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동성애를 옹호하는 평등법·차별금지법 반대’ 미스바 구국기도회 및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든 채 찬양을 부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2.5.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동성애를 옹호하는 평등법·차별금지법 반대’ 미스바 구국기도회 및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든 채 찬양을 부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2.5.15

15일 국회 일대서 차별금지법 반대 구국기도회

전국 17개 광역시 연합 단체 등 교인 3만명 참석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부가 최근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면서 정치권을 겨냥한 보수 개신교의 분노가 가열되는 양상이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는 약 3만명(주최 측 추산)의 목회자 교인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고 ‘반(反) 차별금지법’을 외쳤다.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 일부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언급한 것에 대한 불만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집회에선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의원들에 대해 심판(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왔다.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 NO’ 등이 적힌 피켓을 든 교인들의 거리 행진도 이어졌다.

‘이거 받아가세요.’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수기총)를 비롯한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 보수성향 개신교 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일대에서 ‘동성애를 옹호하는 차별금지법 반대 미스바 구국기도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동성애 옹호 평등법 차별금지법 결사반대’ ‘남자 며느리 NO’ 등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와 저지를 상징하는 문구가 적힌 부채와 피켓을 교인들에게 빠짐없이 나눠줬다. 행사 시작 시각인 3시 30분이 되자 국회의사당 앞 대로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들어찼다.

“내가 민주당 하는 걸 보니 심상치가 않아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 국회의사당역에서 만난 용인의 감리교 교인 하모(60대, 여)씨는 이같이 말했다. 하씨 뿐 아니라 이날 기자가 만난 대다수 교인 역시 집회에 참석한 이유를 묻자 가장 먼저 민주당의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에 배신감과 분노를 쏟아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동성애를 옹호하는 평등법·차별금지법 반대’ 미스바 구국기도회 및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2.5.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동성애를 옹호하는 평등법·차별금지법 반대’ 미스바 구국기도회 및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2.5.15

차별금지법은 아무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장애·인종·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예방함으로써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마련, 2006년부터 입법이 추진됐다. 하지만 ‘표’를 움켜쥔 보수 개신교계의 조직적 항의와 이를 의식한 정치권의 소극적 움직임 탓에 지금까지 법 제정은 국회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았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서 종교계의 입장은 엇갈린다. 불교계를 중심으로 일부 종교계에서는 꾸준히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가 있었다. 반대로 보수 개신교계는 성경에 명시된 하나님의 창조 순리를 거스르고 세상의 질서를 왜곡한다는 ‘동성애’ 등을 내세워 차별금지법이 오히려 역차별의 모순을 낳는다고 주장해왔다. 교단 총회며 연합기관 회의를 시작으로 정치권 관계자와의 만남 등을 통해 ‘차별금지법 결사 저지’를 공론화했다.

그러나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이후 시민사회 안팎에서 다음 입법 과제로 차별금지법이 거론되고, 여기에 민주당 지도부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에 의지를 보이면서 법안 통과에 대한 보수 개신교계의 불안감이 고조됐고 결국 대규모 시위라는 방아쇠를 당겼다.

실제로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비대위 회의에서 “15년 전 평등법 논의가 시작됐지만 부끄럽게도 그동안 국회는 법 제정에 한 발자국도 다가가지 못했다”며 “평등법 제정 논의를 힘차게 시작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구국기도회 연단에 오른 이들은 한목소리로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악의 세력과 끝까지 투쟁해 법 제정을 막는 순교적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목회자와 교인들의 적극적인 반대 활동을 촉구했다.

수기총 대표회장 김선규 목사는 “성경을 보면 하나님을 안 믿는 나라도 우상숭배나 성경 진리에서 이탈하면 하나님이 심판했다”며 “대표적으로 소돔과 고모라 성이 동성애하다가 망한 도시 중에 하나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고 밀어붙인다면 하나님의 심판은 다 임할 것이다, 우리가 기도를 많이 해서 악법 통과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동성애를 옹호하는 평등법·차별금지법 반대’ 미스바 구국기도회 및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든 채 찬양을 부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2.5.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동성애를 옹호하는 평등법·차별금지법 반대’ 미스바 구국기도회 및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든 채 찬양을 부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2.5.15

권태진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전 대표회장은 “차별금지법은 구별하지 못하게 하는 아주 악법이다. 이것이 만들어지면 빨간 것을 빨갛다고 하지 못하고 검은 것을 검다고 하지 못하는 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방해하기 때문에 우리가 부르짖는 것”이라며 “국민이 대표라는 사람들이 국민이 원치 않는 구별 금지법을 만들고 구별을 차별로 씌워서 사람들을 기만하는 잘못된 악법이 이 땅에 뿌리내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중간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발의하거나 지지를 표명한 국회의원의 명단과 얼굴들이 대형스크린에 띄워지며 이들의 낙선 운동(심판)을 벌이겠다는 엄포도 나왔다.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공동대표 주요셉 목사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 민주당 박주민·이상민·권인숙 의원 등을 언급하며 “한국교회 목에다가 칼을 댄 악랄한 반기독교 세력인 저들을 반드시 낙선시켜야 한다”며 “우리가 차별금지법을 7번이나 막아냈지만 21대 국회 들어와서 4건이나 발의됐다. 이 악법을 발의한 자들을 강력히 규탄해달라”고 외쳤다.

일사각오구국목회자연합 대표 윤치환 목사는 “민주당은 국민이 반대하는 검수완박을 통과시키면서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정의당의 협력을 받아 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가 끝나고 난 후 교인들은 ‘가짜 인권 앞세워 일반 국민 역차별 탄압하는 반민주 독재법’ ‘소수자니까 특권을 달라는 차별금지법은 역차별법’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국회의사당역을 출발해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여의도공원까지 차별금지법 제정 무산을 위한 행진을 했다. “하나님을 대적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중단하라” 등 구호를 연호하기도 했다.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둔 가운데 보수개신교의 차별금지법 반대 목소리는 계속될 예정이다. 수기총은 기도회 중간 광고에서 오는 30일 목회자들을 초청해 구국기도회 보고회 및 조찬기도회를 열어 차별금지법 반대와 관련한 의견들을 나눌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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