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용인=류지민 기자] 태극기 변천사를 보여주는 구간. ⓒ천지일보 2022.4.28
[천지일보 용인=류지민 기자] 태극기 변천사를 보여주는 구간. ⓒ천지일보 2022.4.28

경기도박물관 특별전

항일독립운동·친일파 기획전

일제 잔재 청산 조례 계기

시대 상황 담긴 전시품 선봬

기증받은 유물 토대로 전시

안중근 의사 여정 담은 연가

역사 속 태극기도 볼 수 있어

[천지일보 경기=류지민·이성애 기자] “이기기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차피 싸우다가 죽게 되겠지요. 그러나 좋습니다. 일본의 노예가 되어 사느니 자유민으로 죽는 것이 낫습니다.”

1907년 프레더릭 매켄지라는 영국 언론인이 삼산리 전투가 벌어진 직후의 양평을 취재하던 중 한 의병장에게 들은 말이다.

경기도박물관에서 오는 9월 12일까지 31개 시·군에서 일어났던 항일독립운동과 친일파에 대한 기획전을 연다.

‘항일과 친일, 백 년 전 그들의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하는 이번 특별전은 경기도박물관에서 준비한 상반기 기획 전시다.

경기도박물관은 일제강점기에 도내 의병 활동을 보여주며 3.1 만세운동 장소와 인물을 기리고 친일파, 일제 잔재에 대한 기억을 환기함으로써 역사의 엄중함과 국가 공동체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자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는 지난해 5월 20일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 일제 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가 제정됨에 따라 기획한 것이다.

[천지일보 용인=류지민 기자] 임오군란을 그린 다색판화. ⓒ천지일보 2022.4.28
[천지일보 용인=류지민 기자] 임오군란을 그린 다색판화. ⓒ천지일보 2022.4.28

주요 전시품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시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서화, 판화, 유화, 사진, 신문, 도서, 엽서, 영상물 등 200여점이다. 그간 경기도박물관이 기증받은 근대 및 독립운동 관련 유물을 토대로 전시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식민지역사박물관의 후원과 함께 안성 3.1 운동 기념관,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 여주박물관, 수원박물관 등 도의 항일독립운동 관련 기관과 단체, 일부 독립운동가의 후손 등 여러 곳으로부터 협조를 받았다.

전시 첫날인 27일에는 특별전과 연계해 안중근 의사 음악 연가 ‘하얼빈의 열하루’를 열었다. 음악 연가는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에서 후원해서 진행했다.

지휘를 맡은 박경숙 예술감독은 “‘하얼빈의 열하루’는 안중근 의사의 삶 중 하얼빈에서의 여정을 바탕으로 기획·창작했다”며 “의사가 하얼빈에 도착한 시점부터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때까지의 열하루 동안에 벌어진 일들을 조국, 독립, 가족, 그리움, 동지, 단지동맹, 투쟁의 정서 등을 담아 시나리오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가에 대해 “한국의 정체성과 희로애락을 표현하기 위한 국악관현악 연주, 긴박했던 열하루의 상황을 아니리와 소리로 풀어내는 판소리 등 다양성의 조화로 입체감, 긴장과 이완의 변화를 더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 용인=류지민 기자] 조은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개소식 내빈들이 지난 27일 개소식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8
[천지일보 용인=류지민 기자] 조은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개소식 내빈들이 지난 27일 개소식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8

음악 연가 이후에는 개소식을 진행했다. 개소식에는 김기섭 경기도박물관 관장, 조은 경기문화재단 이사장, 수원박물관 등 박물관 관장들, 특별전을 보러 온 관람객들이 참석했다. 개소식은 내빈 축사, 테이프 커팅식, 특별전 관람 순으로 진행됐다.

윤경로 식민지역사박물관 관장은 축사를 통해 “역사는 빛과 어둠의 키워드다. 그동안 규제에 대해 좋은 것만 많이 얘기했다”며 “우리 민족이 훌륭하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윤 관장은 “이번 주제는 항일과 친일 관련 내용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며 “경기도민들이 특별전을 관람하면서 역사를 경험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총 4부로 ▲제1부 대한제국의 비극, 그들의 선택 ▲제2부 항쟁과 학살, 그날 그곳을 기리다 ▲제3부 친일과 일제 잔재 ▲제4부 유물로 만나는 경기도의 독립운동가 등으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임오군란, 청일전쟁 당시 모습을 보여주는 다색판화와 용인 출신 독립운동가인 이한응 열사가 작성한 유서가 전시된다. 또 안중근 의사의 활동을 보여주는 샌드아트 영상도 볼 수 있다.

2부는 1919년 3월 1일에 있었던 독립 만세운동과 3.1운동 당시에 일어났던 화성 제암리 학살 사건과 관련된 유물과 자료를 보여준다. 2.8 독립선언서와 3.1 독립선언서, 만세운동 장면을 그린 유화, 제암리 학살 사건에 대한 시청각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3.1운동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투쟁 모습과 일본 군사들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경기도 항일운동유적 분포 지도와 독립운동 현충 시설, 전국 독립운동가들의 사진을 빼곡하게 나열해 보여주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싸우던 운동가들을 보고 경기도 출신의 대표적인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명단과 팔광일우비와 송병준·송중헌 부자의 공덕비도 볼 수 있다.

[천지일보 용인=류지민 기자] 경기도 출신 독립운동가 사진. ⓒ천지일보 2022.4.28
[천지일보 용인=류지민 기자] 경기도 출신 독립운동가 사진. ⓒ천지일보 2022.4.28

마지막 순서인 4부의 주제는 ‘유물로 만나는 경기도의 독립운동가’다. 경기도 출신 중 주요 독립운동가 류근·여운형·조소앙·조성환·박찬익·안재홍·신익희·엄향섭 등의 유물이 전시됐다. 류근 선생의 건국 공로 훈장과 훈장증, 몽양 여운형의 사진 등을 보면서 독립운동가의 모습을 소개한다. 이외에도 경기도에서 활동했던 여러 독립운동가의 사진과 역사 속 태극기들을 보여준다.

특별전을 관람한 김소정(가명, 20대, 용인시 처인구)씨는 “역사 교과서에서 보던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 몰랐던 역사 사건들이 더 많았다”며 “샌드아트 영상이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영상으로 보니 그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당대 국민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느껴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경기도박물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특별전을 보고 싶은 시민은 운영시간 내에 방문해 전시회를 감상할 수 있다. 내달 25일과 8월 17일 특별전 연계 특강도 준비돼 있다.

[천지일보 용인=류지민 기자] 경기도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지난 27일 전시를 보며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8
[천지일보 용인=류지민 기자] 경기도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지난 27일 전시를 보며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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