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 대법관 후보자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연합뉴스)

“김신 후보자, 대법관 될 자격 없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회가 12일 김신(55, 울산지방법원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선 김 후보자의 종교편향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현재 정치권뿐만 아니라 종교계 내에서도 김 후보자에 대한 종교편향성 논란을 둘러싼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불교계와 개신교계가 상반된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며 대립각을 세워 종교 간 갈등 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아무런 의식도 없이 종교편향을 일삼는 공직자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라는 게 종교계 안팎의 일치된 의견이다.

◆김신, 소송 당사자 기도시키고 “아멘”
11일 종교계에 따르면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국회는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를 거부하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의 종교편향 행위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상식에 비춰볼 때 매우 우려스러운 행위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김신 후보자는 종교편향적 언행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고 자진해서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개신교계는 김 후보자를 옹호하는 성명을 내 불교계의 주장을 맞받아쳤다. 보수적 성향의 한국교회언론회는 ‘종교편향’이나 ‘종교 중립성 훼손’과는 거리감이 있다는 내용의 논평을 통해 반박했다. 교회언론회는 김 후보자가 재판과정에서 기도를 요청한 것에 대해 “기독교적 의례를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며 “판사의 양심에 따라, 그리고 양측이 같은 교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조정과 합의를 위한 과정이라고 본다”면서 옹호했다.

김 후보자는 또 지난 2002년 펴낸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라는 저서에서 “지진은 하나님의 경고”라고 적어 논란을 빚었다. 그는 또 “재판권자는 하나님”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부산지방법원 판사로 재직할 당시에는 교회 관련 재판과정에서 소송 당사자들에게 기도를 시키고 이 기도에 ‘아멘’으로 화답해 논란을 샀다.

또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와 달리 부목사의 사택에 대해 비과세 판결을 내려 지탄을 받았으며 이 밖에도 울산지방법원장 취임 직후 ‘부산·울산 성시화(聖市化)’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자신이 교회 장로이지만 종교에 편향된 판결을 내린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법률 전문가 “‘재판 중립성’ 훼손 우려”
법률 전문가들은 김 후보자의 이 같은 언행을 두고 종교편향 문제뿐 아니라 더 나아가 재판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각종 법적 분쟁의 최종 결정권자인 법관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동국대 법대학장을 지낸 정용상 교수는 “국가는 국교를 인정하지 않기에 공무원이 공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특정 종교의 의식이나 발언 등을 하는 것은 종교의 중립성에 반하는 것”이라며 “대법관은 도덕성과 공정성을 갖춰야 한다. 모든 국민이 인정하는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자격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송기춘 교수도 “공무원이 지켜야 할 종교 중립 의무와 법관 윤리 강령을 위반한 것이기에 대법관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면서 “김 후보자의 발언은 종교편향뿐 아니라 재판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자 탄핵 사유도 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명박 정부 들어 공직자들의 이 같은 종교편향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조계종 종평위가 지난 4월 발간한 ‘대한민국 종교차별 사례집’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해방 이후 역대 정권 가운데 종교편향 발생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정교분리 위반 사례는 114건으로 전체 270건 가운데 가장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4년 서울시장 시절 개신교 집회에서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기도해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다. 성전 건축과 관련해 공공기관의 종교편향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서초구의 ‘사랑의교회’ 신축도 그 한 예다.

그런가 하면 행정 당국이 특정종교에 대해선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 편향적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인천 부평구청 건축심의위원회는 신천지예수교 인천교회가 지난 3년 동안 신청한 부평성전 건축심의안을 허가하지 않아 연좌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과천시청도 신천지 예수교회에서 매입한 성전부지에 성전 건축을 수년 동안 불허하고 있어 종교편향 논란에 휩싸였다.

이처럼 공공기관과 공직자가 공사를 구분하지 않고 종교편향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 종교계는 성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 교육국장 가섭스님은 페이스북을 통해 “종교편향을 해서는 안 되는 공직자가 법을 집행하면 이미 형평성, 객관성, 합리성을 잃어버린다”며 “공직에 있을 땐 보편적 가치와 합리적 판단으로 다같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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