지난해부터 지속돼 온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생기업을 상대로 낮은 금리의 대출을 대규모로 내준 SVB와 같이 부유층을 상대로 대출을 제공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감당하지 못하면서 결국 붕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만기 투자 포트폴리오 손실은 48억 달러(6조 4368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 기간의 5300만 달러(710억원)에 비하면 크게 불어난 규모다.

지난해 예금이 13% 가까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4분기에만 4억 2800만 달러(5739억원)가 빠져나갔고, 금리 상승으로 대출의 절반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의 시장 가치는 220억 달러(29조 5000억원)나 증발했다.

이러한 지표 악화가 이어지면서 불안감에 휩싸인 고객들로부터 뱅크런이 빚어졌다.

한편 뉴욕타임스(NYT)가 인용한 이날 FDIC의 지난해 12월 통계에 따르면 SVB와 시그니처 은행,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등 올해 들어 파산한 3개 은행의 자산 합계는 5320억 달러(약 713조 4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지난 2008년에 파산한 25개 은행의 전체 자산은 물가 상승을 반영해 현재가치로 환산하더라도 5260억 달러(약 705조 3000억원)로 올해 파산한 은행 자산보다 작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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