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손에 숨진 구지인씨 사고 5년
소수 종교 대상 국내 강제 개종 여전
“납치, 감금, 폭행 등 강력 처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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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개종’으로 인해 한 청년이 목숨까지 잃은 사고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납치·감금·폭행 등 불법 강제 개종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019년 1월 6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故구지인 1주기 추모식’에서 추모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 (제공: 신천지예수교회)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5년 전 이날 한 청년이 전남 화순의 한 펜션에서 감금된 채 ‘개종’을 강요당하다가 가족들의 폭행에 의해 생명이 끊어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후 소수 종교를 대상으로 기득권 종교가 벌이는 ‘강제 개종’ 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강제 개종 철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납치, 감금 등 피해 사례가 매년 끊임없이 발생하는 등 각종 사고에도 강제 개종 근절 방안은 ‘무소식’이라는 비판이다. 피해자들은 국민의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를 해치는 강제 개종을 더이상 국가가 외면하거나 방치해선 안 된다고 호소한다. 

지난해 ‘강제 개종’ 97건 발생 

강제 개종은 자신과 다른 종파의 구성원들에게 개종을 강요하는 행위다. 이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반할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납치, 감금 등 심각한 반인권적 범죄가 수반되고 있다는 게 신천지예수교회의 주장이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대표 한성수, 강피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 개종’ 사건은 총 97건이다. 

사나흘에 한 번 꼴로 강제 개종이 발생한 셈이다. 

개종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수준의 범죄들도 동반됐다. 감금이 9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납치도 20건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가족들을 동원해 강제 휴학 또는 휴직(32건)을 시키거나, 개종 과정에서 폭행(4건)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피해자는 2030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강제 개종’ 피해자 총 97명 중 92명이 여성이었다. 이 중 2030여성이 83명으로 전체 피해자의 약 80%를 차지했다. 

강피연 측은 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저항력이 약해 개종을 강요하기 더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제로 종교를 바꾸도록 하는 과정에서 납치와 감금 등이 수반되는데 젊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에 이들을 타깃으로 한 사건들이 많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강피연은 타 교단을 배척하고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기성 교단의 폭력성 등을 지적하고, 소수 교단을 그저 개조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개신교의 경우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를 구성해 소수 교단 교인들을 대상으로 개종을 실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소수 교단 교인의 가족들에게 감금 등 불법 행위까지 종용하면서도 강제 개종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게 강피연의 설명이다. 

강피연은 가족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또한 정부나 사법 기관 등에서도 폭력이나 개종 강요가 아닌 집안이나 종교 문제로 치부하는 등 강제 개종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피연 관계자는 “피해자가 소수 종교를 다닌다는 것을 직장, 학교, 교회 등을 기습적으로 찾아와  강제로 밝히고 비난해 결국 피해자가 갈 곳이 없게 만들어 포기하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가정파괴를 넘어 피해자는 심각한 트라우마와 대인기피증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故) 구지인 씨 ‘강제 개종’ 사망 사건은

신천지예수교회의 교인이었던 고 구지인씨는 2017년 12월 29일 전남 화순의 한 펜션에 감금돼 부모와 목사로부터 강제적으로 개종을 요구받았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로부터 폭행 등을 당하며 호흡곤란이 발생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2018년 1월 9일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구씨는 앞서 2016년에도 전남 장성의 한 수도원에 감금돼 개종을 강요 받다가 44일 만에 탈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듬해인 2017년 6월 청와대 신문고를 통해 직접 강제 개종 피해 사실을 알리며 강제 개종 목사 처벌과 종교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호소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구씨의 안타까운 죽음에 당시 서울 광화문 등에서는 수십만명이 넘는 신도들이 모여 구씨를 죽음으로 몰아간 강제 개종을 철폐하라며 관계자 처벌을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구씨의 죽음에서 촉발된 강제개종 규탄 시위는 해외로도 이어졌다.  2018년 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에선 1000여명이 참여해 구씨를 추모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같은 달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선 100명이 넘는 인권단체회원들이 강제개종 규탄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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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강제개종을 당하다 목숨을 잃은 구지인 사건은 국내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 이후 해외 언론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후 미국 시민들은 뉴욕타임즈에 강제개종 철폐를 촉구하는 광고를 냈고, 학자들의 이목도 집중됐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강제개종 금지 광고(왼쪽). 뉴욕타임즈에 실린 강제개종 금지 광고 관련해 보도한 185개 매체 중 일부 리스트. ⓒ천지일보DB

외신은 즉각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2018년 2월 19일 미국 3대 방송 NBC, CBS(Columbia Broadcasting System), ABC를 비롯한 221개 언론이 ‘대한민국, 올림픽 중 대규모 인권운동(South Korea: The Olympic Games Amid Large-Scale Human Rights Protests)’이라는 제목으로 구지인 사건과 한국과 해외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인권운동을 보도했다.

강제개종 사건은 국제 연구기관에 의해 지표화 되기도 했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종교에 대한 ‘사회적 적대 행위’가 ‘낮은 범주’에서 ‘중대한 범주’로 상승했다.

이 연구는 각국 내에서 종교에 대한 적대적 행위의 정도를 비교·분석한 것으로, 해외에서도 강제개종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는 강제개종을 제재할 실효성 있는 법이나 제도가 부재한 실정이다. 강피연 관계자는 “구지인씨가 (강제 개종으로) 사망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강제 개종의 실질적 가해자를 처벌하고 제재하는 법과 제도가 잠자고 있는 한 계속해서 수많은 강제 개종 피해가 매일 같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강제 개종을 막을 제도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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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비영리 연구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센터가 지난달 10일 발표한 '종교와 관련된 사회적 적대관계의 변화' 연구 보고서에서 한국의 강제개종 상황이 언급됐다. 해당 내용 화면캡처. ⓒ천지일보DB

한편 강피연이 피해 사례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현재까지 ‘강제 개종’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20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을 살펴보면 2018년 131건, 2019년 127건, 2020년 191건, 2021년 136건, 2022년 97건으로 매년 상당수의 강제 개종 피해가 발생했다. 

강제 개종 피해 사례도 심각한 수준이다. 2003년~2022년 5월 기준(총 1919건) 유형별로 살펴보면 ▲사망 5건(강제 개종 과정 중 3건, 가족에 의한 사망 2건) ▲납치 985건 ▲감금 1237건 ▲폭행 861건 ▲강제 휴학 및 휴직 1338건 ▲강제 이혼 43건 ▲정신 병원 강제 입원 13건 등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26%, 여성이 74%로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72%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30대(13%), 40대(6%), 50대(6%). 60대(3%) 순으로 나타났다.

#강제개종 #신천지 #강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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