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3개월째 소모전 계속
어느 쪽도 물러날 생각 없어
양국 “우리가 이긴다” 생각
서방 대규모 지원 계속해야
프랑스·독일 등은 협상 추진
발트해 국가들 러 승리 우려
[천지일보=이솜 기자]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3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어느 쪽도 결정적인 승리를 거둘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종전을 가능하게 할 해결책도 깜깜하다. 이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지도자들은 끝없이 계속되는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0일(현지시간) 전했다.
현재의 교착상태는 우크라이나가 앞으로 몇 달 또는 심지어 몇 년 동안 유럽에서 전쟁터이자 대륙과 세계 불안정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에너지와 식량 안보가 가장 시급한 걱정거리이지만 세계가 팬데믹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계속되는 대규모 지원은 세계 경제에 대한 고통을 심화시킬 수 있다. 또 러시아가 전쟁을 확대하기로 한다면 새로운 위험 요소들이 추가될 것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전투에 참여시키기 위해 치명적인 무기들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반격을 하거나 적어도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 같은 무기 유입은 계속돼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을 격화시키진 않았으나 물러서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직 조지아 주재 미국 대사인 이안 켈리는 AP통신에 “현 시점에서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보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어느 쪽도 전쟁을 멈추려 하지 않으며 아마도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과는 2년 동안 지속되는 전쟁”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유럽 한 가운데서 곪은 상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켈리 전 대사는 또 “우크라이나가 물러날 방법은 없다”며 “그들은 자신들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켈리 전 대사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힘과 의지, 나토 동맹국들의 단합과 결의에 대해 아무리 많은 오산을 했어도 그는 패배나 성공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아니면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스스로 철수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라고 말했다.
◆전쟁 승리의 기준은 무엇인가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물자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단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무기대여법’을 부활시키기 위한 법안에 서명하고 40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및 인도적 지원을 승인할 것을 의회에 호소했다. 지난달 키이우를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미국의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하는 것을 도울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위협을 가하지 못하도록 약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 등은 서방 대 러시아라는 대결 구도를 부담스러워하고 하루빨리 협상을 통해 종전의 길로 이끌려는 양상이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의 체면을 세워주는 협상 타결을 제안했다. 그는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로 전쟁 문제를 논의하며 “프랑스와 EU는 집단적 대결에 동의하지도, 참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지난 9일 시 주석과 전화로 우크라이나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소련의 점령과 통치를 기억하고 있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국가들은 어떻게 종전이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과거 소련에 있다가 현재 나토 회원국인 이들은 러시아에 양보를 하며 전쟁이 끝난다면 푸틴 대통령이 이들 나라까지 손을 뻗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버그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전날 AP통신에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아직도 최종 단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며 서구 국가들은 (전쟁에서) 성공을 무엇이라고 간주하는지 공개적인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는 실제 승리를 위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인가, 우리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