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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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한은 코로나19 전파로 큰 난리를 겪고 있다. 오죽하면 군대를 총동원했겠는가. 중국과 북한의 특징은 재난이 오면 군대를 동원하는 관습이 있는데 꼭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군대 아니면 다른 동원 수단이 없는 체제에서 불가피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는 재앙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칫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현재 평양시에는 온통 군대가 우글거린다. 약국에 이어 상수도 시설까지 군대가 장악해 버렸다. 특히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고층 아파트에서 자가격리 중인 주민들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국방성이 인민군 군의관(의무관), 위생병(하전사)들을 동원해 ‘물 공급 전투’에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시 군 소식통은 지난달 30일 “평양시 비상방역지휘부는 미래과학자거리 고층 살림집에 격리된 시민들이 수돗물이 잘 나오지 않아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음을 보고받고 국방성과 토론해 지난 23일 자정부터 평양시 의약품 공급 임무를 맡은 별동대 군의, 하전사들을 물 공급 전투에 총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군의관들을 비롯한 군인들을 대거 파견해 평양시에 24시간 약품을 원활하게 보장하도록 지시한 상황에서 낮에는 약 공급을, 밤에는 물을 길어 격리자들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 비상방역지휘부와 국방성은 지난 23일 협의회를 열고 현재 진행 중인 지역별 단위별 격폐 조치로 주민들의 생활에 많은 애로가 조성되고 있는데, 여기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수도라고 결론 내리고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우선 민원이 나온 미래과학자거리를 중심으로 수도를 공급하고, 그 외 평양시 다른 구역이나 동별로 격리된 주민들의 물 부족 호소가 있다면 해당 지역의 당위원회가 주민들을 최대한 안정시키면서 지역에 파견된 별동대 군인들을 동원해 야간 물 공급 전투를 조직·전개하도록 하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놨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미래과학자거리 아파트는 지어진 지 얼마 안 돼 상수도 체계가 낡은 것도 아닌데 요즘 들어 진흙물이 나오거나 수압이 약해 고층까지 물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며 “구역당위원회 선전부들에서 아파트 아래에 방송차를 대고 ‘물이 부족해도 조금만 참고 당의 방역정책에 따라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금 농촌에 전기를 보내면서 3일에 한 번 주던 물을 지금은 한 주에 한 번 주고 있고 그나마도 몇 분 쫄쫄 나오고 만다”면서 “격리로 집에 머물라고 하면서 물을 안 보내주니 목욕도 못 하고 있고 설거지물을 모아두었다가 화장실 물로 사용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코로나 확진자 발생 이후 열악하고 낙후한 수도 공급 체계를 신경 쓸 새 없이 전국적 봉쇄와 발열자 격리 방침을 강행했다. 가뜩이나 모내기철이 겹쳐 농촌에 전기를 우선 보내야 하는 상황에 평양시 고층 아파트 세대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소식통은 “사람을 집에 가두었으면 다른 건 몰라도 먹는 물과 화장실 물은 정부가 책임지고 보장해줘야 하는데 고층 사람들은 물이 없으니 음식을 먹기도, 화장실(대소변)을 보기도 두렵다고 말하고 있다”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현재 평양시와 국방성은 물 공급 전투로 주민 불만 해소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다만 주민들은 군인들을 동원해 보내주는 수돗물의 양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내부에서는 ‘하루 10ℓ를 가지고 3~4명이 종일 살라고 하는데 화장실도 볼 수 없는 양이니 수돗물을 3일에 한 번은 보내주면 좋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쌀이야 부족해 어쩔 수 없지만 대동강에 넘쳐 흐르는 물도 제대로 마실 수 없다면 평양 시민들은 어떻게 재앙을 극복하라는 건지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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