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용인 지역에서 훼미리마트 간판을 내리지 않고 영업 중인 매장. 본사와의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체 몇 명의 계약서가 위조됐나
편의점 CU는 지난 2008년부터 올해 6월까지 공인인증기관인 ‘한국전자인증’과 계약을 유지했다. 공인인증기관은 현재 정부가 허가한 5개 기관만이 운영 중이며, 이 중 한 곳이 한국전자인증이다.

CU는 이곳과의 계약을 통해 ‘등록대행기관’이 됐다. 본인확인(대면확인)과 인증서 발급신청을 본사 직원들이 대신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공인인증서 발급·재발급은 ‘전자서명법’을 따른다. 또 발급된 후에도 보관의 의무가 규정돼 있어 실효일로부터 10년간 잘 보관해야 한다(제22조).

한국전자인증 측은 이 같은 보관의 의무에 따라 공인인증서 관련 서류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가맹점주들이 요구할 때 해당 서류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6월 계약이 종료됐음에도 아직 서류를 모두 이관 받지는못했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CU가 보관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CU는 ‘한국정보인증’이라는 업체와 새로운 계약을 맺은 상태다.

몇몇 점주들은 이 씨의 사례에서 본인이 작성하지도 않은 서류가 나오자 자신의 인증서 발급 내역을 확인하고 자필신청서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경기도 성남시의 하모(39) 씨는 매장이 여러 곳인 관계로 2009년부터 신규발급·재발급을 포함한 내역이 10건에 이른다. 그러나 자필신청서를 요구하자 1건밖에 받지 못했다. 그나마도 자신의 필체가 아니고 서명 역시 자신의 것이 아니며, 주소가 틀리게 기록돼 있다. 황당해진 하 씨는 한국전자인증과 CU 본사 측에 나머지 서류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자필신청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윤모 점주도 자신의 서류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역시 1건의 서류만 받을 수 있었다. 윤 씨는 “위조를 했으니 못 내놓는 것 아닌가”라며 답답함을 털어놨다. 그는 1건의 자필신청서마저도 자신의 글씨가 아니라고 했다.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이강욱 씨 역시 인증서가 3번 발급된 사실은 확인했지만 서류를 요청해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한국전자인증에 전화를 했더니 관계자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CU가 서류를 넘겨주지 않고 주저하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법률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위조한 서류를 내놓으면 분실보다 더 큰 처벌을 받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동국대 법학과 강동욱 교수는 “문서를 내놓지 않는 것은 어딘가 하자가 있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서류가 계약의 유효성을 다투는 중요한 자료이므로 법원을 통해서라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규발급이 아닌 재발행의 경우도 전자서명인증업무지침에 따라 ‘대면확인’을 했다는 확인서를 제시하지 못하면 위법이 된다.

이처럼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전국 8000여 개에 가까운 CU 매장의 서류를 각각 검토할 경우 몇 %나 위조문서가 나올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명의 SC가 약 15개의 매장을 관리한다고 할 때, 전국적으로는 상당한 서류가 임의로 작성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CU 본사도 위법성을 의식해서인지 앞서 공인인증서 자필신청서를 요구했던 모 점주와는 위약금 등의 금전적 손해를 물리지 않고 조용히 계약을 종결한 사례가 있다.

인증서를 이용하는 목적은 ‘본계약’ 체결이다. 여기서 자필신청서는 ‘내가 공인인증서를 신청한다’는 의사를 증거해주는 서류다. 만약 본인의 신청 의사도 없이 발급됐다면 이를 통해 성립된 계약도 모두 법적으로 무효다. 마치 허락도 없이 서면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과 같다.

자필신청서 위조에는 ‘사문서위조죄’가, 전자계약서 위조는 ‘사전자기록위작죄’가 적용된다.

테크앤로법률사무소 구태언 변호사는 “이는 곧 CU 계약의 무효를 뜻한다. 단지 누가 형사처벌을 받을지는 SC가 독자적으로 했는지, 아니면 회사의 지시를 받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에 따르면 문서위조죄는 거래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죄이기 때문에 ‘징역 5년 이하’라는 상당히 높은 수위의 처벌이 적용된다.

동시에 개인정보보호법도 위반이다. 점주의 개인정보를 동의없이 이용하고 제3자에게 제공했으므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 개인정보보호법 71조에 의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회사는 양벌규정에 의해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CU가맹계약이 무효화될 경우, 앞서 맺은 구 훼미리마트 계약이 점주에게 다시 적용된다. 하지만 애초 훼미리마트 계약 당시도 서류가 위조되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 모든 계약의 무효화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견해다.

“CU로 명칭 변경은 부당” 소송 결과는?
경기도 파주 이강욱 점주를 비롯한 20여 명이 진행하고 있는 소송은 보광훼미리마트가 CU로 명칭을 변경한 데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편의점 ‘LG25’가 ‘GS25’로 바뀐 경우다. LG25라는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계약을 했는데 중간에 이름이 바뀌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가맹점주의 이의 제기였다. 결국 2008년 대법원은 ‘회사가 점주 측에 5200만 원의 위약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다른 가맹점주 95% 이상이 변경에 동의했지만 소송을 제기한 박모 씨는 동의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LG25’라는 이름이 가맹계약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고, 점주에게 손해가 발생했는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원고 승소 결정을 내렸다.

이와 비슷하게 20여 명의 CU 점주들은 현재도 훼미리마트의 간판을 여전히 그대로 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소송의 결과도 결과지만, 소송 진행 과정에서 등장한 위조문서로 인한 파장이 커진다면 CU 측은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판 셈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이번 의혹에 대해 CU 측은 “당사는 가맹계약의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기 위해 전자계약 제도를 도입하였으며 그 운영 또한 적법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부 소송 중인 점포의 주장은 해당 내용을 법정에서 소명할 예정이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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