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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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코로나19 오미크론의 패닉에 빠져들어 허우적거리고 있다. 북한이 오미크론 확진자 발생 사실을 인정한 지 하루 만에 확산 실태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발열증세 등으로 인한 격리자가 18만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27명이나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부터 열병이 폭발적 전파됐다고 밝혔는데, 이미 대규모 확산의 시작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최대비상방역체계’ 실태와 전파상황을 보고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12일 새벽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한 데 이어 사령부를 찾아 점검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4월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확대돼 짧은 기간에 35만여 명의 유열자(발열자)가 나왔으며 그중 16만 2200여명이 완치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또 “5월 12일 하루 동안 전국적 범위에서 1만 8000여명의 유열자가 새로 발생했고 현재까지 18만 7800여명이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으며 6명이 사망했다”는 보고도 받았다. 사망자 중에는 ‘스텔스 오미크론’인 BA.2 확진자 1명도 포함됐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열병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 동시다발적으로 전파확산됐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세워놓은 방역체계에도 허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전국의 모든 도·시·군들이 자기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들의 편의를 최대로 보장하면서 사업·생산·거주단위별로 격폐조치를 취하는 사업이 중요하다”며 “주동적으로 지역들을 봉쇄하고 유열자들을 격리조처하며 치료를 책임적으로 해 전파공간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시했다. 북한이 첫 확진자 발생 발표 이튿날 상세한 수치까지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심각한 코로나19 확산 상태를 알려 남한이나 미국에 보건의료 지원의 명분을 제공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주민에게 백신 등 의약품 지원 방침을 밝혔고, 정부도 인도적 차원의 남북 간 방역 협력은 언제든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올해 남북협력기금 예산에 남북 보건의료협력 명목으로 총 954억 6000만원이 편성돼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취임 후 첫 화상 통화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북한이 외부로부터 방역 지원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북한 보도도 외부 지원 가능성보다 주민들의 협조와 방역전 승리 자신감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오미크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김 위원장 본인에게 있다고 판단한다. 김정은은 지난달 25일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 행사를 한 뒤, 후속 행사로 자신과 사진을 찍는 이른바 ‘1호 사진’ 촬영 행사에 수만 명 인파를 동원했다. 김정은은 일주일에 걸쳐 유공 주민들과 조를 나눠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공개된 사진만 57장에 달한다. 실제로 조선중앙TV 영상을 보면 김정은은 열병식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열병식에 참가한 장병들과 사진 촬영을 했다. 비행장 부지에 설치한 철제 계단 구조물에 적게는 300명, 많게는 800명가량이 조를 이뤄 도열해 있으면, 김정은이 자리를 옮기면서 이들과 사진을 찍는 식으로 기념사진 촬영 행사는 진행됐다. 이렇게 찍힌 사진은 29장. 김정은은 대략 1만명에 육박하는 인원과 ‘노마스크’로 사진을 찍은 것이다. 이 외에도 김정은은 행사를 방송한 조선중앙TV 직원들과도 기념사진을 찍었고, 28일에도 재차 열병식 참가 군인들과 평양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평양 시민들과 1호 사진을 찍었다.

이에 앞서 북한은 2020년 1월 봉쇄했던 국경을 올 1월 개방했다. 그리고 김일성 생일 110주년 행사와 4.25 90주년 행사를 위해 중국으로부터 많은 물자를 들여오며 단동 등과 접촉하면서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침투한 걸로 보인다. 건국 이후 대동란으로까지 표현되는 이번 북한의 오미크론 대란을 북한 정권이 어떻게 헤쳐나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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