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지체 장애인 보행 안내
자율주행·배송로봇에도 쓰여
‘공간 정보 제공 기업’ 목표로
꾸준히 고객층 및 협업 확대
MWC로 해외 판로 개척 이뤄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될 것”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이시완 LBS테크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LBS테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05.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이시완 LBS테크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LBS테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05.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자신감. 그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이시완 LBS테크 대표는 ‘공간 정보가 돈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회사를 창업해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LBS테크 사무실에서 만난 이시완 대표는 장애인 무장애(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LBS테크는 도시에서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는 플랫폼을 개발·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2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보통 장애인을 타깃으로 한 사업은 타 사업 대비 수익성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서비스를 개발해도 막상 장애인들이 쓰기엔 부적합한 경우가 더러 있다.

이 대표도 처음부터 장애인을 타깃으로 겨냥한 건 아니었다. 삼성전자, LG, 현대자동차 등 여러 대기업을 전전해온 그는 ‘공간 정보’가 사업 아이템이 될 것이라는 확신만 갖고 있었다.

원래는 이를 모든 사람이 쓸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었다. 지난 2017년 가리키기만 하면 공간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공간 감지기 ‘스페이스 디렉트’가 첫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용자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이 대표는 “시각 장애인, 노인, 외국인 등 모두가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었지만 시각 장애인인 사촌 동생이 테스트를 해보더니 혹평을 남겼다”며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건 그 누구도 잘 쓸 수 없다는 것과 같다는 걸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이때부터 이 대표는 시각 장애인의 편의성에 방점을 두고 다시 서비스를 개발했다. 그러면서도 사업의 지속 가능성까지 잡기 위해 노력했다. 장애인 서비스에 대한 차가운 풍토로 설득에 2년 정도 시간이 걸렸지만 2020년부터 수익이 나기 시작했고 200%, 300%로 늘어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현재는 그가 당초 설계한 대로 ‘모든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에 가까워지고 있다. 시각·지체 장애인들의 이동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동 경로를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 카페에서 음료값을 결제할 경우 제공하는 음성 결제 서비스를 핵심 사업으로 두고 있으며 자율주행 자동차·배송로봇 등 공간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정보를 제공해 이익을 얻고 있다.

LBS테크의 앱 제품 ‘G-EYE PLUS(지아이플러스)’는 현재 사업을 일부 확장해 지체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이동 관련 정보까지 제공하고 있다. 건물을 촬영하면 진입 가능 여부와 어느 문을 통해 진입할 수 있는지 경로를 안내해준다. 서울 강서구 마곡과 세종시, 대전에서 운영되고 있다.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 글라스, 디지털 트윈 등을 위해 개발한 VLAM(Visual Localization And Mapping) 기술이 적용돼 있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ESG 공로를 인정받았다. LBS테크는 지아이플러스로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가했다. 이곳에서 열린 세계적 권위의 ‘GSMA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GLOMO) 2023’에서 ICT를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ESG 관련 기술이나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는 ‘접근성·포용성 위한 최고의 모바일 사용 사례’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현장의 반응도 뜨거웠다. 스페인 시각장애협회와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다. 지금은 MOU(업무 협약)를 체결하고 관련 논의와 솔루션 테스트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현지 기업과의 연결도 전개될 예정이다.

[천지일보 바르셀로나=손지하 기자] 이시완 LBS테크 대표가 27일(현지시간)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 8.1홀에서 AI 기반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G-EYE+’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28.
[천지일보 바르셀로나=손지하 기자] 이시완 LBS테크 대표가 27일(현지시간)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 8.1홀에서 AI 기반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G-EYE+’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28.

-그간의 사업 전개 과정을 요약해보자면.

“처음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이동 안내 시스템으로 시작했다. 첫째는 장애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페이스에 주력했고 2년 정도 지나니 보행로 정보가 정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둘째는 데이터베이스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보행 약자의 대상인 지체 장애인까지 서비스가 확대됐다. 지금은 배송로봇까지 고객이 되기 시작했다.”

-배송로봇으로도 기업 간 협업이 잘 되고 있나.

“그렇다. 아무래도 휠체어가 가야 하는 보행로 정보들이 실제로 배송로봇에도 똑같이 필요하다. 뉴빌리티, 언맨드시스템, 트위니, 도구의 공간 등과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확신을 갖고 사업 의지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자율주행차를 가장 처음에 탈 만한 사람은 장애인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가 매뉴얼에서 오토로 가는 데 30년이나 걸렸는데 자율주행으로의 전환은 더 오래 걸릴 것이다. 장애인이 자율주행 차량을 탄다고 가정하면 현재 상황에서는 마땅한 위치에서 내리기가 어렵다. 결국 보행로라는 라스트마일·퍼스트마일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업이 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현재 LBS테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지역마다 다르긴 한데 서비스를 운영하는 지역에 한해 시각 장애인 중 15~20%는 LBS테크 서비스를 쓰고 있다. 많이 쓸 때는 50%까지도 쓰셨는데 이제 길이 익숙해지다 보니 잘 안 사용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하루 1000~1200명 정도가 꾸준히 쓰고 있다. 지방은 2000명가량이다. 전국 단위 서비스로 확대하고 싶다.”

-MWC에 가게 된 계기는.

“기술이 사용자의 불편함을 충분히 덜어줄 만큼 발달했다고 생각했고 그런 의미에서 출품해보는 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싶은 것도 있었다.”

-상을 받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들었다.

“솔직히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진 피해자들과 관련된 앱이 쟁쟁한 후보작으로 나와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대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들이 다 떨어졌다. 우리가 받아서 너무 좋았다.”

-다음 목표와 궁극적인 목적은.

“이동 약자 중에서도 제일 어려운 게 지체 장애인 휠체어 쪽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시도가 있는데 휠체어 자율주행 쪽 서비스를 해보는 걸 다음 목표로 잡았다. 궁극적인 목표는 공간 정보를 전체적으로 제공하는 업체가 되는 것이다.”

-인력 관리 등 대표로서의 고충은 없나.

“6년 가까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단 한 번도 경력자를 뽑지 않았다. 기술보다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 이해하려는 노력과 간절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실력보다는 태도가 일을 잘 되게 하는 요인이다. 4년간 이적률이 0%였던 적도 있다. ‘장애인도 도와주는데 우리 옆에 있는 우리 직원도 못 도와준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마음으로 함께 실력도 채우고 일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유롭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협업 및 동종 업체분들이 너무 열심히 해주셔서 응원해드리고 싶다. 조금 더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 번이라도 현장에 가서 장애인을 한 분이라도 더 만나보면 좋겠다. 속도전이란 건 빠르게 가는 게 아니라 같이 가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려면 발을 맞춰야 한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시각장애인용 내비게이션 ‘G-EYE 플러스’를 구현하기 위한 휠체어 등 장비가 서울 서대문구 LBS테크 사무실에 전시돼 있다. ⓒ천지일보 2023.04.05.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시각장애인용 내비게이션 ‘G-EYE 플러스’를 구현하기 위한 휠체어 등 장비가 서울 서대문구 LBS테크 사무실에 전시돼 있다. ⓒ천지일보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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