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IT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포괄임금제 규제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8.10
[서울=뉴시스]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IT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포괄임금제 규제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8.10

장시간 노동 강요 사례 ↑

“한국, 야근 공화국 될 것”

[천지일보=정승자 수습기자]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0일 “장시간 근무하면서도 보상을 받지 못해 ‘공짜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많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노동개혁 1호’ 과제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직장갑질119가 올해 1∼2월 이메일로 받은 직장 내 부당행위 제보 총 336건 중 임금 및 노동시간과 관련된 내용은 108건(29.5%)이었다. 이 중 포괄임금제 계약이라는 이유로 회사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주 60∼7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 노동 등 초과근무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거나 미리 정한 금액으로 지급하는 임금제도이다.

IT(정보기술) 개발업체 프로그래밍 개발자 A씨는 “평일은 대부분 밤 10시 넘어서까지 일하고 퇴근하고서도 항상 대표가 전화로 업무 지시를 하며 새벽 3시가 넘어서도 연락이 온다. 그런데도 포괄임금제라는 명목으로 1년간 야근수당이나 주말 특근수당 등을 하나도 못 받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겨도 휴가를 못 간다. 회사의 작업 특성상 협업해야 해서 사실상 연차가 없다. 회사에서는 ‘포괄임금제로 계약했으니 연차도 모두 수당에 포함돼 있다’며 ‘연차를 쓰면 월급을 깎겠다’ 했다”고 덧붙였다.

직장갑질119 측은 “회사들이 당연히 줘야 할 수당을 주지 않고 연차수당도 포괄임금에 포함됐다는 계약서를 쓰게 해 휴식권도 사실상 박탈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윤석열 당선인의 ‘노동시간 유연화’ 공약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노동자들을 더욱 장시간 노동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당선인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확대하고 연장근로시간 특례업종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었다.

직장갑질119 측은 “지금도 악덕 업주들이 일을 몰아 밤샘 작업을 시킨 뒤 연말에 휴가를 주며 노동자를 쥐어짜고 있는데, 정산 기간을 1년으로 늘리면 대한민국 일터는 최악의 ‘야근 공화국’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1위 노동시간을 탈환해 세계 최장 노동시간 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포괄임금제에 관한 실태조사와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 포괄임금제 폐지 순서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그나마 지난 몇 년간 형성된 노동시간 단축의 사회적 분위기를 훼손하고 완전히 역행시킬까 우려된다”며 “새 정부의 노동시간 정책은 포괄임금제 폐지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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