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종교지도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양원 민족종교 회장,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박 대통령, 김장환 목사, 서정기 성균관장,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김삼환 목사,박남수 천도교 교령,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돈관 스님. (사진출처: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회복 대규모 기도회 기획… 朴대통령 초대 논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국내 내로라하는 대형교회의 목회자인 김삼환(명성교회) 목사의 행보를 두고 교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지원을 위해 김삼환 목사가 별도의 연합체를 결성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세월호 참사를 언급한 김 목사의 설교도 구설수에 올랐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김 목사를 중심으로 원로 목회자들의 지지 아래 결성된 ‘세월호 참사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위원회(교회위원회)’이다. 이미 주요 교단장들을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위로와 대한민국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교단장협의회)’가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병행하는 또 다른 세월호 참사 회복 지원 연합체가 만들어져 교계의 반감을 사고 있다.

교계는 단체 결성 의도가 순수하지 못하다고 비판에 나섰다. 또 제4의 연합기구가 형성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삼환 목사는 당초 교단장협의회와 한배를 탔다. 5월 초에 열린 교단장협의회 첫 모임에서 김 목사는 10만 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제안했다.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적절하지 않다’는 반발이 컸고, 김 목사의 입지는 좁아졌다. 21일 열린 금식기도회 순서 명단에서도 이름이 제외됐다. 교단장협의회는 현 교단장이 아닌 김 목사를 대외적으로 내세울 명분이 없었다.

◆김삼환 목사, 주도권 위해 모임 결성?

이에 김삼환 목사는 그가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을 중심으로 감리교 감독회장을 지낸 신경하 감독, 예장합동 전 총회장 서기행 목사, 예장통합 전 사무총장 조성기 목사 등 교계 유력 인사들을 모았다. 곧바로 교회위원회가 결성됐다. 김 목사가 교단장협의회에 제안했던 대규모 기도회는 오는 6월 1일 명성교회에서 열기로 입을 모았다.

이러한 정황 때문에 김 목사는 자신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또 다른 단체를 결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목사는 지난해 WCC 부산총회 한국준비위원회 대표대회장을 맡았고, 올해 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는 설교자로 나서는 등 교계 대외적으로 주도권을 잡아왔다. 이달 2일에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종교계 의견을 듣고자 교계지도자를 초대한 자리에도 동석하는 등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 교계에서는 제4의 연합기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회위원회 구성원들 대부분이 현재 별도로 속한 연합단체가 없어 세월호 참사 문제가 안정된 이후에도 교회위원회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교회위원회에는 전 교단장 등 교계 인사들이 포진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이은 또 다른 연합기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대규모 기도회 논란… ‘정치성 행사’ 우려

교회위원회가 세월호 유가족 지원 사역으로 발표한 내용은 기존 교단장협의회가 발표한 향후 사역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혼선이 예상된다.

교단장협의회는 지난 21일 결의문을 발표하고 25~31일까지 애도주일로 정해 전국에 현수막을 걸기로 했다. 이후 유가족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교회위원회도 22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비슷한 메시지를 전했으며 이달 말까지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전국 교회에 모금활동과 함께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단체명과 수장만 다를 뿐 하는 일은 거의 같다. 일선교회가 어느 쪽 장단에 발을 맞춰야 할지 혼선을 빚을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다른 논란은 대규모 기도회이다. 위원회가 이 기도회에 박근혜 대통령을 초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마에 올랐다. 교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석가탄신일 대법회와 명동성당 미사에 참석했기에 개신교 행사에도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이러한 기대감에 교회위원회가 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유가족을 위한 위로의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 초청을 위한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냐’는 비판에서부터 6.4 지방선거를 사흘 앞두고 열리는 기도회가 자칫 선거용 행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도회가 정치적 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 주일 명성교회에서 열릴 기도회의 규모와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나라 침몰 대신 애들 침몰” 구설수

한편 김삼환 목사가 주일 설교시간에 전했던 세월호 관련 발언도 구설수에 올랐다.

김 목사는 지난 11일 주일예배에서 ‘믿음의 3요소’라는 제목의 설교를 하던 중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해 “하나님이 공연히 이렇게 침몰시킨 게 아니다”면서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그래도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누구 책임’ 이런 식으로 수습하지 말고, 온 나라가 다시 한번 반성하고 애통해하고 눈물 흘리고, 우리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모두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설교 내용 전체를 듣고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과 목회자의 언행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의견 등이 상충했다. 네티즌 ‘915h****’는 “긴 내용 속에 부분만 발췌하다보면 오해가 있기 마련”이라며 “전반적인 설교 내용을 다 들어봐야 한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 ‘jinw****’는 “하나님이 침몰시킨 것이라면 하나님을 왜 믿느냐”며 김 목사의 발언을 정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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