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등행렬 절전전구 사용… 절약 인식 확산
‘사찰발전소’ 통해 에너지 10% 줄이기 실천키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화석연료가 고갈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천연 에너지가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절약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생명을 중시하는 종교계가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는 가운데 최근 불교계가 사찰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실천 운동에 동참키로 했다.

지난달 30일 국내 최대 종단인 조계종은 서울시와 손잡고 서울시 사찰을 대상으로 에너지 10% 줄이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로비에서 에너지 절약 실천을 골자로 한 ‘에너지 절약 및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조계종은 사찰과 불교행사의 전력효율을 높이는 운동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조계종은 조계사 등 서울시 관내 사찰 257곳과 함께 오는 2016년까지 건물에너지 효율화, 태양광발전소 건립 등 에너지 10% 절약을 위한 다양한 절전운동을 전개한다.

조계종은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는 연등행렬 행사에 쓰이는 전구를 절전용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또 가로연등에도 서울시와 협력을 통해 전통등에 맞는 절전전구를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사찰 에너지 소비 효율 높인다

자승스님은 “서울시와 함께 사찰의 에너지를 진단해 전통건물에 맞는 소비양식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소비와 절약을 실천할 것”이라면서 “서울의 주요사찰 주지 스님과 신도대표들이 이러한 친환경 에너지 사용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계종은 협약식을 계기로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함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종단과 불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올해 상반기 원자력 발전소 1기 만큼의 전력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불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절약을 실천해 준다면 발전소 2~3기 이상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불교계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불자 에너지 절약 생활화 운동

지난달 초 에너지절약 실천단을 발족시킨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는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 ‘지구를 위한 따듯한 포옹’을 주제로 에너지절약캠페인을 펼쳤다.

조계사 신도들은 서울시 전 지역에 ‘우리동네 조계사 발전소’ 1000개소를 만들고, 이곳을 중심으로 대기전력 차단 운동, 매월 초하루 대중교통 이용, 매월 보름 촛불의 날 운영 등 에너지 줄이기 운동을 벌인다.

주지 도문스님은 시민들에게 “에너지를 절약합시다”라는 당부의 말을 건네며 에너지 절약 운동에 동참을 이끌었다. 또 에너지절약용 콘센트를 선물로 전달하기도 했다.

조계사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서울 도선사, 달마사, 호압사 등에 단열공사와 펠릿보일러를 설치하고 남향 사찰 건물에는 미니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에너지 절약 실천지원사업 예산을 통해 이를 지원한다.

또 종단과 서울시는 앞으로 사찰에 대한 에너지진단을 시범 실시해 에너지 사용실태를 파악한다. 이를 기초로 각 사찰에 맞는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권 불교·원불교도 동참

서울시는 지난 1일 천태종 총무원장 도산스님, 2일 원불교 서울교구 황도국 교구장과 각각 에너지 절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박 시장은 “생명존중을 가르치는 불교계와 원불교가 서울시와 MOU를 체결하고 에너지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며 “서울의 에너지 생산과 자립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전국 사찰과 종교계 전체로 확산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협약으로 조계종 소속 서울 사찰 257곳, 태고종 소속 사찰 420곳, 원불교 소속 64개 교당이 에너지 10% 절약을 위한 사업을 벌인다.

태고종의 대표사찰 중 하나인 법륜사는 서울시 건물에너지효율화 사업 자금으로 670여 개의 조명을 고효율 LED조명으로 바꾼다.

종교계 최초로 지난해 햇빛발전협동조합을 창립한 원불교는 이달 서울 가락동교당에 13㎾ 규모의 햇빛발전소를 건설하고, 전국 100개 교당마다 햇빛발전소를 1곳씩 세우겠다고 선언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협약을 계기로 시내 각 사찰과 교당에서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거나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면 기후변화기금을 저리(연 1.75%)로 융자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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