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내 컬렉션이 된 걸 환영해.”

이 소름 끼치는 외마디는 <쿠퍼 수집하기>의 전체 줄거리를 아우른다.

그렇다. 당신의 예상대로 ‘취미’로 사람을 모으는 ‘미치광이’가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연쇄살인마의 신체 부위를 탐하는 교수, 복수에 불탄 나머지 사람을 죽이고 암매장한 전직 형사가 함께 등장해 흥미진진한 삼파전을 그려간다.

소설의 배경은 뉴질랜드 남섬에 위치한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다. 관광지로 꽤 유명한 이곳을 배경으로 소설이 흘러간다. 사건은 ‘납치’로 시작된다. 어느날, 범죄 심리학 교수 쿠퍼가 출근길에 괴한에게 납치된다. 괴한, ‘에이드리언’은 쿠퍼를 납치한 뒤 지하 감옥에 갇힌 그를 보며 “내 컬렉션이 된 걸 환영해”라는 말을 던질 정도로 미치광이다.

실질적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에이드리언은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천재’라는 명칭이 어울릴 정도로 기발한 생각을 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초등학생 수준의 지능을 보일 때도 있다. 계속 두 인격이 충돌하면서 불안하고 이상한 모습을 보인다.

한편 쿠퍼는 이율배반적인 삶을 사는 전형적인 악인이다.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범죄심리학자’ ‘교수’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본질은 연쇄살인마의 신체 부위 따위나 모으는 반미치광이다. 날마다 솟아오르는 ‘살인 욕구’는 쿠퍼의 자아를 잠식해 가고, 에이드리언을 만난 이후 그 ‘봉인’이 서서히 해제된다.

사실, 에이드리언이 흥미를 가졌던 것은, 쿠퍼의 숨겨진 ‘진짜 모습’이었다.

납치된 직후 쿠퍼가 에이드리언에게 묻는다.

“내가 수집가의 컬렉션 중 하나가 된 건가?”

그러자 에이드리언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알 수 없는 소리를 답변으로 내놓는다.

“당신은 그런 사소한 존재가 아니야. 당신은…… 당신은 나의 모든 것이라고.”

쿠퍼가 에이드리언의 모든 것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에이드리언이 찾고자 하는 게 쿠퍼의 몸 안에 잠들어 있어서다. 에이드리언은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찾고 싶어 했고, 묘하게 자신과 ‘동질’의 느낌을 풍기는 쿠퍼에게서 그 길을 물었던 것이다.

여기에 한 명이 더 끼어든다. 전직 형사인 테이트는, 사고 때문에 딸을 잃고, 장애가 생긴 아내까지 요양원으로 들어가는 불행을 겪은 사람이다. 이 사고는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갔고, 그대로 폭주한 테이트는 가해자를 스스로 ‘처단’하고 암매장한다. 그 역시 ‘살인자’인 것이다. 이후 테이트는 음주운전으로 자신이 죽일 뻔했던 소녀를 찾는 일을 맡게 된다. 이 지점에서 주인공 세 사람의 첫 번째 연결점이 그려진다. 과거의 업보를 씻기 위해 나선 테이트가 찾아야 하는 소녀 엠마는 에이드리언이 쿠퍼의 ‘봉인’된 본모습을 깨우기 위해 일종의 ‘제물’로 제공한 상태다.

그러나 세 사람의 연결고리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세 사람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모두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전개되는데….

소설은 감금된 범죄 심리학자, 연쇄살인범 수집자, 전직 형사가 펼치는 3각 구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종 흥미롭게 펼쳐진다. 화려한 복선과 잘 짜인 스토리도 발군이지만, 그 속에 녹아든 철학적 함량도 상당하다.

폴 클리브 지음 / 검은숲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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